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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재명-김장하 만남 성사 막전막후...뒷이야기를 공개합니다

5월 10일 진주서 만나 차담, 김경수 위원장 등 동석... 이재명 "참 어른 모습 보여줘"

등록 2025.05.12 10:29수정 2025.05.12 10:3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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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더불어민주당 이재명 대통령선거 후보가 10일 오후 진주를 방문해 한 찻집에서 김장하 전 남성문화재단 이사장을 만나 이야기를 나누었고, 이 자리에는 김경수 전 경남지사가 함께 했다.
더불어민주당 이재명 대통령선거 후보가 10일 오후 진주를 방문해 한 찻집에서 김장하 전 남성문화재단 이사장을 만나 이야기를 나누었고, 이 자리에는 김경수 전 경남지사가 함께 했다. 경남도민일보 김구연

"몸소 삶으로 보여주신 나눔과 연대, 평등의 가치를 본보기 삼아, 모두가 함께 잘 사는 나라를 만들기 위해 온 힘 다하겠습니다."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선후보가 10일 경남 진주를 방문해 김장하(81) 선생을 만난 뒤 이날 저녁 소셜미디어에 올린 글의 일부다.

이 후보는 '골목골목 경청투어' 일정으로 이날 창녕·함안·의령에 이어 진주를 찾았다가 전통찻집 '죽향'에서 김장하 선생과 차담을 나눴다. 이 자리에는 경남도지사를 지낸 김경수 중앙선대위 총괄선대위원장(경남선대위 상임선대위원장 겸임), 대변인 강유정 국회의원 등이 동석했다.

김장하 선생은 사천 석거리에 이어 진주에서 할아버지가 지어주신 아호 '남성(南星)'을 붙인 남성당한약방을 60년간 운영했다. 그는 수입으로 장학금을 지원했고 명신고등학교를 설립해 국가에 기부채납했으며, 경상국립대를 후원하는 등 장학사업을 이어왔다. 형평운동기념사업과 진주오광대 복원을 비롯해 각종 시민사회와 문화예술, 언론 등을 지원하기도 했다.

'김장하 장학생'은 지난 4월 퇴임한 문형배 전 헌법재판소장 권한대행을 비롯해 그 숫자를 헤아리지 못할 정도다. 김 선생에 대한 이야기는 다큐 <어른 김장하>, 책 <줬으면 그만이지>를 통해 알려지기도 했다.

"똥은 쌓아두면 구린내가 나지만, 흩어버리면 거름이 돼 꽃도 피우고 열매도 맺는다. 돈도 이와 같아서 주변에 나눠야 사회에 꽃이 핀다"는 것이 김 선생의 지론이다. 장학금을 받은 학생들이 찾아와 인사했을 때 "나에게 고마워 할 필요는 없다. 나는 이 사회에 있는 것을 너에게 줬을 뿐이니, 갚으려거든 내가 아닌 이 사회에 갚으라"고 한 그의 어록은 이미 널리 알려져 있다.

이런 '어른' 김장하 선생의 삶이 알려지면서 이재명 후보와의 만남에 시민들의 관심이 쏠렸다. 이 후보 측과 김 선생 측은 만나는 당일 언론에 일정을 공개하기로 했지만, 이 소식은 전날부터 뉴스를 탔다.


"김경수 통해 하는 게 더 힘이 실릴 것 같다"

이재명 후보와 김장하 선생의 만남은 어떻게 성사됐을까. 김장하 선생의 사회환원 등 사연이 알려진 뒤 많은 시민뿐만 아니라 정치인들도 그를 만나고 싶어한다. 특히 6.3 대선을 앞두고 일부 정당 경선후보들이 김 선생을 만나고 싶어했지만 성사되지 않았다.


이런 가운데 김장하 선생이 이재명 후보를 만나 이목을 끌었다. 이번 만남은 김경수 위원장이 지난 4일 진주를 찾아 김장하 선생에 만남을 제안하면서 성사됐다.

김 위원장이 김 선생과 여러 대화를 나누다가 이 후보 이야기를 꺼낸 것. 이때 김 선생은 "주변에 몇몇 사람들이 이재명 후보를 만나 달라고 요청한다. 차정인 전 부산대 총장을 어제(3일) 우연히 식당에서 만났는데, 제안하기도 하더라"라며 "'오는 사람 안 막고 가는 사람 안 붙잡는다'는 말이 있다. 온다고 하면 시간을 내 보겠다. 여러 사람들로부터 제안을 받는데, 김경수 전 지사를 통해서 하는 게 더 힘이 실릴 것 같다"라고 말했다.

