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세종보 농성장의 모습
김병기
다행히도 지난 1년 동안 윤석열 환경부를 막아냈다. 이는 온전히 금강변에 한 평 남짓한 자리를 차지한 채 위태롭게 버티고 선 농성천막을 방문해 지지와 연대 의사를 표명해 준 1만 5000여 명의 환경운동가와 시민들 덕분이다. 또한 불가피한 이유로 자신의 영토로 들어선 환경운동가들에게 기꺼이 곁을 내어준 수많은 생명들의 덕분이기도 하다.
금강에서 만끽하는 자연의 위로... 우리는 승리한다
천막농성장에 가만히 앉아 있으면, 자연이 건네는 축복같은 위로를 만끽할 수 있다. 가끔 강물 위로 머리만 빼꼼하게 내밀고 사라지는 수달과 배설로만 확인되는 삵의 존재. 천막 주변에 길을 낸 오소리와, 너구리, 고라니를 가까이서 만날 수 있는 건 팍팍해지기 쉬운 장기 풍찬노숙 생활의 큰 활력이다. 또 사시사철 다양한 종의 새들의 노래소리도 감상할 수 있다.
지난해 농성장 바로 위쪽 교각의 뚫린 작은 구멍에서 번식했던 박새는 치열한 혈투 끝에 참새에게 둥지를 빼앗겼다. 위풍당당한 참새들이 매일 새끼에게 줄 먹이를 입에 물고 둥지로 들어가면서 농성천막을 물끄러미 내려다보기도 한다. 그러다가 눈이 마주칠 때 밀려드는 짜릿함. 장기 농성에서 오는 피로가 순식간에 날아간다.
사람과 생물은 일정한 거리를 유지한다. 사람이라는 큰 천적으로부터 보호할 수 있는 최소한의 조건들을 두고 생물들은 생활한다. 우리가 처음 왔을 때 여기에 있던 생물들에게 이방인이었고 위협의 대상이 되었을 것이다. 하지만 1년이 지난 지금 이 거리는 좁혀졌다. 새들도 동물들도 이제 농성장 가까이 온다. 우리가 농성장을 지킨 만큼 더 거리를 좁히는 것이라는 생각을 가지게 하는 일들이 현장에 함께 한다.
사계절을 지나 다시 봄이 되었다. 금강은 여전히 유유자적하며 흐르고 있다. 천막농성장 앞에 세워놓은 생명의 깃발이 꺾이지 않았기에 지킬 수 있었던 풍경이다. 지난 1년간 농성장에서 직접 확인한 생명체는 250여종에 달한다. 법적보호종인 황새, 수염풍뎅이, 가창오리, 고니, 장다리물떼새, 발구지 등도 확인했다. 농성장이 지켜낸 생명들이다.
언제 끝날지 모른 지난한 싸움. 하지만 생명의 편에선 우리는 끝내 승리할 것이다. 지난 1년 동안의 농성을 통해 설령, 천막농성장이 침탈을 당한다고 해도, 계속해서 다시 세울 수 있는 힘을 얻었기 때문이다.
[천막농성 1년 기획 기사]
1편 : "금모래빛 강변..." 이재명 후보의 이 말 기억한다 https://omn.kr/2dakk
2편 : 그의 소름 돋는 유언... "강은 멈추면 죽어요" https://omn.kr/2dbro
3편 : 낙동강 점령한 '조용한 살인자'... 정략이 과학을 죽였다 https://omn.kr/2ddpv
4편 : 365일 동안, 1만5천명이 '녹색 알' 품은 까닭 https://omn.kr/2ddqk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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죽이고 또 죽이는 끔찍한 현장... 그래도 승리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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