등록 2025.05.12 16:39수정 2025.05.12 16:3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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베이비페어에 가보면 프뢰벨, 몬테소리 등 유아교육 업체가 줄지어 서 있다. 그들은 만 3세 전 교육을 강조하며, 꼭 지금 시기에 배워야 할 것이 있다고 강조한다. 육아 시장은 늘 '지금 아니면 늦는다'는 메시지를 던진다. 프뢰벨, 몬테소리 등 유아 교구 브랜드들은 만 3세 전 교육을 강조하며, 때를 놓치면 안 된다고 말한다.
책육아도 마찬가지다. 정해진 독서 리스트, 인증 챌린지, 전집 구매까지. 아이에게 좋은 걸 해주고 싶은 마음은 같지만, 나는 가끔 그런 방식들이 부담스럽다. 그래서 나는 내 방식대로, 아주 소박하게 책육아를 하고 있다.
나의 책육아는 훨씬 소박했다. 자기 전에 아이에게 책을 읽자고 권하는 것. 피곤한 날은 못 읽을 때도 있었지만, 밤이면 자연스레 나오는 말이 있었다.
"책 읽자."
책은 내가 고를 때도, 아이가 고를 때도 있었다. 원칙은 하나였다. 그냥 재밌게 읽자. 사실 나는 책을 꾸준히 읽는 성격이 아니다. 쓰는 건 좋아하면서도, 읽는 건 쉽지가 않다. 그런데 아이에게 책을 읽어줄 땐, 이상하게 힘이 덜 들었다. 아이의 진지한 표정에, 웃고 싶은 걸 꾹 참고 실감나게 동물 목소리 흉내낸다. 나도 모르게 장면 안으로 들어가게 되는 것이다.
어제, 내가 고른 책은 <달구경 가자>였다. <달구경 가자>는 프뢰벨교육연구소가 기획한 유아 그림책 시리즈 중 한 권으로, 김동성 작가가 그림을 그렸다. 밤하늘을 향한 따뜻한 상상과 공동체적 따스함이 돋보이는 책이다. 두 돌 아이부터 대여섯 살 아이까지 재밌게 읽을 수 있다.

▲ 아이와 읽은 책. 제목은 '달구경 가자' 나는 중고마켓에서 구매했다.
프뢰벨교육연구소
달을 따서 절구에 찧고, 동물들과 함께 달떡을 먹는 이야기였다. 나는 달에 대해 오래전부터 환상 같은 걸 갖고 있었다. 젊은 시절, 어두운 밤을 위로해준 건 가로등도 네온사인도 아닌 달빛이었다. 그런 내가 딸에게 달 이야기를 읽어주고 있다는 사실이 조금 뭉클했다.
우리는 책을 다 읽고 나서 꿈에서 만나자고 약속했다. 강아지 손을 잡고 달을 따러 가자고 했다.
"눈 감으면 달떡 먹으러 가는 거야. 맛있겠다."
아이가 잠든 뒤 나는 작은 이벤트를 준비했다. 로켓배송으로 백설기를 주문하고, 작은 접시에 밀가루를 덜어 아이의 머리맡에 놓아두었다. 아침엔 아이보다 조금 일찍 일어나 입 주변에 밀가루를 묻혔다. 식탁 위에는 동그란 백설기 하나, 상현달 모양, 하현달 모양으로 자른 떡을 놓았다.

▲엄마가 만든 달떡. 하늘에서 따온 달떡은 아니지만, 마음으로 만든 떡이다.
본인

▲책 속 장면. 아이는 이 장면에서 토끼가 진짜 집에 올 거라 믿었다.
프뢰벨교육연구소

▲입가에 묻은 떡고물. 꿈을 꾸는 동안 행복했으면 좋겠다.
본인
"어머, 네 입에 떡고물이 묻어있어! 식탁 위에 가봐. 동물들이 달떡 두고 갔어."
"이거 진짜 동물들이 만든 거 맞네! 책에서 본 거랑 똑같잖아."
아이는 달떡이 정말 맛있다고 했다. 그리고 이런 말을 남겼다.
"마음이 따뜻해지는 것 같아."
특별한 교구 없이도, 그림책 한 권과 떡 한 접시로 아이와 연결되는 방법이 있다면 그건 그 자체로 훌륭한 교육이다. 책을 함께 읽고, 함께 상상하고, 그 상상을 다시 현실로 풀어내는 일. 아이는 금세 잊을지 모르지만, 내 기억에는 더 오래 남을 것 같기도 하다. 책 한 권과 백설기 한 접시로 아이에게 상상을 선물할 수 있다면, 아이가 1퍼센트라도 더 다정한 어른으로 자랄 것만 같다.
이런 책육아는, 어쩌면 누구나 할 수 있는 시작 아닐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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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예 창작을 전공해 유독 '시'감성이 충만한 사람. 매일 쓰고 다듬으며 살아간다. "내가 죽으면 무엇이 될까?" 그 질문이 나를 살게 한다. 언젠가, 나는 무엇이 되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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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 방식 대로 책육아했더니 "엄마, 마음이 따뜻해지는 것 같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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