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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는 왜 월급의 60%를 이 정치인에게 후원했나

진보 정치가 실종된 이번 대선... 월급 164만 원 중 100만 원을 보낸 이유

등록 2025.05.09 15:39수정 2025.05.09 15:3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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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당장 후원이 필요한데 애가 탄다"며 "진보대통령 후보가 필요한 대선, 당신의 후원이 필요하다"는 외침을 차마 지나칠 수 없었습니다. 후원은 해야겠는데 얼마를 내야 하나 하루 동안 고민하다가 100만 원을 후원했습니다.
"당장 후원이 필요한데 애가 탄다"며 "진보대통령 후보가 필요한 대선, 당신의 후원이 필요하다"는 외침을 차마 지나칠 수 없었습니다. 후원은 해야겠는데 얼마를 내야 하나 하루 동안 고민하다가 100만 원을 후원했습니다. 박성우

지난 6일, 페이스북에서 문정은 정의당 전 부대표가 남긴 글을 봤습니다. 대선 예비후보로 등록하기 위해서는 오는 11일까지 기탁금 3억 원이 필요한데 민주노동당의 권영국 후보가 아직 기탁금이 2억 4000만 원이나 부족하다며 후원을 부탁하는 내용이었습니다.

"당장 후원이 필요한데 애가 탄다"며 "진보대통령 후보가 필요한 대선, 당신의 후원이 필요하다"는 외침을 차마 지나칠 수 없었습니다. 후원은 해야겠는데 얼마를 내야 하나 하루 동안 고민하다가 100만 원을 후원했습니다.

충북 음성에서 활동가로 주 4일 일하며 받은 지난달 월급이 164만 원이었습니다. 월급의 6할을 후원금으로 내버린 셈입니다. 그래도 일하며 틈틈이 돈을 모아 당장 100만 원이 통장 잔고에서 빠진다고 해도 생활에 지장은 없으니 가능한 일이었습니다.

내란세력 청산, 개인 단죄와 더불어 구조적 전환 함께 가야

정치에 큰 관심이 없는 제 친구들은 '부자도 아닌 놈인 무슨 정치인 후원을 100만 원씩이나 했냐'며 걱정을 건넸고 동료 활동가들로부터도 '너무 무리한 것 아니냐'는 얘길 들었습니다. 사실 지금도 '내가 너무 오바했나?'라는 생각이 문득 들 때가 있습니다.

저는 정의당이나 노동당 당원도 아닙니다. 사회대전환 대선 연대회의에 참여하는 조직의 활동가도 아닙니다. 그래도 제가 그렇게까지 후원한 까닭은 두려움 때문이었습니다. 윤석열 정부 3년 동안, 그리고 광장에서의 4개월 동안 더 나은 우리 사회를 위해 나온 목소리들이 대선 기간 동안 묻힐까 두려웠습니다.

윤석열의 위헌 계엄이 얼마나 그릇된 것이었는지는 헌법재판소가 너무나 잘 설명해주었습니다. 하지만 내란세력은 여전히 잔존하고 있습니다. 내란세력은 단순히 내란에 직간접적으로 가담한 개개인에 국한되지 않습니다. 겉으로 보기엔 나름대로 잘 굴러가는 듯한 작금의 한국 사회가 지닌 구조 역시 내란세력과 무관하지 않습니다.


그러한 구조적 문제를 직시하고 해결해나가는 것이야말로 윤석열과 결탁한 이들에게 사법적 단죄를 내리는 것만큼이나 중요한 사안이자 더 본질적인 내란의 종식이라고 생각했습니다. 그렇기에 지금 우리 사회의 구조가 어떤 점에서 잘못되었는지에 대해 토로한 수많은 이야기들, 그들 중에서도 소외되는 목소리들을 위해 무언가라도 해보고 싶었습니다.

"노동, 여성, 소수자, 기후위기 얘기하는 게 진보의 약속"... 그 약속에 동참한다


 권 후보가 언급한 진보의 약속이라는 가치, 그 가치만 지켜도 우리 사회가 더 나은 공동체가 될 수 있음은 확실히 알겠습니다. 그 약속에 저 또한 동참하고자 합니다.
권 후보가 언급한 진보의 약속이라는 가치, 그 가치만 지켜도 우리 사회가 더 나은 공동체가 될 수 있음은 확실히 알겠습니다. 그 약속에 저 또한 동참하고자 합니다. 민주노동당

지난 1일, 비 내리는 노동절에 권영국 후보는 대선 출마 선언에서 다음과 같이 말했습니다.

"진보는 사회의 방향을 바꾸는 것이다. 싸우는 노동자가 이를 악물고 고공에 오르는 세상을 바꾸어 모든 고공농성 노동자가 땅으로 내려올 수 있게 하는 것이 진보이고, 여성이 여성이라는 이유로 다치고 죽어가는 세상을 바꾸어 모든 여성이 안전하게 살아갈 수 있게 하는 것이 진보다.

성소수자, 장애인, 이주민을 차별하고 억압하는 세상을 바꾸어 모든 사회적 소수자가 존재하는 그대로 존중받게 하는 것이 진보이고, 말로는 기후위기를 이야기하지만 화석연료 중독을 끊어내지 못 하는 세상을 바꾸어 지구온도 상승을 기어코 멈추어내는 것이 진보다.

이 모든 것은 진보의 약속이다. 그리고 우리 헌법에 새겨진 민주주의의 약속이다. 오랫동안 지켜지지 못 한 약속들이다. 마침내 이 오랜 약속을 지키기 위해 이번 대통령 선거에 출마한다."

정치적, 사회적 이슈에 몰두하고, 신문을 매일 두 시간씩 읽으며 시민기자로서 기사를 작성하고, 결국엔 활동가라는 업을 가지게 된 저로서도 진보가 무엇인지, 진보가 어떤 방향을 가야하는지 완전한 답을 내놓기 어렵습니다. 하지만 권 후보가 언급한 진보의 약속이라는 가치, 그 가치만 지켜도 우리 사회가 더 나은 공동체가 될 수 있음은 확실히 알겠습니다. 그 약속에 저 또한 동참하고자 합니다.

십시일반 모인 기탁금 3억 원, '진보' 없는 이번 대선을 위한 밑거름

한 달 전만 해도 여당이었던 정당은 파면된 대통령조차 출당시키지 못 한 채 스스로 언급한 대로 '알량한' 후보 자리를 놓고 한창 이전투구 중입니다. 대선 당선 가능성이 가장 높은 야당 후보는 '중도 보수'임을 천명했습니다. 젊은 나이에 대선에 출마한 후보는 아직도 '갈라치기'라는 낡디 낡은 정치 전략을 못 벗어나는 듯합니다. '진보'의 목소리가 이번 대선에서 꼭 필요한 이유입니다.

다행히도 후보 등록 전인 어제(8일), 권영국 후보의 기탁금 3억 원이 모였다고 합니다. 그중 절반은 시민 867명이 십시일반 자발적으로 후원한 것이었습니다. 진보 정치를 위한 밑거름이었습니다.

867명이라는 숫자에 조금 서운하고 슬프면서도, 그것이 현재 '진보'가 처한 현실임을 직시하고 그에 대해 성찰하면서 동시에 앞으로 더 나아질 일만 있다고 여기기로 다짐했습니다. 진보 정치가 더 잘할 수 있도록, 더 많은 시민들의 지지를 받을 수 있도록, 그래서 결국 진보의 약속이 지켜질 수 있도록 당장 저부터 노력하겠습니다.
#권영국 #민주노동당 #진보정치 #민주노동당권영국후보 #2025대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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