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더불어민주당 이재명 대선 후보가 제3차 골목골목 경청투어로 경북지역 방문에 나선 9일 경북 경주시 한 거리에서 주민들에게 인사하고 있다.
연합뉴스
이날 오전 10시께 굵은 빗방울(강수 1.0㎜)이 떨어지던 경주 황남초 인근 상가를 찾은 이 후보를 멀찍이 지켜보는 시민들에게 이 후보에 대한 평가를 슬며시 물었다. 이곳에서 가게를 운영하는 정아무개(50·여)씨가 연신 손을 내저으며 말했다. "저는 원래 민주당을 별로 안 좋아해요. 지역 감정이라는 게 좀 있죠."
정씨는 "재판받을 건 받아야 한다"라며 이 후보의 사법 위험을 지적했다. 다만 "국민의힘이라고 특별히 지지한 적도 없다. (보수정당이 경제성장을 강조하지만) 옛날에 비해 경제가 이뤄진 것도 아니다"라고 말했다.
아이를 업고 나와 이 후보를 멀리서 지켜보던 여아무개(39·여)씨도 이 후보에 대한 의구심을 표했다. 여씨는 "의혹이나 범죄에 관련된 것 때문에 이 후보에 대한 이미지가 그렇게 좋진 않다"라면서도 "그래도 대통령이 되면 나라를 위해서 잘할 것 같긴 하다"라고 말했다.
이처럼 경북 민심엔 '반명(반이재명) 정서'가 깔려 있었다. 청년층에 비해 노년층 대다수가 국민의힘 정치인들을 여전히 지지하고, 국민의힘을 상징하는 '빨간색'이기만 하면 의원 배지를 달 수 있다는 이야기가 익숙하게 들려왔다.
이날 이 후보가 들렀던 한 문구점에서 만난 경주 토박이 최수훈(47·남)씨는 "여기 나이 드신 분들의 80~90% 이상은 무조건 국민의힘"이라며 "빨간 명찰만 달고 나오면 시의원이고 뭐고 다 된다. 오늘 이재명이 동네에 온다고 친구들한테 말했는데 아무 이유 없이 이재명이 대통령이 되면 안 된다고 하더라"라고 전했다. 경주 토박이 안성진(40·남)씨도 "TK는 안 바뀔 것 같다"라며 "지역 이미지가 그대로인 것 같아 아쉬움이 있다"라고 말했다.
한편 이 후보를 둘러싸고 "이재명!", "대통령!"이라는 연호가 거리를 메울 때 건너편에서 그 광경을 지켜보던 황효민(42·여)씨는 "(한덕수나 김문수나) 도긴개긴이니 이재명을 뽑으려고 한다. 국민의힘은 뽑으면 안 될 것 같다. 내란당은 안 뽑는다"라고 말했다. 옆에 있던 이아무개(40대·여)씨도 황씨의 말을 거들었다. "국민의힘이 하도 뻘짓을 하니까 어쩔 수 없지."
이 후보가 시민들을 만나는 건너편 거리에서 카페를 운영하는 김아무개(35·남)씨는 "국민의힘에 뽑을 만한 사람이 없다"라며 "계엄은 잘못했으니까 벌을 받아야 하고 이재명이 대통령이 되는 게 맞지 않나 싶다. 대구·경북이라고 빨간색(국민의힘)을 찍어야 한다는 건 이제 아니다"라고 말했다.
이날 경주를 찾은 이 후보는 포옹이나 악수보다는 손을 흔드는 것으로 거리 인사를 대신했다. 피습 모의 제보가 잇따르면서 대인 접촉을 자제하는 모습이었다. 이 후보는 상가 인근에 마련된 간이 사다리에 올라 우산을 쓴 채 시민들과 지지자들에게 대통령 선거 투표를 독려했다. 5분 가까이 발언이 이어졌지만 지지자들의 연호로 이 후보의 목소리는 잘 들리지 않았다.
"누구 뽑을지 못 정했다"... 복잡한 TK 보수 표심

▲ 더불어민주당 이재명 대선 후보가 제3차 골목골목 경청투어로 경북지역 방문에 나선 9일 경북 경주시의 한 문방구를 방문해 가게 상인과 인사하고 있다.
연합뉴스
이어 오후 2시께 칠곡 석적읍을 찾은 이 후보는 시민들에게 손 인사를 건네며 최근 출간한 책 <결국 국민이 합니다>를 가져온 지지자들에게 직접 사인을 해주기도 했다.
이 후보가 한 가게 단상에 올라 인사하자 횡단보도 건너편에서 이 모습을 지켜보는 시민들이 더러 있었다. 이들 대부분은 "이번 대선에서 누굴 뽑을지 정하지 못했다"라며 말을 아꼈다. 김동희(40·여)씨는 "(거대 양당에 대한 선호도가) 딱 반반이고 계속 엎치락뒤치락하는 것 같다"라고 말했다.
일부 시민들은 '내란 수괴' 혐의자 윤석열씨에 대한 분노를 가감없이 표출하기도 했다. 김동애(66·여)씨는 "대구·경북이 보수세라 사우나에 가도 정치 이야기를 못한다"라면서도 "계엄도 그렇고 윤석열이 대통령이 될 때부터 싫어했다. 윤석열 3년 동안 진짜 지옥이었고 텔레비전 뉴스를 안 봤다"라고 말했다. 김씨는 "이번 대선엔 우리 사돈의 팔촌까지 이재명을 뽑을 것"이라고 했다.
민심을 청취한다는 취지의 경청 투어로 앞서 강원 접경 지역과 충청권 등을 거쳐간 이 후보는 이날 경북 경주를 시작으로 영천·칠곡·김천·성주·고령을 차례로 방문한다. 오는 10일에는 경남 창녕·함안·의령·진주·사천·하동을 찾을 예정이다.
저작권자(c) 오마이뉴스(시민기자),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
오탈자 신고
꼼꼼하게 보고 듣고 쓰겠습니다. 오마이뉴스 복건우입니다.
공유하기
"이재명 안 좋아해""국힘이 하도 뻘짓을" 복잡한 경북 민심
기사를 스크랩했습니다.
스크랩 페이지로 이동 하시겠습니까?
연도별 콘텐츠 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