▲ 제주는 중앙정부로부터 끊임없는 수탈과 억압을 당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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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주특별자치도 됐지만 중앙정부에 매달려야 하는 처지
그러나 1990년대에 들어서자 새로운 전기가 마련되었다. 민주화 운동의 결실로 1991년 지방의회 의원 선거가, 1995년 지방자치단체장 선거가 각각 실시되어 지방자치 시대가 본격적으로 개막되자 제주도민 사이에 자치에 대한 열망이 봇물처럼 터져 나왔다. 이에 힘입어 1997년 경제특별자치구 구상이 제시되었고 2006년 7월 1일에는 고도의 자치권 확보를 목적으로 하는 제주특별자치도가 출범했다. 제주특별법은 외교·국방·사법 등 국가 존립 사무를 제외한 사무에 대하여 단계별로 제주특별자치도에 이양하도록 규정하고 있고, 이에 따라 그동안 7단계 제도 개선 과정을 거쳐 중앙정부의 권한 일부가 제주특별자치도로 이전되는 성과가 있었다. 그러나 다음과 같은 한계가 있다.
첫째, 제주특별자치도 조례는 법령의 범위 안에서만 제정할 수 있고, 주민의 권리 제한이나 의무 부과에 관한 사항이나 벌칙을 정할 수 없어 자주적인 지역법으로서 법적 지위를 갖기 어렵다.
둘째, 헌법상의 포괄위임금지 원칙 때문에 포괄적 권한이양을 할 수 없어 개별적·열거적으로만 권한 이양이 이뤄지다 보니 제주특별자치도는 끊임없이 중앙정부와의 협의에 매달리게 되어 제주특별자치도 내부의 역량 강화나 내부적 발전전략 논의는 오히려 소홀해진다.
헌법 고쳐 자주적 입법권 확보해야
위와 같은 한계를 극복하여 제주도민의 손으로 제주의 미래를 만들어가기 위해서는 무엇보다도 자주적 입법권을 확보해야 한다. 이를 위해서는 헌법에 다음과 같은 제주특별자치도의 지위가 규정되는 것이 첩경이다.
제00조 (제주특별자치도의 지위) ① 제주도의 지역적·역사적·인문적 특성을 살려 연방적 지방분권을 선도하고 국가 발전에 이바지하기 위하여 제주특별자치도에 대하여 특수한 정치적·행정적인 지위를 보장한다. ② 제주특별자치도는 제주지역의 선거·정당제도, 지방정부형태와 외교·국방 등 국가의 존립 사무를 제외한 사무에 관하여 법률과 다른 규정을 자치법률로 정할 수 있다. 이때의 자치법률은 법률과 같은 효력을 가진다. ③ 제주특별자치도가 자치법률로 정할 수 있는 사무의 내용과 범위에 관하여는 법률로 정한다.
헌법 개정을 통해 위와 같이 제주특별자치도의 지위가 규정된다면 제주도민은 다음과 같은 자주적 입법권을 갖게 된다.
첫째, 제주도민 스스로 제주지역당 설립 등 제주의 정당 제도를 규정하는 법을 만들 수 있다. 그 경우 제주지역당이 도의회의 다수당이 될 수도 있고 제주지역당 출신 도지사가 나올 수도 있다. 그렇게 되면 제주 정치인들이 공천 등의 이유로 중앙당 눈치 보지 않고 제주를 위한 정치를 소신껏 펼칠 수 있다.
둘째, 제주도민이 스스로 제주의 선거 제도를 규정하는 법을 만들 수 있다. 예컨대 제주도민이 원하면 현행 국회의원 소선거구제를 제주 전역을 하나의 선거구로 하고 3명을 뽑는 중대선거구제로 바꿀 수 있다. 그러면 3등도 당선될 수 있어 소수의 목소리를 반영할 수 있다. 또한 승자 독식에서 비롯된 대결과 적대의 정치가 화합과 상생의 정치로 바뀌는 계기도 된다.
셋째, 제주도민 스스로 제주의 정부 형태를 선택·결정하는 법을 만들 수 있다. 그러면 지방의회나 집행기관의 구성을 중앙정부나 국회의 개입 없이 제주도민이 원하는 대로 정할 수 있게 되어 제주도민 맞춤형 지방정부가 세워질 수 있다.
넷째, 제주도민 스스로 제주 지역의 사무에 관하여 규정할 수 있다. 즉 외교·국방 등 국가의 존립 사무를 제외한 제주 지역의 사무에 관하여는 제주도민이 법률과 같은 효력을 갖는 자치 규정을 법률과 달리 정할 수 있어 제주의 지역적·역사적·인문적 특성을 제대로 살릴 수 있다.
