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유죄판결 범죄 사실
피고인은 대구 남구에 있는 12개소의 다가구주택을 순차 신축하여 자기 또는 타인의 명의로 소유한 후, 이를 이용하여 임대업을 하여 온 사람이다. (…)
피고인은 2021. 11. 3. 대구 중구에 있는 부동산사무실에서 피해자와 다가구주택에 관하여 임대차보증금 90,000,000원으로 하는 임대차계약을 체결하면서 위 다가구주택에 관하여 부담하고 있던 기존 임대차 보증금 합계액이 마치 325,000,000원인 것처럼 고지하면서 임대차계약기간이 종료되면 임대차보증금을 돌려주는 것에 아무런 문제가 없는 것처럼 행세하였다.
그러나 사실 위 시점에 피고인이 위 다가구주택에 관하여 부담하고 있던 임대차보증금 합계액이 실제로는 1,065,000,000원에 달하였고, 선순위 근저당권설정등기가 담보하는 채권최고액을 감안할 때, 채무합계액이 이미 감정가격이나 시가를 초과하고 있었으며, 나머지 다가구주택도 유사한 상태로 자산 가치가 없었으므로, 그 외 달리 일정한 소득이나 자산이 없는 피고인으로서는 위와 같이 임대차보증금으로 기존에 발생한 임대차보증금반환채무의 이행 및 급한 비용에충당할 수밖에 없어 피해자에게 말한 것과 같이 임대차기간이 종료할 때까지 피해자가 임차인의 지위를 유지하게 하고, 임대차보증금을 반환할 의사나 능력이 없었다.
피고인은 위와 같이 피해자를 기망하고 이에 속은 피해자로부터 각 임대차보증금 명목으로, 같은 날 4,500,000원, 같은 달 23. 85,500,000원을 피고인의 명의로 개설된 은행계좌로 각각 송금받았다. 피고인은 2018. 9. 21.부터 2024. 2. 24.까지 신규 임차인인 피해자들에 대하여는 위와 같은 방법으로 임대차계약을 체결하거나 기존 임대차보증금 합계액을 묵비하고, 기존 임차인들에 대하여는 임대차보증금반환채무가 증가하여 각 다가구주택의 담보가치가 없었으며 달리 소득, 자산이 없는 등으로 임대차보증금반환자력이 부족함을 고지하지 아니한 채 임대차 계약을 체결하거나 갱신하는 등의 방법으로 총 98회에 걸쳐 피해자인 임차인 87명을 기망하여 그들로부터 임대차보증금 명목으로 합계 7,181,500,000원을 건네받았다.
이로써 피고인은 피해자들을 기망하고 재물을 교부받았다.
※ 무죄 판결 부분 공소사실
피고인은 2020. 1. 13. 대구 남구에 있는 공인중개사 사무실에서 피해자와 대구 남구 다가구주택에 관하여 임대차보증금 100,000,000원으로 하는 임대차계약을 체결하면서 임대차계약기간이 종료되면 임대차보증금을 돌려주는 것에 아무런 문제가 없는 것처럼 행세하였다.
그러나 사실 위 시점에 피고인은 임대업 외에는 별다른 월수입이 없는 상태에서 피고인이 소유한 전체 다가구주택들의 잔존담보가치가 -614,538,000원으로 피해자와 계약 후 계약이 종료되더라도 임차보증금을 반환할 의사나 능력이 없었다.
피고인은 위와 같이 피해자를 기망하고 이에 속은 피해자로부터 임대차보증금 명목으로, 같은 날 5,000,000원, 같은 달 31. 95,000,000원을 피고인의 명의로 개설된 은행계좌로 송금받았다.
피고인은 이를 비롯하여 2019. 5. 31.부터 2024. 2. 24.까지 소득, 자산이 없는 등으로 임대차보증금반환자력이 부족함을 고지하지 아니한 채 임대차계약을 체결하는 등의 방법으로 피해자인 임차인 18명을 기망하여 그들로부터 임대차보증금 명목으로 합계 1,680,000,000원을 건네받았다.
