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인터뷰 중인 철환님
메밀
- 반갑습니다. 소개 부탁드립니다.
"안녕하세요. 저는 프리랜서로 이삿짐 일을 하고 있어요. 어디 센터에 소속된 건 아니고, 필요할 때마다 불려가는 방식이에요. 올해로 6년 차인데, 이 바닥에서는 제가 경력이 짧은 편이에요. 보통 최소 10년은 하신 분들이 많거든요. 저는 40대에 이 일을 시작했어요. 그 전에는 현금수송, 보험설계사, 철거회사 사무직, 부동산 중개보조원 등 정말 여러 일을 했어요. 그래도 지금 이 일이 제일 즐겁고 잘 맞아요. 계속 해볼 생각이에요."
- 다양한 일을 하셨네요. 이삿짐 일은 어떻게 시작하게 되었나요?
"마지막으로 했던 일을 그만두고 쉬다가, 사무집기 옮기는 단기 아르바이트를 하게 됐어요. 막상 해보니까 할 만하더라고요. 예전에 택배 상하차도 해봤었는데, 그거에 비하면 훨씬 낫다 싶었죠. 택배 상하차가 노동강도 10이라면, 이삿짐 일은 한 3 정도예요.
그렇게 일하다가 이사 일까지 연결됐어요. 처음엔 주업으로 하시는 분들의 보조 알바로 따라다녔어요. 잘하는 분들 보면서 요령도 익히고, 뭐가 필요한지 봐뒀다가 일하기 전 커터칼 같은 거 미리 챙기는 습관도 들이고, 포장용 테이프를 손으로 끊는 것도 집에서 연습하고 그랬어요. 별거 아닌 거 같아도, 그걸 딱 끊는 게 멋있어 보이더라고요. (웃음)"
- 일을 시작할 땐 많이 힘들지 않으셨나요?
"이사 일이 처음에는 정말 힘들거든요. 요령이 없으니까 몸에만 힘이 들어가고. 초보자가 입문하기 힘든 일이에요. 기존에 하던 사람들이 오래 하니까 새로 사람을 잘 구하지도 않고 가르쳐주면서 일하지도 않아요. 일하시는 분들 중에는 70대도 더러 계세요."
- 프리랜서라고 하셨는데, 일은 어떻게 구하시나요?
센터 소장님들이 일감이 생기면 자기 직원들 배치하고 나머지 인원이 필요할 때 저 같은 프리랜서한테 연락을 줘요. 그러면 저는 제 일정 보고 "이날 된다" 하면 스케줄이 차는 거죠. 한 달에 20일 정도는 일해요.
우리 나름의 업계 용어가 있어요. 프리랜서라는 말 보다 '떴다'라고 불러요. 센터에 소속된 고정직은 '본방'이라고 해요. '걔는 본방인데 오늘 휴무라서 떴다 뛰는 거다.' 이런 식이죠. 저는 한곳에 소속되는 것보다 제 일정을 스스로 조절할 수 있는 '떴다'가 더 좋아요.
근로계약서는 한 번도 써본 적이 없어요. 아마 본방 분들도 대부분 안 써봤을 거예요. 근로계약서 이야기를 들어본 적이 없어요."
- 요즘 일감은 어떤가요?
"전체적으로는 줄었어요. 경기가 안 좋고 부동산 시장도 침체돼서 그런지, 예전만 못하죠. 한참 신축 아파트 입주할 땐 이사 전쟁이었어요. 3년 전만 해도 큰 이사차들이 줄줄이 서서 엘리베이터 기다리고 그랬거든요. 지금은 그런 모습 보기 어려워요. 한산해졌어요."
- 떴다와 본방, 흥미롭네요. 하루 일과가 궁금해요..
"보통 아침 8시쯤 시작해요. 이사 나가는 집에 가서 가구나 가전을 포장하죠. 커버 씌우고 바구니나 박스에 담고요. 견적이나 이사 방법은 미리 소장이 사전 방문해서 다 협의해놔요. 그래서 당일엔 그냥 짐 싸고 옮기는 게 전부예요. 짐은 작은 짐부터 넣고 가전 같은 큰 짐은 맨 마지막에 넣어요. 그래야 나중에 꺼내기도 쉽고, 배치도 먼저 할 수 있으니까요.
짐 다 실으면 11시 반에서 12시쯤 돼요. 점심은 근처에서 먹고요. 예전엔 고객이 짜장면 같은 거 시켜줬는데, 요즘엔 그런 거 거의 없어요. 이삿짐 하는 사람들끼리도 중국집은 잘 안 가요. 기름지고 속이 더부룩해서요. (웃음)
그리고 이사 갈 집에 도착해서 다시 큰 짐부터 배치해요. 청소까지 마치면 보통 오후 3시 반에서 4시쯤엔 마무리돼요. 짐의 양과 조건에 따라 다르긴 하지만 일반적으로는 그래요."
"다쳐도 산재 같은 건 생각 자체를 안해"

▲ 테이블 포장 작업중인 철환님
이철환
- 스트레스는 어떻게 해소하시는 편이세요?
"몸이 힘든 건 괜찮아요. 반 년쯤 지나면 요령도 생기고, 저는 땀을 흘리면서 하는 이 일이 만족스럽고 좋아요. 웃으면서 일하니까 재미있어요.
때때로 스트레스를 받기는 해요. 간혹 만나는 진상고객이 제일 힘들어요. 가끔 '왜 차를 그렇게 대냐', '엘리베이터 붙잡고 뭐 하냐' 등의 소리를 들어요. 특정 단지들은 가기만 해도 진상 나올 걸 각오하고 가기도 해요.
제 개인적인 경험에서 쌓인 판단이지만, 마음의 여유가 있는 사람들이 상대를 더 존중해주는 것 같아요. 자산 규모가 적은 분들도 아주 친절해요. 고된 일을 하는 사람들에게 잘 대해주려고 하세요. 직접 육체노동을 하는 분들도 계시니 서로의 입장을 생각하게 되는 게 있는 것 같아요."
- 그렇군요. 다치는 일은 없나요?
"저는 아직 크게 다친 적은 없어요. 다른 분들 중에 다치는 경우도 있긴 한데, 산재 같은 건 생각 자체를 잘 안 해요. 보통 그날 일 준 소장이나 센터에서 치료비를 대신 내줘요. 안전교육 같은 건 당연히 한 번도 받은 적 없고요.
이게 이삿짐 노동자들 대부분의 현실이에요. 너무 아프면 동료들이 먼저 '병원 가봐라' 하고 보내주는 정도죠. 노동조합 있다는 이야기도 당연히 들어본 적 없고요. 이 업계도 변화가 필요한 부분이 있는데, 사회적 관심이 많이 필요하다고 생각해요. 그래서 오늘 인터뷰도 무척 반가웠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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