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대형마트.
어도비
마트에 가면 사람이 많다. 물건을 고르고, 직원과 정답게 인사를 나눈다. 그러다 보면 아이도 나도 한 번 더 웃게 된다. 장난감이나 모자를 고르며 아이에게 말을 건넨다. 말이 조금 더 늘어난다. 내 안에 힘이 없을 때, 적당히 분주한 평일 오후의 마트가 나에게 잠깐의 힘을 준다.
푸드코트에서는 순두부집 직원이 우리 아이가 귀엽다며 자꾸 말을 건다.
"아이가 귀여워요?"
"네. 너무 귀여운데요."
"해월아. 오빠가 너 귀엽대. 오빠 어때? 멋있어?"
"웅. 멋있어."
아이도 웃으며 화답한다. 아이가 누군가에게 귀엽다는 말을 듣고, 다시 돌려줄 수 있을 때 나는 안심한다. 낯선 호의를 부담 없이 받아들일 수 있다는 것은 얼마나 다행인가.
그런 관계의 온도에서 아이는 더 잘 웃는다. 살짝 쑥스러워하며 내 뒤로 몸을 숨기기도 한다. 그 모습이 예뻐서, 직원이 아이를 바라보는 다정한 시선이 좋아서, 나도 그 사이에서 웃게 된다. 직원이 가게로 돌아간 뒤에도 그 시선이 마음에 남는다. 나도 모르게 아이에게 더 다정한 표정으로 말을 건다.
관계란 길고 튼튼한 밧줄이라기보다는 끊기기 쉬운 실 같다. 그래서 어디에든 묶을 수 있는 것 같기도 하다. 순간순간, 짧고 사소한 관계들이 우리를 지탱해준다. 아이스크림 가게의 무뚝뚝한 사장님도 아이가 웃으면 따라 웃고, 에스컬레이터 반대편의 아저씨도 아이의 인사에 활짝 웃는다. 그 웃음들이 오늘 하루, 나를 다시 움직이게 해준다.
아이는 내가 얼마나 힘을 내고 있는지 모를 것이다. 그저 어른들의 웃음 사이에서 자신도 함께 웃었다는 기억 하나가 남을 것이다.
육아 꿀팁. 가끔은 다른 사람의 눈을 통해 아이를 보자. 나는 수면 부족에 시달리고, 잠시라도 쉬고 싶은 엄마다. 그런데 마트 유리창에 비친 나와 아이는 사이 좋은 모녀 같다. 마트는 단순히 물건을 사는 공간이 아니라, 짧은 인사를 나누고, 아이를 사회 안으로 자연스럽게 섞여들게 할 수 있는 곳. '괜찮은 엄마'를 연기하기 좋은 장소다. 그러다 보면, 정말 괜찮은 엄마가 된 것 같은 기분이 든다.
육아에 정답은 없지만, 공통된 철학은 있다. 육아 전문가 오은영 박사와 '삐뽀삐뽀119'의 저자 하정훈 의사의 방식은 다르지만, 둘 다 '용기'를 말한다. 지친 몸을 일으켜 외출을 결심하고, 아이와 더 웃기 위해 타인의 시선을 마주하고, 일상에서 작고 확실한 기쁨을 발견하는 것. 그게 바로 용기 있는 육아다.
유치원 수 감소, 돌봄 공백 문제가 반복되는 지금, 육아의 무게는 점점 더 개인에게 전가되고 있다. 요즘처럼 아이의 웃음소리가 줄어드는 세상에서, 굳이 놀이공원이 아니어도, 마트처럼 평범한 공간에서 빛나는 순간을 발견할 수 있다면. 그것이야말로 우리가 실천할 수 있는, 가장 현실적이고 따뜻한 육아의 방식 아닐까. 피로를 덜고, 아이와 다시 웃을 수 있는 그런 일상의 피난처가 당신에게도 있기를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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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예 창작을 전공해 유독 '시'감성이 충만한 사람. 매일 쓰고 다듬으며 살아간다. "내가 죽으면 무엇이 될까?" 그 질문이 나를 살게 한다. 언젠가, 나는 무엇이 되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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