 5월 4일 오후 진주시내 한 커피숍에서 만난 김장하 선생과 김경수 전 경남지사.
5월 4일 오후 진주시내 한 커피숍에서 만난 김장하 선생과 김경수 전 경남지사. 윤성효

김장하 선생은 이전에 고 노무현 대통령과 문재인 전 대통령을 한약방에서 만났던 적이 있다. 노 전 대통령이 후보 시절인 2001년 가을, 사전에 아무런 연락 없이 한약방을 찾아와 김 선생을 만났고, 당시 노 대통령은 "좋은 분을 만난 것 같다"라고 말했다. 또 문재인 전 대통령은 대선 출마를 앞둔 2017년 2월 2일 한국토지주택공사 방문 당시 시간을 내 한약방을 찾았다. 남성당한약방이 운영될 때엔 만나고 싶은 사람이 한약방으로 찾아가며 됐지만, 2022년 5월 한약방이 문을 닫은 뒤에는 그렇게 되지 않았다.

김경수 위원장은 "이 후보가 경남 방문을 하게 되면 일정을 잡아보겠다"라고 했다. 며칠 뒤 이재명 후보의 '골목골목 경청투어' 경남 방문 일정이 잡혔다. 이때 김 선생 측과 민주당 측이 소통해 시간과 장소가 정해졌다. 김 선생은 여태훈 진주문고 대표, 김주완 작가(<줬으면 그만이지> 집필)와도 함께 자리를 하고 싶어 했지만, 소수만 참여키로 했다.

'계엄 당시 무슨 생각?' 질문에... "무리한다고 생각했지"

10일 김장하 선생은 평소에 잘 매지 않던 넥타이를 착용하고 집을 나섰다. 사모님이 아파트 앞 도로까지 나와 "잘 다녀 오소"라며 배웅했고, 김 선생은 "갔다 올게"라고 했다. 김 선생은 먼저 찻집에 도착해 있던 사람들과 차를 마시며 인사를 나눴다.

김경수 위원장도 찻집에 도착해 이야기를 나누다가 안귀령 민주당 서울도봉구위원장이 와 김 선생과 인사했다. 안 위원장은 12.3 계엄 때 총부리를 부여잡고 군인들을 향해 "부끄러운 줄 알라"고 발언한 바 있다. 안 위원장은 "국회에 갔을 때 이미 헬기 소리, 군홧발 소리가 났다. 죽을지도 모른다고 생각하며 현장에 갔었다"라고 말했다. 이때 옆에 있던 사람들이 박수를 치자 김 선생도 함께했다. 주변에선 "김장하 선생님으로부터 박수 받은 첫 정치인인 것 같다"는 반응도 나왔다.

한 기자가 "계엄 당일 무슨 생각이 드셨느냐"고 묻자 김장하 선생은 "(윤석열이) 무리를 한다고 생각했지"라고 답했다.

"승복하지 않으면 전쟁밖에 안 남지요"

이어진 만남의 순간. 이재명 후보는 먼저 와 앉아 있던 김장하 선생을 보고 "선생님 일찍 오셨네요. 제가 먼저 와서 기다려야 하는데"라면서 "영상에서 뵌 얼굴과 똑 같습니다"라고 했다. 건강을 여쭌 이 후보는 문형배 전 대행과의 인연을 끄집어낸 뒤 "훌륭한 제자를 두셨습니다"라고 말했다.

그러면서 이 후보는 "선생님이 하신 말씀 중 요란한 소수가 조용한 다수를 흔든다는 말씀이 참 (와 닿습니다)"라고 말했다. 이는 김장하 선생이 지난 2일 퇴임 이후 인사차 진주를 찾은 문형배 전 대행을 만나 대화를 나누면서 나온 말이다.

김 선생은 "민주주의 꽃이 다수결의 원리인데, 그게 무너지는 판"이라 말했다. 이 후보가 "가끔 그러지요"라고 하자, 김 선생은 "그래서 걱정이 돼 문형배 판사에 물었습니다"라고 답했다.

