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등록 2025.05.19 15:11수정 2025.05.19 15:11
오마이뉴스의 모토는 '모든 시민은 기자다'입니다. 시민 개인의 일상을 소재로 한 '사는 이야기'도 뉴스로 싣고 있습니다. 당신의 살아가는 이야기가 오마이뉴스에 오면 뉴스가 됩니다. 당신의 이야기를 들려주세요.
수도권 동네에서 작은 도시락 가게를 운영하다 보면 가끔씩 뜻밖의 제안을 받기도 한다. 그럴 때는 대부분 우리 지역 내의 크고 작은 행사에 음식이 필요한 경우가 많다. 동네 어려운 이웃에게 반찬을 제공할 수 있는지, 또는 경로잔치 등에 필요한 도시락이 되는지 등이다.
그런데 이런 행사는 대부분 예산이 넉넉지 않은 경우가 대부분이다. 지역 내 예산이 많지 않으니 가급적 저렴하게 해 달라는 요구인데, 나는 대부분 흔쾌히 응하곤 한다.
내가 하는 일이 음식을 만들고 도시락을 싸는 일이니까. 또 내가 살고 있는 우리 동네를 더 좋게 만드는 일이니까, 조금은 몸이 힘들어도 기분 좋게 최선을 다하겠다고 마음먹는다.

▲ 동네 청소년센터에서 주관하는 방과 후 행사에 제안을 받았다. 반찬을 넉넉히 준비했다.
임경화
며칠 전에는 동네 청소년센터에서 주관하는 방과 후 행사에 제안을 받았다. 내가 사는 우리 동네는 고층아파트가 즐비한 신도시와는 대조적으로 빌라나 단독이 많은 지역이다. 그래서 그런가 동네 공원이나 학교 주변으로 아이들을 제법 볼 수 있다.
특히 새벽시장을 보고 돌아올 무렵 학교 주변으로 아이들 등교하는 모습은, 장관이다. 우리 동네에 이렇게 청소년들이 많았나 하는 생각이 들 정도이다. 매일 아침 맞는 이 상쾌하고 싱그러운 공기를 맞을 때 나는 특히 기분이 좋다.
이번에 우리 동네 청소년센터 선생님들이 1주일에 한 번 매주 수요일 저녁에 아이들과 함께하는 프로그램을 진행한다고 했다.
내용을 들여다보니 청년 언니오빠들이 멘토가 되어 아이들의 고민거리도 들어주고, 공원 공터에서는 친구들과 배드민턴도 치고 선생님들과 놀이도 한다. 그리고 동네에 사는 뜻있는 활동가들을 불러서 간단한 부스를 만들고 자연을 이용한 작은 소품을 아이들과 함께 만들기도 한다.
대부분 자원봉사자들이 돌아가면서 함께 하는 것 같다. 이 날 가보니, 트럭 위에 노래방기계도 설치해 놓았다.
아이들 반응이 좋다... 복지사들의 기획, 국가가 더 지원해줄 순 없을까

▲ 메뉴는 아이들이 좋아하는 김치볶음밥과 미소된장국, 계란과 오이부추겉절이이다
임경화
내가 일하는 작은 도시락집 '행복한 만찬'은 이날 아이들이 좋아하는 김치볶음밥과 미소된장국 그리고 계란프라이와 오이부추 겉절이, 건파래볶음을 준비했다. 보통의 경우 6시 정도면 영업을 마감하는데, 여기 참여하면 밤 9시에 행사를 마쳐야 하니 야근은 확정이다. 일단 저녁 6시에 공원 한편에 밥상을 차렸다.
시간이 되자 여기저기서 아이들이 선생님 이름을 부르며 뛰어온다.
"ㅇㅇ샘~ ㅇㅇ샘~ 안녕하세요! 오늘은 메뉴가 뭐예요?"
아이들에게는 모든 것이 익숙한 것 같아서 왜인지 정겨웠다.
아이들이 직접 도시락을 들고 김치볶음밥과 반찬을 담아가도록 했는데, 이렇게 하니 아이들 반응이 좋다. 담당자에 따르면 아이들이 몇 번씩 먹기도 했다고 하니 입맛에 맞았나 보다. 선생님들께서도 너무 고맙다고 인사를 한다. 이 정도면 야근할만하다.
60명분 주문받았는데, 나는 넉넉하게 80명분을 준비했다. 매주 입소문이 더 나서, 나중엔 100인분을 준비하면 좋겠다.
그러나 이런 일이 있을 때마다 드는 생각이 있다. 마을에 꼭 필요한 일이고 의미 있는 일인데 나라에서 또는 시에서 좀 더 관심을 갖고 구체적으로 지원을 한다면 더 좋은 세상이 될 텐데 하는 아쉬움이 든다.
젊은 복지사 선생님들이 기획하고 동네 봉사자 어른들이 함께하는 우리 동네 '청개구리 문화놀이터'. 어디로 튈지 모르는 사춘기 아이들이 좋은 어른들과 함께 고민을 얘기하고, 함께 뛰어놀고, 함께 밥을 먹으면서 행복한 꿈을 꿀 수 있다면 얼마나 좋은가?

▲ 우리동네 청소년센터 프로그램 준비 모습이다
임경화
얼마 남지 않은 대선 준비로 동네 사거리마다 대통령 후보들의 휘장이 걸렸다. 이번 선거에서는 무엇보다 국민들을 위하고, 국민의 목소리를 귀담아듣고 국민을 이해하는 국민대표가 선출되기를 바란다.
이날 일을 마치고 집에 가면서, '오늘도 행복한 만찬이 행복한 만찬 했다'라고 생각했다. 그만큼 뿌듯했다는 뜻이다. 비록 돈을 많이 벌 수 있는 일은 아니고, 몸은 고된 일이었지만... 그럼에도 참여할 수 있어서 감사한 저녁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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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쓰기와 노래를 좋아하는 곧60의 아줌마.
부천에서 행복한만찬이라는 도시락가게를 운영중이다.남은 인생의 부분을 어떻게 하면 잘 살았다고 소문날지를 고민하는 중이며 이왕이면 많은사람의 말에 귀 기울이며, 행복한 미소를 글과 밥상으로 보여주고 싶어 쓰는사람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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