등록 2025.05.13 14:13수정 2025.05.13 14:1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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요즘 아침 5시면 알람을 듣고 잠에서 깬다. 딱히 누가 강요한 것도 아니고 새벽부터 특별히 할 일은 없다. 하지만 누군가의 말처럼 '하루의 5자를 두 번 보게 되면 성공할 확률이 높아진다'(새벽 5시와 오후 5시)라는 말을 듣고, 그 말을 행동에 옮겨 실천해 본 지도 6개월이 지나고 있다.
지난 저녁 늦게까지 약속이라도 이어진 날이면 다음날 침대를 벗어나는 것이 마치 큰 바위에 눌린 듯이 힘이 들지만 아직까지는 용케 잘 이겨내 새벽 기상을 이어가고 있다. 곱게 잠든 아이들 방을 조심스레 열어보면서, 무사한 하루의 시작에 감사한다.
그렇게 가족들이 깨지 않게 조용히 현관문을 열고 아파트 산책길에 나선다. 봄을 알리는 화려한 꽃들은 사라지고 이제 녹색으로 옷을 갈아입은 기분 좋은 신선함이 나를 감싼다.

▲라일락 늦게 피는 꽃이 더 아름답다. 아파트 현관 입구의 라일락
정건우
우리 집에 들어가는 현관 입구에는 두 그루의 라일락 나무가 있다. 짙은 향기를 품어내던 커다란 라일락 나무. 봄을 가장 먼저 반겨주는 라일락 나무를 보고 있으면, 가지마다 연보랏빛 꽃송이가 탐스럽게 매달려, 현관을 지나칠 때마다 기분 좋은 향기를 선물하곤 하였다. 그리고 그 옆에는 작은 라일락 나무가 한 그루가 더 있다.
크기도 작고, 잔가지도 드문드문, 마치 그늘에 가려 제대로 자라지 못한 듯한 나무는 이른 봄, 서로의 아름다움과 향기를 자랑하듯 피어나는 화려한 꽃들과 향기의 향연 속에서도, 작은 잎사귀만 부끄러운 듯 돋아날 뿐 꽃봉오리조차 찾을 수 없었다.
처음엔 작은 나무가 라일락 나무인지도 모르고 지나치곤 하였다. 그런데 봄이 거의 지나고 있는 지금의 길목, 요즘은 여름을 준비하는 듯 꽃 향기는 사라지고 녹음으로 가득한 풍경으로 가득 채워지고 있다.
눈에 들어오지 않았던 작은 나무에서 꽃 봉오리가 맺히더니 어느샌가 가지 끝에 연보랏빛 꽃송이가 하나둘씩 피어나기 시작했다. 아직 봄이 끝나지 않았다는 뜻인가 보다. 크고 화려하지는 않았지만, 연보랏빛 꽃들과 향기는 이미 져버린 라일락과 비교하여도 결코 뒤처지지 않았다.
그걸 보며 요즘의 나를 떠올린다. 지난 4월 생일을 지나, 이제 곧 50대를 맞이하는 나.

▲ 라일락나무(자료사진)
soflightsto on Unsplash
왜인지 늘 부족하게 느껴지고, 목표를 다 이뤘다고 자부할 수 없는 듯한 현실의 벽이 나를 힘들게 한다. 한때는 큰 꿈이 있었고, 그 꿈을 향해 나아가고자 했지만, 어느 순간부터 내 삶은 이룬 것이 없다는 좌절감이 어깨를 자주 짓눌렀다. 잘 살아내고서도 하루 마지막엔 힘들기만 했다.
그러나 작은 나무가 피운 늦은 꽃처럼, 50대에 들어서는 나는 아직 끝난 것이 아니라는 생각을 해본다. 인생의 봄은 모두에게 다르게 찾아온다. 누구에게는 빠르게, 누구에게는 느리게.
중요한 것은 포기하지 않고 끝까지 노력하는 것이라는 깨달음이 그 작은 라일락 향기를 타고 들어왔다. 크고 화려하지 않더라도, 작고 소중한 나만의 꽃을 피우는 날이 올 것이라는 믿음 말이다. 오늘도 나는 내 삶의 꽃을 피우기 위해 다시 걸어간다.
새벽 산책을 마치고 현관을 지나며 작은 라일락 나무의 향기를 맡아본다. 그 향기는 오히려 더 짙고 달콤하다. 그 향기를 느끼며 다시 한번 나 자신을 다독인다.
실패와 좌절, 부족함 속에서도 내 삶의 봄은 아직 남아 있다는 것을 다시금 믿어주기로 결심한다. 누구보다 느리게 피어난 꽃일지라도, 그 아름다움은 결코 퇴색되지 않는다는 사실을 라일락에게서 배우고 있다. 그렇게 오늘도 나는 내 삶의 꽃을 피우기 위해 다시 걸어간다. 내 꽃도 언젠가는 필 것이다.

▲현관 입구의 라일락 늦게 피는 꽃이 더 아름답다. 아파트 현관 입구의 라일락
정건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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평범한 가장에 평범한 직장인. 현재를 살아는 이들과 생각을 나누고 공감 할 수 있는 글을 쓰고 싶은 평범한 범인(凡人). 저서로는 누구나 공감 할 수 있는 사랑,이별 그리움,그리고 일상에 대한 짧은 메세지 <시절인연>이 있다. 모래시계_ 한쪽이 비워져야 다른 한쪽이 채워지는 슬픈 운명/ 나를 비울께 너를 채워<시절인연>본문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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새벽 5시 산책의 깨달음, 늦게 피는 꽃도 아름답구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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