이에 이 후보는 "역사적으로 보면 그런 경우가 많지요. 힘 있는 소수가 다수를 억압하는 경우가 많지요. 그래도 가끔씩은 힘 없는 소수가 제자리를 찾을 때도 있지 않습니까. 이번처럼"이라고 했다. 그러자 김 선생은 "문제는 승복할 줄 알아야 됩니다. 결과에 승복을 안 하니까"라고 말했다. 이 후보는 동의하면서 "같이 사는 세상에서 승복하지 않으면 전쟁 밖에 안 남지요"라고 했다.

옆에 있던 김경수 위원장은 "어제(9일)도 승복 안하는 일이 또 생겼어요"라고 말했다. 김 위원장이 언급한 '승복 안하는 일'은 국민의힘이 경선으로 정한 대선후보를 취소하고 교체하려고 했던 상황을 뜻한다.

 더불어민주당 이재명 대통령선거 후보가 10일 오후 진주를 방문해 한 찻집에서 김장하 전 남성문화재단 이사장을 만나 이야기를 나누었고, 이 자리에는 김경수 전 경남지사가 함께 했다.
더불어민주당 이재명 대통령선거 후보가 10일 오후 진주를 방문해 한 찻집에서 김장하 전 남성문화재단 이사장을 만나 이야기를 나누었고, 이 자리에는 김경수 전 경남지사가 함께 했다. 경남도민일보 김구연

"젊은이들 투표하게 정치권에서 정책 세워달라"

기자들이 나간 뒤 비공개 대화가 진행됐다. 이재명 후보는 "주변에서 선생님을 만나면 좋겠다고 제안을 했습니다"라고 말했다. 김 선생은 평소에 이따금 하던 '돌 섞인 밥' 이야기를 했다.

"이야기 하나 하겠습니다. 바깥사돈끼리 길에서 만나 집으로 모시고 가서 안주인한테 밥을 지어 저녁 대접을 했는데, 손님사돈이 밥을 먹다 돌을 씹었어요. 당황할 수밖에 없었던 주인사돈이 '돌이 많지요'라고 했어요. 당황했던 손님사돈이 '아니 올시다. 쌀이 더 많습니다'라고 했습니다. 쌀은 질서를 지키고 법을 지키며 사는 보통 사람들입니다. 우리 사회에서 보통사람들이 제대로 뿌리를 내릴 수 있기는 바라고, 쌀이 많아야 합니다."

이에 이 후보는 "우리 사회도 돌이 없는 제대로 된 밥을 지어야겠다는 생각이 듭니다"라며 "문형배 전 재판관한테 요란한 소수가 말없는 다수를 지배하는 것에 대해서 어떻게 생각하느냐고 물었던 말과 일맥상통하는 말인 것 같습니다. 밥에 돌이 없어야죠"라고 말했다.

대화는 자연스럽게 이어졌다. 김 선생은 "청년들, 20대, 30대들이 요새 투표를 하지 않는 경향이 있습니다"라며 "심각한 문제인데, 정치권에서 이를 해결하기 위한 정책을 세워야 한다고 봅니다"라고 말했다. 그러면서 김 선생이 "시내 중심가가 빈집 투성이"라고 하자 이 후보는 "진주시내도 그래요?"라 물었다. 김 선생은 "가 보면 알 것입니다. 경제가 살아나도록 해야 합니다"라고 말했다.

김경수 위원장이 "조금 뒤 시내 차없는거리를 가볼 예정"이라고 말했다. 이 후보는 "지방에 인구가 줄어 지방소멸이 나라 전체의 문제입니다. 진주만의 문제가 아닙니다"라며 "요새 먹고 살기가 어렵습니다. 청년들이 갈 곳이 없습니다. 우리가 젊었을 때는 조금만 노력하면 됐는데, 지금은 길이 없습니다. 경제성장을 해야 하는데 그래야 길이 생기고 지방이 살 것입니다. 지금처럼 하면 나라는 망합니다. 젊은이들이 꿈이 없어졌습니다"라고 말했다. 이에 김장하 선생은 "노력해 주십시오"라고 당부했다.

