역주행에는 이유가 있다

고2 아들의 플레이리스트에서 만난 우즈의 '드라우닝'을 듣고

등록 2025.05.15 15:21수정 2025.05.15 15:2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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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2 큰아들의 플레이리스트에서 뜻밖의 한 사람을 만났다. 요즘은 아이와 긴 시간을 함께 차에서 보내는 일이 드물다. 학원과 친구 약속으로 주말까지 바쁘다 보니, 이렇게 함께 음악을 들으며 나서는 시간은 더없이 반갑다. 이럴 땐 늘 그렇듯, 플레이리스트는 아이의 몫이다.

그날도 처음 듣는 노래들이 이어졌다. 내 손으로는 다시 틀 일 없을 정신 사나운 곡도 있었지만,
뜻밖의 수확을 얻는 경우도 있는데, 이번에 알게 된 우즈(WOODZ)의 '드라우닝(Drowning)'이 그랬다. 요즘 역주행 중이라는 아들의 설명에 귀가 솔깃해졌다. 정작 당사자는 군복무 중이라니, 더 궁금해졌다.




알고 보니, '불후의 명곡' 국군의 날 특집에서 선보인 무대가 다시 주목을 받으며 역주행이 시작됐다고 한다. 영상을 본 순간, '이건 역주행할 수밖에 없었겠구나' 싶은 생각이 들었다. 군복을 입고 조용히 리듬을 타다 노래를 시작한 그의 무대는 TV 뉴스에도 소개될 만큼 큰 화제를 모았다. 관객들도 시청자들도 그 순간을 놓치지 않았다. 이어지는 고음은 마음속에 갇혀 있던 무언가를 대신 꺼내주는 듯했다. 그렇게 이 노래는 다시 사람들의 플레이리스트에 오르기 시작했다.

요즘처럼 빠르게 소비되는 시대에, 이 노래가 다시 주목받는다는 사실이 더 인상 깊었다. 묵묵히 자신의 자리를 지켜온 사람들에게 이 노래는 작은 위로이자 응원처럼 들렸는지도 모르겠다.

많은 가수들이 군백기를 두려워하지만, 이 사람에게는 오히려 그 시간이 기회가 되었다. 예상 밖의 무대 하나가 이전의 모든 시간을 새롭게 비추며, 노래에 담긴 진심이 비로소 사람들에게 닿기 시작한 것이다. 기회란 언제 올지 모른다. 그래서 결국 중요한 건, 자신의 속도로 멈추지 않고 계속 가는 일이라는 생각이 들었다.

우즈의 본명은 조승연. 어릴 적 브라질에서 축구 유학을 했던 소년이었다. 그러다 어느 날, 아는 형들과 간 노래방에서 "너 노래 못한다"는 말을 듣고 이상하게 기분이 나빴다고 한다. 축구 못한다는 말은 괜찮았는데, 노래는 달랐단다. 그때 처음, 자신의 꿈이 가수라는 걸 또렷하게 인식하게 되었다고 했다.


그 이야기가 유독 마음에 남았다. 작은 감정 하나를 흘려보내지 않고 들여다봤기 때문에 가능한 일이라는 생각이 들었다. 자신의 진심을 알아채는 건 어쩌면 그렇게 시작되는지도 모른다.

나도 그런 경험이 있다. 언젠가 남편이 "글쓰기는 그냥 취미야?"라고 물었던 적이 있다. 다른 말은 다 괜찮았는데, 그 한마디가 이상하게 기분이 나빴다. 그때 알았다. 아, 내가 글을 쓰는 이유는 단순한 취미가 아니라는 걸. 내가 진심으로 좋아하고, 멈추고 싶지 않은 일이란 걸.


우즈는 이후에도 여러 오디션과 데뷔 무대를 거쳤다. 중국 활동 그룹 UNIQ, 그리고 서바이벌 아이돌 오디션 프로그램을 통해 데뷔했던 팀 활동까지 이어졌지만, 그룹 활동은 오래가지 못했다.

UNIQ는 한중 관계 악화로 자연스럽게 중단됐고, 이후 팀 역시 방송 조작 논란으로 해체됐다. 본인의 잘못은 아니었지만, 활동은 멈춰야만 했다. 그래도 그는 음악을 놓지 않았다. 이름을 '우즈'로 바꾸고, 자신이 만든 곡으로 무대를 채우며 자신만의 음악을 꾸준히 이어갔다.

아들과 함께 그의 예전 무대도 찾아보았다. 육군훈련소 화랑제에서 부른 '한 페이지가 될 수 있게' 영상이었다. 노래를 부르며 웃고, 이야기하듯 멜로디를 이어가는 그 모습에 나는 이런 생각이 들었다.

'이렇게 진심으로, 즐기듯 자기 일을 하는 사람은 흔치 않다.'

그 장면을 초등학교 6학년인 둘째 아이에게도 보여줬다. 유튜브 영상을 함께 보며, 우즈가 어떻게 데뷔했고, 어떻게 다시 사랑을 받게 되었는지를 이야기해줬다.

"사람이 자기가 좋아하는 일을 할 때 어떤 표정을 짓는지, 너도 한번 잘 봐."

아이는 영상에서 눈을 떼지 못한 채 고개를 끄덕였다.

"그래서 꾸준한 게 정말 대단한 거야. 좋아하는 걸 멈추지 않는다는 건 쉬운 일이 아니거든."

노래가 좋아서 시작한 대화였지만, 결국은 내가 아이들에게 해주고 싶었던 가장 중요한 이야기였다. '드라우닝' 가사 중에는 이런 구절이 있다. '미치도록 사랑했던'. 그 문장을 듣는 순간, 마음속에서 무언가가 또렷해졌다. 자신의 일을 그렇게 미치도록 사랑하고, 포기하지 않고 이어가다 보면 언젠가는 누군가의 마음에 다시 닿게 되는 날이 오는구나. 그게 바로 '역주행'이라는 이름으로 돌아오는 순간이 아닐까.

지금도 누군가는 자신의 속도로, 묵묵히 하루를 채워가고 있을 것이다. 포기하고 싶은 마음을 눌러가며, 조급함을 달래며 말이다. 그래서일까. 이 노래에, 이 가수의 이야기에서 자신을 발견하는 사람들이 있다. '나도 괜찮다'고, '계속 가도 되는 거구나' 하고 말이다.

그리고 나도 바라게 된다. 우리 아이들도 언젠가, 자신이 사랑하는 일을 진심으로 즐기며 살아가는 사람이 되기를.
#우즈 #역주행 #꾸준함 #기회 #DROWNING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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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섯 살 터울 두 아이의 엄마입니다. 마음이 닿는 순간, 글로 남깁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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