이로써 피고인은 피해자들을 기망하고 재물을 교부받았다.
※ 무죄 판결 이유
주택임대차보호법은 임차인을 보호하기 위하여 임차인이 대항요건(주택의 인도와 주민등록)을 구비하고 임대차계약서에 확정일자를 갖춘 경우「민사집행법」에 따른 경매 또는 「국세징수법」에 따른 공매를 할 때에 임차주택(대지 포함)의 환가대금에서 후순위권리자나 그 밖의 채권자보다 우선하여 보증금을 변제받을 권리가 있다고 규정하고 있다(주택임대차보호법 제3조의2). 이 규정에 따라 임차인의 확정일자 있는 임대차보증금채권은 저당권으로 담보되는 채권과 같은 순위로 취급하는 것으로 이른바 법정담보물권의 성격을 갖는다.
위 주택임대차보호법의 규정 등에 근거하여 임차인은 통상적으로 임대차계약체결 여부를 결정함에 있어 당시 그 임대차목적물의 담보가치가 임대차보증금을 초과하는지 여부를 고려할 뿐 임대인의 다른 재산이나 자력, 임대인의 임대차보증금 사용용도까지 고려하지 않는다. 물론 임차인으로서는 임대차계약이 종료되면 임대인이 직접 임대차보증금을 반환할 것을 기대한다.
그런데 담보는 채무자가 임의로 채무를 이행하지 않을 것을 대비하여 채무의 변제를 확보하는 수단으로 채권자에게 제공되는 것이고, 앞서 본 것처럼 주택임대차보호법이 정한 요건을 갖춘 임차인의 임대차보증금채권은 법정담보물권에 해당하므로, 법정담보를 취득하게 되는 임차인은 임대인이 임대차계약 종료 이후 임의로 임대차보증금을 지급할 것이라는 점에 대한 확인 절차 없이 임대차 목적물의 담보가치를 신뢰하여 임대차계약을 체결하는 것이다. 임차인이 임대인의 임대차보증금의 직접 반환을 기대한다는 사정만으로 충분한 담보를 제공한 임대인에 대하여 담보 외의 변제능력을 임차인에게 알려야할 의무를 부과하는 것은 담보 제도의 취지나 일반적인 거래관념에 맞지 않다. 이러한 점에서 ① 임대인이 임차인에게 선순위 근저당권의 채권최고액이나 기존 임대차보증금을 속인다거나 ② 임차인이 임대인의 자력만으로 임대인으로부터 임대차보증금을 반환받을 수 있는 것을 전제로 임대차계약을 체결하는 것이고, 그러한 의사가 임대인에게 표시되었거나 임대인이 그 사정을 알 수 있었음에도 임대인이 자력을 속였다는 등의 특별한 사정이 없는 한 임대차목적물의 담보가치가 임대차보증금을 전액 담보할 수 있다면 임대인에게 임대차보증금을 반환할 의사와 능력이 없었다고 볼 수 없다(甲이 乙로부터 돈을 빌리면서 乙에게 그 차용금을 담보할 수 있는 근저당권을 설정해준 甲에 대한 사기 사건에 관한 대법원 1984. 3. 27. 선고 84도231 판결 등 참조). 또한 임대차보증금 편취에 의한 사기죄의 성립 여부는 임대차계약 체결 당시를 기준으로 판단하여야 하므로, 임대차계약체결 당시 임대차목적물의 담보가치가 임대차보증금을 초과한다면 이후 임대차목적물의 시가 하락으로 임대차목적물의 담보가치가 임대차보증금에 미치지 못하게 되었다고 하더라도 형사상 사기죄가 성립할 수 없다.
피고인이 피해자들과 각각 임대차계약을 체결할 당시 다가구주택 임대차에 따른 수입 외에 다른 수입이 없었고, 피고인이 소유한 전체 다가구주택의 가치가 피고인이 채무를 부담하는 전체 근저당권의 채권최고액과 선순위 임대차보증금의 합계액에 미치지 못한 것은 사실이다.