야구 이야기도 나왔다. 이 후보가 김 선생에 대해 알아보고 온 듯 "야구를 좋아하신다면서요?"라고 물었다. 프로야구 NC다이노스 팬이라고 하자 이 후보는 "성남시장으로 있을 때 NC다이노스를 유치하고 싶었는데 성남에 야구장이 없어서 못했습니다"라고 말하자, 김경수 위원장이 "그럴까봐 경남지사로 있을 때 창원NC파크 마산구장 조성 예산을 지원했죠"라고 말해 좌중에 웃음이 터졌다.

대화가 이어지는 가운데 이 후보가 입고 있는 양복 겉옷을 살짝 열어 보이며 "(요새) 상식을 벗어나도 너무 많이 벗어 났어요. 온동네가 난리입니다"라고 말했다. 이에 김 선생이 "괜찮으시냐"고 묻자 이 후보는 "괜찮은 편인데 (주변에서) 걱정을 너무 많이 하십니다. 유세도 하지 말라는 말을 할 정도입니다"라고 말했다. 그러자 김경수 위원장은 "어제(9일) 선대위 회의를 하는데 유세 중단 이야기도 나왔습니다"라고 말했다.

김장하 선생, 차량에 타기 전 시민들한테 손 흔들어

녹차를 마시며 이어진 대화는 이재명 후보의 다음 일정 때문에 마무리됐다. 이 후보는 김 선생에게 "건강하십시오"라고 인사했고, 김 선생과 김 위원장은 찻집에서 나와 차 앞까지 배웅했다. 일부 시민들이 "이재명"을 연호하다가 김장하 선생과 김경수 위원장이 나오자 연달아 "김장하", "김경수"를 연호하기도 했다. 김장하 선생은 차량에 타기 전 시민들한테 손을 흔들어 인사했다.

이재명 후보는 찻집 방명록에 "차(茶) 마시는 민족은 흥한다. '죽향'의 차향으로 세상을 맑게"라고 썼다. 이는 다산 정약용(1762~1836) 선생이 남긴 "술을 마시는 민족은 망하고, 차를 즐겨 마시는 민족은 흥한다"라고 한 말에서 따온 것이다.

김장하 선생은 차를 타고 자택으로 돌아가는 길에 "이 후보가 이리저리 다녀야 해서 바쁠텐데 시간을 많이 할애한 것 같다. 얼마 전에 텔레비전을 보니 얼굴 빛이 좋지 않았는데, 오늘은 얼굴이 밝아 보여서 다행이다"라고 말했다.

 김장하 선생이 5월 10일 오후 진주 전통찻집 죽향에서 이재명 대선후보를 만나고 난 뒤 김경수 전 경남지사와 함께 나오며 걸어가고 있다.
김장하 선생이 5월 10일 오후 진주 전통찻집 죽향에서 이재명 대선후보를 만나고 난 뒤 김경수 전 경남지사와 함께 나오며 걸어가고 있다. 김윤수

이재명 "'참 어른'이 무엇인지를 보여줘"

이재명 후보는 김장하 선생을 만난 이날 저녁 소셜미디어에 올린 글을 통해 "선생님께서는 '내가 가진 것은 모두 사회의 것'이며 '돈은 쌓아두는 것이 아니라 흘려보내야 한다'는 신념을 평생의 삶으로 실천하셨습니다"라며 "형편이 어려운 학생들이 학업을 이어갈 수 있도록 장학금을 지급하고, 사재로 학교를 설립해 국가에 기증하신 선생님의 삶은 우리에게 '참 어른'이 무엇인지를 보여줍니다"라고 했다.

이어 "선생님과의 만남을 통해, 우리 사회를 지탱하는 힘은 거창한 구호나 요란한 목소리가 아닌, 묵묵히 자신의 자리를 지키며 살아가는 평범한 이웃들의 선의와 연대임을 다시금 깨달았습니다"라고 덧붙였다.

또한 "다수를 존중하는 민주주의 핵심원칙을 지키며, 지금의 혼란과 분열을 넘어 통합과 화합으로 나아가야 할 방향도 더욱 분명히 볼 수 있었습니다"라며 "'돌이 없는 제대로 된 밥을 짓겠습니다' 해주신 말씀을 우리 사회 곳곳에 남아있는 불공정과 차별, 갈등을 걷어내고 모두가 행복할 수 있는 세상을 만들라는 당부로 새겼습니다"라고 했다.
#김장하 #2025대선 #이재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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