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듣기

인공지능·줄기세포로 '소아 뇌전증 치료제' 발굴 돌파구 열다

[세상을 깨우는 발견] 한국보건산업진흥원, 환자 맞춤형 줄기세포 모델링과 AI 기반 약물 탐색기술 개발

등록 2025.05.19 09:17수정 2025.05.19 09:23
0
원고료로 응원
 사진 왼쪽부터 연세대학교 세브란스 어린이병원 강훈철 교수, 김지훈 학생, 중앙대학교 나도균 교수
사진 왼쪽부터 연세대학교 세브란스 어린이병원 강훈철 교수, 김지훈 학생, 중앙대학교 나도균 교수 한국보건산업진흥원 제공

국내 연구진이 인공지능(AI)을 기반으로 한 약물 탐색기술과 희귀 난치성 '소아 뇌전증(Pediatric Epilepsy)' 환자에게서 얻은 유도만능줄기세포(iPSC, induced pluripotent stem cell)를 활용하여 환자 맞춤형 신약 후보물질을 발굴하고 효과성을 실험적으로 입증하는 데 성공했다.

한국보건산업진흥원(원장 차순도, 아래 보산진)은 19일 강훈철 연세대학교 세브란스 어린이병원 교수 연구팀이 이같은 성과를 거뒀다고 알리면서 "이는 기존 치료제보다 최대 100배의 효과를 보이는 맞춤형 신약 후보 물질을 발굴하는데 성공한 것으로, 기존 치료제에 효과가 미미했던 소아 뇌전증 환자들을 위한 새로운 치료 가능성이 열렸다"고 밝혔다.

참고로, 소아 뇌전증은 18세 이하 소아·청소년에게 명확한 외부 자극 없이 반복적으로 나타나는 발작이 특징인 만성 신경계 질환이다. 그리고 유도만능줄기세포(iPSC)는 성인의 체세포에 특정 유전자를 주입해 초기 줄기세포처럼 다양한 세포로 분화할 수 있도록 만든 세포이며, 환자의 유전정보를 그대로 보유하면서도 뇌 신경세포 등으로 변환이 가능해 맞춤형 질병 모델에 활용할 수 있다.

보산진에 따르면, 소아 뇌전증은 대표적인 난치성 신경계 질환으로 국내에선 약 25만명이 겪고 있으며. 약 30~40%의 환자가 기존 항경련제에 반응하지 않는 '약물 난치성 뇌전증'에 해당된다.

특히, SCN2A 유전자 돌연변이(발작과 발달장애 등을 일으키는 희귀 유전질환의 원인 유전자 돌연변이) 같은 희귀 유전자를 가진 소아 뇌전증 환자는 개별 환자 간 실험 반응 차이가 크고, 기존 치료제로는 현저한 개선 효과를 얻기 어려운데다 정밀 질환 모델과 적절한 약물 탐색 기술마저 부족해 환자 맞춤형 약물을 개발하는 것이 절실한 상황이라고 설명했다.

이에 연세대 강훈철 교수·김지훈 연구원, 중앙대 나도균 교수 공동연구팀이 이런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환자의 혈액세포에서 유도만능줄기세포(iPSC)를 만들어 실제 환자와 동일한 질병 환경을 가진 정밀 질환 모델을 제작했다.

그리고 인공지능 기반의 '고속 화합물 스크리닝(High-throughput screening : 수많은 화합물을 자동화된 실험 시스템으로 빠르게 검사하여, 어떤 화합물이 생물학적 효과를 나타내는지 찾아내는 기술)과 검증을 수행하여 기존 치료제를 능가하는 신약 후보 물질 발굴에 성공했다.


이와 함께 공동 연구팀은 SCN2A 돌연변이가 뇌전증의 직접적인 원인임을 밝히기 위해 최신 '유전자 교정 기술(CRISPR-Cas9)'을 사용하여 돌연변이를 정상으로 교정했고, 발작 증상이 사라지는 것을 확인해 해당 돌연변이가 발작의 원인임을 입증해냈다.

또, 맞춤형 신경세포 모델을 바탕으로 약 160만 개의 화합물을 인공지능(AI) 기반 시뮬레이션으로 분석하여, 혈뇌장벽 투과성과 독성 여부, 유전자 결합력 등을 고려한 최적의 신약 후보 물질 5종을 선별했다. 그리고 그 중 2종은 기존 치료제인 페니토인보다 약 100배 높은 효과를 보여 환자 맞춤형 치료 가능성을 현실화하는 계기를 마련했다.


보산진은 이번 연구에 대해 "희귀 유전질환 환자의 유전자 특성과 세포 기반 모델 및 인공지능 기반 신약 탐색 기법을 결합함으로써, 기존 치료로 증상이 개선되지 않은 난치성 환자들에게 실질적인 대안을 제시한 정밀 의료 사례로 평가될 수 있다"고 평가했다.

