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동화'의 대상이 아니라 '통합'의 대상으로

[북향민과 사회통합] ⑤ 진보와 보수를 넘어, 혐오에서 포용으로

등록 2025.05.13 15:05수정 2025.05.13 15:0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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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북향민들이 한국사회에 잘 정착한다면 통일은 가까워질 것이고,
어려움을 겪는다면 통일 또한 멀어질 수밖에 없지 않을까."
_조경일 작가

진보와 보수를 넘어

북향민(탈북민)들이 당연히 보수적인 성향을 갖고 보수당을 지지할 수 있다. 하지만 이 선택은 한국 사회의 구조적 압력 또는 문화적 특정 담론 속에서 강요된 원인이 크다. 이에 대해서는 앞서 1~2편에서 자세히 설명했다. 어쨌든, 한국 사회의 북향민들을 수용하는 '환대와 냉대의 논리' 속에서 북향민들의 주체적 시민성 확보의 길은 여러 어려움이 있다. 이는 결과적으로 북향민들의 자유로운 정치적 의사표현을 제약하고 있다.

첫째, 이는 북향민들의 정치적 자율성을 훼손한다. 민주주의 사회에서는 자신의 경험과 신념에 따른 다양한 정치적 견해를 비난 또는 공격받아서는 안 된다. 그가 북한 출신이건 남한 출신이건 한국 사회에서 동등한 국민으로 살아가는 이상 정치적 견해의 차이로 정체성을 공격해서는 안 된다. 이건 독재국가에서나 있을 법한 일이다. 하지만 한국 사회는 여전히 북향민들이 '보수'가 아닌 다른 정치적 지향, 통상 '민주진보진영'으로 일컬어지는 쪽을 지지할 경우 바로 '빨갱이'나 '종북'으로 정체성을 공격해버린다. 이때 공격하는 이들은 대개 보수우파들이다.

둘째, 북향민 사회 내부의 분열을 초래한다. 민주당 또는 진보정당을 지지하는 북향민들은 같은 북향민들에게서조차 "빨갱이, 간첩" 같은 거침없는 공격을 받게 된다. 이는 북향민들 사이에서 다양한 정치적 논의를 어렵게 만든다. 앞서 밝혔듯 북향민들이 다양한 정치적 견해를 갖는 것은 민주주의 사회의 자연스러운 모습이다. 하지만 보수정당을 지지하는 북향민들의 경우 보수 또는 극우 집단의 반공이데올로기 공격 프레임을 그대로 수용해서 같은 북향민을 공격하는 데에 앞장선다. 이는 학습을 넘어 세뇌의 수준으로 표현해도 부족하지 않다.

셋째, 북향민들이 정치적으로 도구화되는 문제를 낳는다. 보수 진영에서는 북향민들을 이용해 반북 담론을 강화하고, 진보 진영에서는 북향민들이 북한 체제의 피해자임에도 불구하고 그들의 목소리를 충분히 반영하지 못한다. 이러한 정치적 환경 속에서 북향민들은 스스로의 정치적 주체성을 적극적으로 형성하기 어려울 수밖에 없다.

북향민들의 정치적 주체성 확보는 이들의 주체적 시민권을 보장하는 것이며, 더 나아가 한국 민주주의의 포용성을 강화하는 것이기도 하다. 이를 위해서는 진보와 보수진영 모두의 역할과 노력이 필요하다. 북향민들이 보수 진영뿐만 아니라 진보 진영과도 협력하도록 해야 한다.

결과적으로, 북향민들이 단순히 '보수정치 세력의 상징'이 되는 것이 아니라, 독립적인 정치적 주체로 자리 잡을 수 있도록 하는 것이 한국 사회가 나아가야 할 방향이다.


혐오를 넘어 포용으로

북향민들의 신뢰 투쟁은 혐오 담론을 깨는 방향으로 나아가야 한다. 이를 위해서는 북향민이 정치적 주체로서 다양한 정치적 스펙트럼을 가질 수 있다는 점을 인정하는 사회적 분위기가 조성되어야 한다. 또한, 진보 정당을 포함한 기존 정치 세력이 북향민들을 제도권 내에 적극적으로 포용할 필요가 있다. 북향민들이 보수·진보를 넘어 다양한 정치적 논의에 참여할 수 있는 기회를 확대해야 한다. 한국 사회는 북향민을 '증명해야 하는 존재'가 아니라, 동등한 정치적 행위자로 인정하는 방향으로 변화해야만 한다.


