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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5살 레즈비언이 61살 할아버지를 지지하는 이유

[주장] 차별금지법 제정 외치는 유일한 대선 후보, 기호 5번 민주노동당 권영국

등록 2025.05.13 15:06수정 2025.05.13 18:5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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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 삶은 허구다. 내 가족과 함께 밥을 먹던 여자친구는, '사교성이 좋은 딸내미 친구'다. 내가 병상에 누워 있을 때 나를 돌봐주던 여친은, '딸내미의 심성 고운 친구'다. 나와 동거하던 내 여친은, '월세를 아끼는 여자 룸메이트'다. 해외여행을 같이 갔던 여친은, '민정이와 정말 친한 친구'다. 나는 거짓말을 하는 삶을 산다. '엄마, 내 친구야'라고 말하는 삶을 산다. 생략된 말을 먹으며 허구를 짓는다.

나는 한 편으로 이렇게 말한다. "이 친구와 함께 삶을 꾸려나가려고 해, 언젠가 결혼도 하고 싶어. 엄마가 축복해주면 좋겠어". 하지만, 다른 한 편으로 이렇게 말한다. "엄마 친구들이 나에 대해 수군거리지 않으면 좋겠어. 엄마가 나 때문에 힘들지 않으면 좋겠어". 그래서 나는 매번 다짐한다. 그러니까 그냥 말하지 않을게. 지금까지 잘 숨겨왔으니까 조금만 더 거짓말할게.

윤석열 퇴진해 무지개 피켓 성소수자차별반대 무지개행동이 '윤석열 퇴진 집회'에서 "윤석열퇴진해"라는 무지개 피켓을 들고 있다.
▲윤석열 퇴진해 무지개 피켓 성소수자차별반대 무지개행동이 '윤석열 퇴진 집회'에서 "윤석열퇴진해"라는 무지개 피켓을 들고 있다. 성소수자차별반대 무지개행동 페이스북

나도 힘들고, 엄마도 힘든 나의 정체성은 대한민국에서 감옥이다. 전과는 없지만 감옥에 갇혀 산다. 아닌 주변 많은 퀴어들이 스스로를 감추고 살아간다.

윤석열을 몰아낸 광장에서 자신의 성정체성을 말한 시민들이 무척 반가웠다. 집에서 부모에게, 학교에서 친구에게, 직장에서 동료에게 거짓말하는 퀴어들의 삶이 광장에서는 조금 달랐다. 그들은 윤석열이 대통령이 아닌 한국 사회에서 성소수자가 어떻게 살고 싶은지를 고백했다. 더이상 이렇게 살고 싶지 않다는 호소에 함께 울었다. 그렇게 윤석열은 쫓겨났다.

 민주노동당 권영국 대선후보가 13일 오전 서울 성북구 성신여대입구역 인근에서 선거유세차에 올라 지지를 호소하고 있다.
민주노동당 권영국 대선후보가 13일 오전 서울 성북구 성신여대입구역 인근에서 선거유세차에 올라 지지를 호소하고 있다. 연합뉴스

하지만 조기대선에서 내가 보이지 않는다. 차별금지법도 보이지 않는다. 광장을 대변하겠다는 이재명 후보와 더불어민주당은 나의 존재를 사회적 공론화와 합의로 가둔다. 일부 보수 종교계가 주장하는 혐오 뒤에 숨어버렸다. 이처럼 소극적인 태도는, 차별금지법 제정을 사실상 반대하는 것이라 여겨진다.

2017년의 적폐청산은 2025년 내란세력척결이 되었다. 언제까지 과거 정리만 하고 살아야 할까? 압도적인 정권교체가 되면 차별금지법이 제정될까? 차별과 혐오가 끝나고, 성소수자는 더이상 거짓말하지 않아도 될까? 당당하게 대선후보로 차별금지법 제정을 공약으로 내거는 후보는 왜 이리 없을까?

한국게이인권운동단체 친구사이 무지개 깃발과 권영국 한국게이인권운동단체 친구사이 무지개 깃발에 기호 5번 민주노동당 권영국 후보가 축하메시지를 쓰고 있다.
▲한국게이인권운동단체 친구사이 무지개 깃발과 권영국 한국게이인권운동단체 친구사이 무지개 깃발에 기호 5번 민주노동당 권영국 후보가 축하메시지를 쓰고 있다. 민주노동당 성소수자위원회

그래서 나는 당원도 아니지만, 기호 5번 민주노동당 권영국을 지지하기로 했다. 그는 사실상 당선 가능성이 없다. 하지만 권영국은 윤석열이 쫓겨난 세상에서 유일하게 차별금지법 제정을 말한다. 35년 허구의 삶이 61살의 할아버지를 지지하는 이유다. 당선 가능성 없는 후보지만, 내 미래를 그려줄 유일한 진보대통령 후보이기 때문이다.


나 스스로에게 거짓말하는 과거를 끝내고 싶다. 나도, 엄마도 내 정체성 때문에 힘들지 않아도 되는 나라를 원한다. 그러기 위해선 앞으로, 미래로 나가야 한다. 미래는 차별금지법 제정이라는 일곱 글자에 있다. 내 삶과 대한민국을 바꿀 진정한 미래는 차별금지법 제정이다.

내 삶을 적폐청산과 내란세력척결에 위탁하지 않겠다. 계엄과 내란을 막으며 민주주의를 지켜낸 성소수자와 그의 동료들을 위해 살겠다. 기호 5번 민주노동당 권영국 후보와 함께 작지만 큰 미래를 만들겠다. 나의 한 표는 차별금지법 제정의 유일한 길이다. 그게 거짓말로 장식된 나의 35년 허구를 끝내는 시작이다.
덧붙이는 글 무지개행동(Rainbow Action)에서 제21대 대선 성소수자 정책 요구안 제안, 성소수자 지지를 표현하는 프로필 만들기 등의 참여행동 <무지개 수호대: 성소수자 지키는 민주주의>를 진행하고 있습니다. 혐오와 차별을 막아내는 민주주의를 위해 함께 해주세요. ▶자세한내용: https://rainbowaction.kr/
#차별금지법 #권영국 #성소수자 #윤석열퇴진 #민주노동당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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