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권영세 국민의힘 비상대책위원장이 10일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사상 초유의 대선 후보 교체에 대한 입장을 밝힌 뒤 물을 마시고 있다.
남소연
[기사대체: 11일 오전 1시]
입당 및 후보 등록 20시간만, 첫 당사 기자회견 8시간 만에 "김덕수, 홍덕수, 안덕수, 나덕수 그 어떤 덕수라도 되겠다"던 한덕수 전 국무총리가 당원들에 의해 후보직에서 끌려내려왔다.
권영세 비상대책위원장은 당장 사퇴 의사를 밝혔고, '번갯불 후보갈이' 논란에 직면했던 국민의힘 지도부는 할 말을 잃었다. 그야말로 국민의힘 지도부가 대선이 20여 일도 채 남지 않은 상황에서 당 전체를 자승자박으로 옭아맸다는 비판이 나온다.
"권성동이 대행 맡는다" 수습했지만... 당내 "권성동도 사퇴해야"
10일 오후 9시께 종료된 국민의힘 전당원 투표 결과는 '부결'이었다. 당 지도부가 주도한 '한덕수 후보로 교체'를 묻는 질문에 당원 다수가 '반대' 의사를 던진 것이다.
비대위는 이날 밤 11시께 국회 본청에서 진행한 회의에서 투표 결과를 의결하고, 이날 새벽 당이 후보 자격을 취소했던 김문수 후보의 자격을 도로 회복시켰다.
발표 직후 당 지도부는 "근소한 차이(신동욱 수석대변인)"라며 "큰 의미를 둘 만큼은 아니"라고 했지만, 당에 불어 닥친 위기는 심상치 않다. 권영세 비대위원장은 당장 "절차와 과정의 혼란으로 당원과 국민께 심려를 끼친 점 머리 숙여 사과드린다. 모든 책임을 지고 물러나겠다"며 수습에 나섰다. 남은 선거 관리를 위해 권성동 원내대표가 비대위원장 대행을 맡기로 했다.
신동욱 수석대변인은 취재진과 만나 '비대위원장만 사퇴하느냐'는 취재진의 질문에 "원내대표도 다 책임지겠다는 말을 했는데 현실적으로 당장 후보 등록을 해야 하고, 다음 주부터 선거운동을 해야 한다"면서 "후보가 등록되면 즉각 새 사무총장을 임명할 텐데, 그때까지는 후보의 뜻에 따라 교체되는 사람도 있겠지만 정치적으로는 (지도부가) 다함께 책임지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김문수 "모든 것은 제자리로"... 대선 24일 앞두고 내홍 회복 난제
불과 반나절만에 '곧 (대선)후보'에서 '평당원'이 된 한덕수 전 국무총리는 부결 발표 직후 입장을 내고 "겸허하게 수용하겠다"고 밝혔다. "모두 품겠다"면서 본인의 승리를 자신했던 결기도 "김문수 후보자와 국민의힘이 이번 대선에서 승리를 거두길 희망한다"는 말로 꺾였다. 한 후보는 "관심과 응원, 질책과 비판에 모두 감사드린다"고 덧붙였다.
투표 발표 1시간 30분 전 이미 자택으로 귀가했던 김문수 후보는 "사필귀정·민주영생·독재필망·당풍쇄신"이라는 사자성어를 인용한 입장문을 냈다. 김 후보는 한 전 총리를 향해 "끝까지 당에 남아 이번 대선에서 함께 해주시길바란다"고 말했다. 그는 "이제 모든 것은 제자리로 돌아갈 것"이라면서 "즉시 선대위를 출범시키고 빅텐트를 세워 반이재명 전선을 구축하겠다"고 말했다(관련기사: "무임승차 후보의 협박"... 다리 불사른 김문수는 '자택 귀가'
https://omn.kr/2dfo4).
"모든 것은 제자리로 돌아간다"는 김 후보의 바람과 달리, 당은 이미 지도부의 '후보 갈이' 파동으로 돌이킬 수 없는 상처와 앙금이 쌓일 대로 쌓인 상태다. 김문수 캠프의 한 관계자는 이날 부결 발표 직전 <오마이뉴스>와의 통화에서 "당 지도부가 돌이킬 수 없는 강을 건넜다"면서 "당 선거에 (지도부가) 끼친 해악이 지금 얼마냐"고 토로했다.
당 지도부 방침에 반발한 다수 의원들이 권성동 원내대표의 사퇴까지 요구하고 나선 배경도 이 때문이다. 조경태· 송석준·김성원·서범수·박정하·김형동·배현진·고동진·김예지·안상훈·박정훈·정성국·한지아·진종오·우재준 등 의원 15명은 이날 성명서를 내고 "(비대위의) 책임은 어떤 변명으로도 용납되기 힘들다"면서 "이번 사태에 깊이 관여해 온 권성동 원내지도부의 동반 사퇴를 촉구한다"고 강조했다.
이들은 이어 "당은 신속하게 재정비해 24일 앞으로 다가온 대선에 매진해야 한다"면서 "이런 조치들을 통해 엉망이 된 당내 민주적 질서를 회복하고 24일 앞으로 다가온 대선에서 승리할 발판을 재건하길 강력히 촉구한다"고 밝혔다.

▲ 한덕수 대선 예비후보가 10일 서울 여의도 국민의힘 중앙당사에서 긴급 기자회견을 마친 뒤 나서고 있다.
남소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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당원 손에 끌어내려진 한덕수... 국힘의 '후보갈이' 작전은 완전 망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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