제주도민이 위와 같이 자주적 입법권을 갖게 되면 제주는 연방 주 수준의 고도의 자치권을 갖게 되어 제주도민의 손으로 제주의 미래를 만들어갈 수 있다. 제주가 일천 년 예속의 역사를 끊어내고 자주적·주체적 발전을 길을 걸을 수 있게 되는 것이다.

▲ 제주특별자치도청
연합뉴스
제주가 앞장 서고 전국으로 확산해야
이러한 주장에 대해서는 다음과 같은 두 가지 반론이 제기된다.
첫째, 현행 헌법은 지방자치단체에 영토고권과 같은 고도의 자치권을 부여하고 있지 않다는 헌법재판소 판례를 근거로 들면서 지방분권 개헌 논의의 핵심은 특정 지방자치단체를 위한 지방분권 강화를 도모하기보다는 전체 지방자치단체의 지방분권 강화를 위한 것이 되어야 한다는 반론이 있다.
현행 헌법의 지방자치 규정으로는 제대로 된 지방자치를 할 수 없다는 점에는 대부분 공감한다. 그래서 개헌 논의 때마다 지방분권 강화가 단골 메뉴로 등장하는 것이다. 가장 바람직한 것은 개헌을 통해 미국, 독일, 스위스와 같은 연방적 지방분권을 실시하는 것이다.
그러나 연방적 지방분권을 전국적으로 한꺼번에 실시하는 것에는 여러모로 무리가 따른다. 그러므로 먼저 제주에서 선도적으로 연방적 지방분권을 실시하고, 그 결과를 토대로 2차 개헌을 통해 전국적으로 확산하는 2단계 전략으로 나아가는 것이 바람직하다.
이처럼 제주가 대한민국의 연방적 지방분권을 선도하는 역할을 맡는다면 다른 지방자치단체들도 언젠가 이뤄질 연방적 지방분권에 대한 희망을 품고 제주를 힘껏 지원할 것이다.
둘째, 우리나라 지방자치제는 서구와 달리 중앙통제형 지방자치제일 뿐 아니라 지방자치의 경험도 부족하므로 연방적 지방분권은 시기상조라는 반론이 있다. 그러나 제도와 경험의 미비를 이유로 시기상조론을 내세우면 제주도민은 영원히 자주적·주체적 발전의 길을 걸을 수 없게 된다. 알렉시스 드 토크빌은 <미국의 민주주의>에서 지방자치가 주민의 생활 태도에 자리 잡기 위해서는 법률 속에 오랫동안 녹아들어야 한다고 했다. 또한 한 민족은 자유로운 정부를 세울 수는 있으나 자치 제도 없이는 자유 정신을 가질 수 없다고 했다. 제주도민의 손으로 제주의 미래를 만들어가기 위해서는 먼저 제주도민이 자주적 입법권을 가져야 한다. 그래야 제주도민이 자유 정신을 가지고 자주적·주체적으로 제주의 미래를 만들어갈 수 있다.

▲ 제주도. 저 멀리 한라산이 보인다.
연합뉴스
제주의 제(濟)자에는 '건너다'라는 뜻 외에 '구제하다'라는 뜻도 있다. 우리나라는 지금 권력과 돈, 인재가 블랙홀처럼 중앙으로 빨려들고 있는 과도한 중앙집권체제로 지방이 소멸 위기에 놓여 있다. 나라가 망할 지경에 이른 극단적인 대결과 적대의 정치도 이러한 중앙집권 탓이 크다.
제주도민이 제주특별자치도의 헌법적 지위 보장을 통해 자주적 입법권을 확보해 주체적인 발전의 길을 걷게 된다면, 그래서 제주가 과도한 중앙집권의 빙벽을 강하고 빠르게 깨부수는 쇄빙선이 되어 대한민국의 연방적 지방분권을 선도하게 된다면 제주는 중앙과 지방이 상생하는 지방분권국가 대한민국의 보물섬이 될 것이다.
그렇게 되면 제주는 더 이상 물 건너 있는 고을이 아니라 세상을 구원하는 희망의 고을로 우뚝 서지 않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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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주대학교 법학전문대학원 교수입니다. 헌법가치가 온전히 구현되는 세상을 꿈꿉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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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주는 물 건너 있는 고을이 아니라 세상을 구원하는 고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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