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더불어민주당 북한이탈주민특별위원회 토크 콘서트(2025.5.7)
조경일작가
성공과 실패: 평균에 스며들기
통일에 앞서 한국 사회의 과제는 무엇보다 북향민들과의 사회통합이다. 이들과 사회통합이 어렵다면 우리가 기대하는 통일은 과연 가능할까. 북향민들이 한국 사회에 정착하기 시작한 이래 이들을 위한 한국 정부의 정책은 가능한 사각지대를 해소하는 방향으로 보완돼 왔다. 하지만 늘 그렇듯 정책으로 담아낼 수 없는 빈틈은 언제나 존재하는 법이다. 북향민들이 한국 사회에 잘 통합될 수 있도록 진보, 보수를 막론하고 한국 정부는 구체적인 정책 또는 캠페인 등 다양한 시도를 해왔다. 북향민들이 전혀 다른 사회인 한국에서 잘 정착해서 성공하는 모델을 만들어낸다면 이는 분명 통일 준비에 긍정신호다.
한국 사회에서 북향민들이 잘 정착한다면 이는 쉽게 '성공'이라는 단어로 표현할 수 있을 것이다. 성공이라는 기준이 저마다 각자 다르겠지만, 이 글에서 성공은 북향민들이 한국 사회에 잘 통합되어 사회에서, 직장에서, 커뮤니티에서, 친교관계에서 자신의 '출신' 때문에 어려움을 겪지 않는 상태를 의미한다. 즉, 이들에게 성공이란 그저 평범하게 살아가는 모습의 다른 말이기도 하다. 남한 사람들이 결코 경험할 수 없는 출신에 대한 배타적 시선이 없는 평범한 삶이야말로 가장 필요한 것이다. 이는 생존의 문제이기 때문이다.
취업의 문턱에서 실력과 무관하게 북한 출신이라는 이유 하나 때문에 낙방하는 이들이 너무나 많다. 취업이 워낙 어려운 요즘이라 하더라도 북향민들에겐 투명하게 덧씌워진 출신에 대한 차별은 높고도 다양하다. 그래서 이력서에서 '탈북자' 흔적을 어떻게든 지워낸다. 하지만 이것으로도 부족하다. '북한 말투'는 종잇장 이력서와는 달리 도저히 흔적을 지울 방법이 없다. 그래서 어떻게든 서울 사람처럼 보이기 위해 말투를 고친다. 북향민들에게 평범해진다는 것은 바로 이런 것이다. 외모와 말투에서, 이력서에서 '북한' 출신이 결코 발견되지 않는 상태를 말한다. 이는 다른 말로 평범한 직장인으로 살아가는 게 북향민들에는 쉬운 일이 아니라는 얘기다.
북향민들의 평범한 삶, 즉 성공 사례가 많아지는 것이야말로 가장 중요한 사회통합의 시작이 될 것이다. 북향민들의 평범한 삶은 남북한 주민들 간의 사회통합에 필수조건이다. 어느 한쪽이 우위에 있지 않은 동등한 조건의 사회통합을 기대할 수 있기 때문이다. 북한에서 왔다는 이유로 동정이나 시혜로 어울려주고 통합의 모습을 인위적으로 만들 필요가 없다.
북향민들의 한국 사회 정착에서 가장 중요한 것은 당사자의 노력이다. 새로운 곳에 잘 정착하려면 강한 의지가 필요하다. 북향민들은 개인의 노력으로 할 수 있는 만큼 최선을 다해야 한다. 그럼에도 안 되는 것이 있다면 그것이 바로 한국 사회가 극복해야 할 과제일 것이다.
언론에 성공사례로 나왔던 북향민이 어느 날 백골이 되어 1년이 지난 뒤에야 발견된 것은 분명 우리 사회가 풀어야 할 숙제다. 북향민 한성옥 모자 아사 사건은 너무도 치명적이다. 굶어 죽지 않기 위해 목숨 걸고 탈북했는데, 자유의 땅 한국에서 굶어 죽었다는 건 결코 개인의 문제로 치부할 수는 없다.
정보의 홍수 속에서 정보를 얻지 못해서, 실시간 소통채널이 넘쳐나는 곳에서 소통할 사람이 없어서, 아무 도움도 받지 못해 외롭고 쓸쓸하게 목숨 걸고 얻은 자유를 누리지 못하는 북향민들이 우리 주변에 많다. 하지만 제도는 이걸 쉽게 감지해 내지 못한다. 자유의 땅에서 외로워서 다시 고향으로 월북하는 걸 그저 개인의 문제로 치부할 수 있을까. 통일은 서로 달리 살아온 사람들이 함께 살아보자고 하는 것이 아니던가.
저작권자(c) 오마이뉴스(시민기자),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
오탈자 신고
조경일 작가는 함경북도 아오지 출신이다. 정치컨설턴트, 국회 비서관을 거쳐 현재 작가로 활동하며 대립과 갈등의 벽을 어떻게 하면 줄일 수 있을까 줄곧 생각한다. 책 <아오지까지> <리얼리티와 유니티> <이준석이 나갑니다>(공저) <분단이 싫어서>(공저)<한반도 리빌딩 2025>(공저)를 썼다.
기사를 스크랩했습니다.
스크랩 페이지로 이동 하시겠습니까?
연도별 콘텐츠 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