 SCN2A 뇌전증 환자 맞춤형 신약개발을 위한 정밀의료 기반 실험 흐름도
SCN2A 뇌전증 환자 맞춤형 신약개발을 위한 정밀의료 기반 실험 흐름도 한국보건산업진흥원 제공

자세한 연구 과정을 살펴보면, 연구팀은 SCN2A 유전자 돌연변이를 가진 소아 뇌전증 환자의 세포를 기반으로 맞춤형 신약을 발굴하기 위한 일련의 정밀의료 기반 연구 절차를 구축했다.

먼저, 환자의 혈액세포를 유도만능줄기세포로 전환한 뒤, 이를 신경세포로 분화시켜 환자 특이적인 뇌전증 모델을 구현했다. 이 환자 유래 신경세포는 실제 환자에서 발생하는 발작과 유사한 병리적 전기신호를 재현할 수 있도록 설계됐다.

동시에 해당 환자의 iPSC에 대해 CRISPR-Cas9 유전자 교정 기술을 적용하여 SCN2A 유전자의 돌연변이를 정상으로 복원한 이소유전자(isogenic) 세포주를 제작하였다. 이 정상 세포 역시 신경세포로 분화시켜 병적 신경세포와 비교함으로써, 돌연변이에 의한 병리적 차이를 직접 확인할 수 있도록 했다.

이후 두 종류의 신경세포(환자 세포, 교정 세포)에 대해 정밀한 전기생리학적 분석을 수행한 결과, 유전자 돌연변이가 환자의 발작 증상과 밀접하게 관련되어 있음을 기능적으로 입증할 수 있었다. 이러한 세포 모델을 기반으로, 연구팀은 고속 화합물 스크리닝을 실시하여 수많은 후보물질 중 환자 세포의 과흥분성 전기 활동을 억제할 수 있는 약물을 선별했다.

마지막으로, 인공지능(AI) 기반의 약물 예측 모델을 활용해 선별된 물질에 대해 혈뇌장벽(BBB) 투과성, 간·심장 독성 가능성, 전기생리학 회복 능력 등을 종합적으로 분석하였고, 그 결과 임상적 가능성이 높은 5종의 신약 후보물질을 도출하였다. 이 중 일부 물질은 기존 치료제보다 100배 이상 높은 효능을 보이며, 환자 맞춤형 정밀치료 전략의 실현 가능성을 뒷받침했다.

강훈철 연세대 교수는 "이번 연구는 난치성 뇌전증 환자를 위해 환자 유래 세포를 이용한 맞춤형 약물 탐색 기술이 효과적임을 증명한 사례"라며 "향후 SCN2A 외에도 다양한 유전자 돌연변이 환자를 위한 개인 맞춤형 정밀 치료제 개발 연구를 지속적으로 확장할 계획"이라고 전했다.

나도균 중앙대 교수도 "이번 연구는 희귀질환 분야에서 정밀의료 기술의 실질적인 활용 가능성을 입증한 사례"라면서 "이번 연구성과가 향후 다양한 유전질환 환자들에게도 적용될 수 있는 혁신적인 치료전략으로 자리 잡을 것"이라고 강조했다.

이번 연구는 보건복지부(장관 조규홍)와 한국보건산업진흥원이 추진하는 '공익적의료기술연구사업'의 지원으로 수행됐으며, 연구 성과는 의료정보 분야의 세계적 학술지 <Computers in Biology and Medicine> 2025년 191권에 게재됐다.
#소아뇌전증 #맞춤형줄기세포모델링 #인공지능 #한국보건산업진흥원 #연세대학교
댓글
이 기사가 마음에 드시나요? 좋은기사 원고료로 응원하세요
원고료로 응원하기

용산 대통령실 마감하고, 서울을 떠나 세종에 둥지를 틀었습니다. 진실 너머 저편으로...


톡톡 60초

AD

AD

AD

인기기사

  1. 1 "무빈소로 할까요?" 이 질문이 던진 파장 "무빈소로 할까요?" 이 질문이 던진 파장
  2. 2 "조인성은 왜 안 죽냐고?" 무술감독이 웃으면서 한 말 "조인성은 왜 안 죽냐고?" 무술감독이 웃으면서 한 말
  3. 3 택시기사 고공농성장 첫 방문 노동부 장관 "위에서 내려오셔야" 택시기사 고공농성장 첫 방문 노동부 장관 "위에서 내려오셔야"
  4. 4 봉하마을에서 생수 한 병, 김밥으로 채운 온기 봉하마을에서 생수 한 병, 김밥으로 채운 온기
  5. 5 '돌려차기 사건' 피해자가 반박한 '오마이뉴스' 기고, 논쟁 발생 이유 '돌려차기 사건' 피해자가 반박한 '오마이뉴스' 기고, 논쟁 발생 이유
연도별 콘텐츠 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