하지만 해당 임대차목적물인 다가구주택의 잔존가치가 피해자들 각각의 임대차보증금을 초과하는 이상 피고인이 피해자들에게 전체 다가구주택의 잔존가치나 피고인의 채무초과 상태를 알릴 법률상 또는 사실상 의무가 있다고 할 수 없다. 검사가 제출한 증거만으로 피고인이 피해자들을 기망한 사실을 인정하기 어렵고, 달리 이를 인정할 증거가 없다. 피고인과 변호인의 이 부분 주장은 타당하다.
※ 선고형의 결정
○ 유리한 정상 ▷ 피고인이 대부분의 공소사실을 자백한다. ▷ 피고인에게 동종 전과나 벌금형을 초과하는 범죄전력은 없다. ▷ 피고인이 피해자 일부에게 임대차보증금을 반환하였고, 피해자 일부는 피고인의 처벌을 원하지 않는다.
○ 불리한 정상 ▷ 이 사건 사기 범행 대부분은, 피고인이 담보가치가 전혀 없는 임대차목적물에 관한 임대차계약을 체결하면서 등기부등본의 열람으로 임차인인 피해자들이 확인할 수 있는 근저당권의 채권최고액과 달리 쉽게 확인하기 어려운 기존 임대차보증금 합계액을 허위 고지하는 방식으로 피해자들을 기망한 것으로 범행 수법이 매우 나쁘다. ▷ 이 사건 사기 범행에 따른 피해자가 87명이고, 총 피해금액은 71억 원이 넘는다. 피해자들의 상당 부분은 20, 30대의 사회초년생으로 임대차보증금이 자신들의 재산 대부분에 해당하고, 일부 피해자들은 그 임대차보증금도 금융기관에 대한 대출로 마련하였다. 사회초년생이 아니라 하더라도 자기 소유의 주택을 가지지 못하고 소위 '빌라'에 세 들어 사는 피해자들에게 임대차보증금은 그들의 재산 대부분이라는 사실을 충분히 추측할 수 있다. 이 사건 범행으로 대다수의 피해자들은 심각한 경제적, 정신적 피해를 입었다. 피고인으로부터 임대차보증금을 돌려받지 못하자 스스로 목숨을 끊은 피해자도 있다. ▷ 피고인이 임대사업을 시작할 때부터 사기의 목적이 있었던 것으로 보이지 않는다. 이 사건 각 범행의 기간과 경위, 피해금액의 사용용도 등 여러 사정에 비추어, 각각의 개별 범행으로만 본다면 피고인이 확정적인 고의로 저지른 것으로 보기 어려운 일부 사기 범행이 존재하는 것은 사실이다. 하지만 피고인은 임대차계약체결로 큰 자본을 들이지 않고 부동산 자산을 늘리기 위해 임대사업을 시작하였고, 임차인에게 임대차보증금을 돌려주지 못할 수도 있음을 충분히 예상할 수 있는 시기가 있었을 것임에도 지속적으로 임대차계약을 체결하여 피해를 확대시켰다는 점에서 일련의 사기 범행을 전체적으로 평가하면 피고인에게 사기의 의도가 있었음을 충분히 인정할 수 있다. ▷ 피고인이 피해자 EB, DR, EC을 제외한 나머지 피해자들에게 임대차보증금을 반환하거나 피해자들과 합의하지 못했다. 일부 피해자들과 그 가족, 지인들은 이 법원에 직접 고통을 호소하며 피고인의 엄벌을 탄원한다. ▷ 피고인이 대부분의 공소사실을 자백하지만 이 법정에서 이 사건 범행의 발생 원인을 다가구주택의 시세 하락 등 외부적인 사정에서 찾으려는 모습을 보이는 등 자신의 잘못을 진지하게 뉘우치고 있는 것인지에 대한 의문이 든다.
○ 그 밖에 피고인의 나이, 성행, 환경, 범행의 수단과 결과, 범행 후의 정황 등 이 사건 변론에 나타난 여러 양형 요소를 종합하여 주문과 같이 형을 정한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