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영예선생님 화왕산 숲속애 자연학교에서
움사랑생태어린이집
4. 이오덕 선생님 : 삶을 가꾸는 글
이오덕 선생님은 직접 뵌 적은 없지만, 책을 통해 스승으로 삼았다. 선생님의 글은 어렵지 않은 말로 쓰였지만 마음 한구석을 콕 찌르며 불편함을 주었다. 아마 내가 아이들을 가르치는 사람으로서 부끄러웠기 때문일 것이다. 아이들 앞에서 말하고 글을 쓰면서도, 내가 무슨 말을 하는지 제대로 돌아본 적이 없었던 것 같다.
선생님은 평생 초등학교 교사로 지내시며 아이들의 말과 삶을 글로 지켜오신 분이다. 아이들이 자기 삶을 자기 말로 표현해야 한다고 하셨고, 그렇게 쓰는 것이 바로 '삶을 가꾸는 글쓰기'라고 하셨다. <우리말 바로쓰기> <글쓰기 어떻게 가르칠까> <삶을 가꾸는 글쓰기> 같은 책에서는 아이들이 쓴 글을 가감 없이 보여주시며, 어른들이 얼마나 아이들의 삶을 함부로 말하고 판단해 왔는지 깨닫게 해주셨다.
선생님은 글을 가르친 분이 아니라 삶을 보여주신 분이었다. 선생 답게 말하고, 선생 답게 사는 법을 몸소 실천하신 분이다. 그래서 선생님의 글을 읽을 때마다 나는 늘 나 자신을 돌아보게 된다. 부끄러움과 존경이 동시에 남아 있는 그런 스승이다.
얘들아 너희들의 노래를 불러라 – 이오덕
얘들아, 불러라 너희들의 노래를.
사람은 누구든지 제 목소리로 자라난단다.
나도 너희들의 노래를 부르면서 어린 아이로 살고 싶단다.
아, 이 세상 모든 어른들이 아이들이 노래로 살아간다면
이 세상은 천국이 되겠지.
틀림없이 천국이 되겠지.
5. 윤태규 선생님 : 기다려주는 리더
윤태규 선생님은 이오덕 선생님의 제자다. 스승의 삶과 교육 철학을 곁에서 지켜보며, 글쓰기와 교육을 삶 안에서 실천해 오신 분이다. <우리 아이들, 안녕한가요> <똥교장 선생의 초등 교육 이야기> 같은 책을 통해 통해 그 정신이 고스란히 전해진다. 아이들의 삶을 중심에 두고, 말 한마디, 습관 하나도 허투루 지나치지 않으며, 가르치는 일이 곧 살아가는 일임을 보여주셨다.
선생님을 처음 뵌 것은 퇴직 후, 우리 원에 졸업반 아이들을 초등학교에 보내기 전 부모교육을 위해 방문하셨을 때였다. 부모들에게 "공부보다 똥 잘 싸는 아이, 건강한 습관을 가진 아이가 더 중요하다"는 말씀을 전해 주셨다. 그 후 존경하는 마음으로 가끔 찾아 뵙고 연락을 드리며 인연을 이어오고 있다.
오랜 세월 교사와 교장으로 일하셨지만, 선생님은 언제나 교사 곁, 아이 곁, 부모 곁에 가까이 서 계신 분이었다. 높은 조회대에서 긴 훈화를 하던 교장 선생님이 익숙했던 내게, 아침마다 교문 앞에서 아이의 이름을 불러주고, 부모를 학교 활동에 참여시키며, 아이들과 교사들에게 "오늘도 재미있게 보내라"는 아침 편지를 띄우던 모습은 깊은 인상을 주었다. 위에서 내려다보지 않고 옆에서 손 내밀고 기다려주는 리더십이 어떤 것인지 직접 보여주신 것이다.
선생님의 모습을 따라 나 또한 기관을 운영하며 목표를 세우고 방향을 정할 때, 앞에서 끌고 가는 사람이 아니라 뒤에서 밀어주고 받쳐주는 사람이 되어야겠다는 다짐을 하게 되었다.
6. 임재택 교수님 : 길을 만드는 사람
생태유아교육을 말할 때 임재택 교수님의 영향을 빼놓을 수는 없을 것이다. 교수님은 생태유아교육의 선구자로, 부산대학교 유아교육과 명예교수이며 이론과 실천을 정립해 온 분이다.1995년 국내 최초 대학부설 어린이집을 설립하셨고, 2002년에는 생태유아공동체와 한국생태유아교육학회를 창립하여 친환경 급식 운동과 학술 활동을 활발히 이끌어오셨다. 현재는 한국생태유아교육연구소이사장으로 활동 중이다.
교수님은 자연의 섭리, 사람의 도리, 생활의 지혜에 기반한 우리 선조들의 오천 년 생명·생태적 육아 지혜를 오늘의 유아교육 현장과 가정 양육에 어떻게 되살릴 수 있을지를 연구해왔다. 생명존중의 삶을 바탕으로 한 아이들의 양육 방식을 교육 현장에서 직접 실천하며, 산업자본주의 사회에서 길을 잃은 우리 육아 현실 속 아이들에게 잃어버린 자연, 놀이, 그리고 아이다움을 되찾아주는 새로운 패러다임—자생적 한국 유아교육인 '생태유아교육(K-Eco Early Childhood Education, K-EECE)'을 우리 사회에 뿌리내리는 데 한평생을 바쳐왔다.
학회나 모임에서 교수님을 자주 뵐 기회가 있었고, 우리 기관에서는 교사교육과 부모교육을 부탁드리며 직접 모시기도 했다. 그때마다 교수님은 우리가 가야 할 방향을 명확하게 짚어 주셨고, 제대로 따라가기만 해도 길을 잃지 않으리라는 확신을 안겨주신 분이다. 언제나 고마운 스승이었다.
선생은 단지 가르치는 사람이 아니다. 가르침을 통해 세상을 조금 더 나은 곳으로 만들고, 내가 가르치는 이들이 그 세상에서 좋은 사람으로 행복하게 살아가도록 돕는 사람이다. 스승의 날을 앞두고 다시 돌아보게 된다. 나는 지금, 그런 선생이 되어가고 있는가. 나를 이끌어 준 스승들의 뒷모습을 따라, 나 역시 누군가의 길 위에 따뜻한 빛 하나가 될 수 있을까. 아직은 많이 부족하지만, 배운 것을 실천하며 그 길을 함께 걷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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