북향민 정책의 기조와 방향도 마찬가지다. 북향민들이 자유로운 정치적 시민의 자격을 확보할 수 있는 문화를 조성하는 것을 목표로 해야 한다. 취업과 창업 등 경제 활동을 지원하는 것이 당면한 과제처럼 보이지만, 사실 북향민들의 경제 활동을 제약하는 것이 바로 북향민들에 대한 선입견과 왜곡의 시선이다. 북향민들을 향한 사회적·문화적 시선을 바꾸는 것이야말로 이들을 동등한 시민으로, 동등한 정치적 주체로 인정하는 것이기 때문이다. 이것이 가능할 때에야 북향민들이 더 이상 자신들의 '북한 출신' 흔적을, 자신들의 살아온 서사를 지우는 일에 시간을 낭비하지 않을 것이다. 북향민들을 더 이상 '동화'의 대상으로 바라보지 말고 '통합'의 대상으로 바라보아야 할 것이다.

북향민들을 호명하는 정치지형이 지금처럼 보수진영으로 기울어진 상황에서는 북향민들이 보수집단으로 기울어질 수밖에 없다. 보수진영에 줄을 서는 것이 더 안전하고 이익이 된다면 이것을 비판할 수는 없다. 북향민들이 보수진영에서만 목소리를 내는 것은 그들이 특별히 보수화됐거나 또는 민주시민 교육이 부족해서도 아니다. 본질은 보수진영에서 정치활동을 해야 안전함을 느낄 수 있기 때문이다. 그러니 진보진영에서도 북향민들이 정치활동에서 안전함을 느낄 수 있도록 적극 호명하고 제도권 안으로 포용해야 할 것이다.

진보진영 일부에서는 보수진영에 있는 북향민들에 대해 민주주의 시민의식이 부족하기 때문이라는 관점을 공유하고 있는 듯 하다. 하지만 이는 일부 북향민들이 계엄사태를 옹호하는 사례 등 어떤 부분에서는 맞다. 실제로 보수당을 지지하는 북향민들 중에 비민주적인 목소리가 큰 게 사실이다. 하지만 이는 북향민들의 극우화 현상의 책임을 앞서 설명한 북향민들이 처한 사회 구조적 한계로 보지않고 오로지 북향민 개인들의 비민주성 또는 비시민성으로만 치부하는 것일 뿐이다. 이런 관점은 부당하다. 이제 진보진영에서도 북향민들을 연대할 수 있는 주체적인 정치집단으로 긍정적으로 바라볼 필요가 있다. 북향민들이 자발적으로 균형을 맞출 필요도 있지만, 기성 정당에서 호명함으로써 뒷받침해 줄 필요도 있다. 북향민들도 다양하다. 다만 극우적 목소리를 내는 이들만 언론에 비춰질 뿐이다.
덧붙이는 글 조경일 작가는 함경북도 아오지 출신이다. 정치컨설턴트, 국회 비서관을 거쳐 현재 작가로 활동하며 대립과 갈등의 벽을 어떻게 하면 줄일 수 있을까 줄곧 생각한다. 책 <아오지까지> <리얼리티와 유니티> <이준석이 나갑니다>(공저) <분단이 싫어서>(공저)<한반도 리빌딩 2025>(공저)를 썼다.
#조경일 #탈북민 #북향민 #북한이탈주민 #사회통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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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경일 작가는 함경북도 경흥(아오지) 출신이다. 정치컨설턴트, 국회 비서관을 거쳐 현재 피스아고라 대표로 활동하며 대립과 갈등의 벽을 어떻게 하면 줄일 수 있을까 줄곧 생각한다. 책 <아오지까지> <리얼리티와 유니티> <이준석이 나갑니다>(공저) <분단이 싫어서>(공저)<한반도 리빌딩 2025>(공저)를 썼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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