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완성본이 아닌 B급 같은 사진들에 자꾸만 웃음이 난다. 분명 모두가 잘 나온 게 아닌데도, 그럼에도 우리만의 자연스러운 어설픔이 따듯해 자꾸만 눈길이 간다.
이혜란
태생적으로 사진 찍힘이 불편한 사람들이 있다. 사진이 싫은 건 아니다. 그저 친하지 않은 남 앞에서 표정을 짓는 일이 피로하다. 그렇게 찍힌 나의 모습을 확인하는 것도 힘들다. 그럼에도 매년 가족사진을 찍는 것은 아이가 태어나고 부터다.
아이가 자라는 시각적 변화를 시간의 흐름에 담아 기록하고픈 욕구가 있었다. 해마다 매년 똑같은 의식을 반복하는 일에는 무탈한 현재를 이어가고 싶은 마음이 있을지도 모른다. 남편과 나 사이에서 자라는 아이와 새로운 가족이 된 고양이들을 단 한 컷에 담고 싶은 열망은 현재에 대한 감사함이 녹아있다.
언제든 사진을 찍을 수 있는 디지털 시대에 굳이 지정된 장소에서 온 가족이 모여 사진을 찍고 아날로그적인 물성으로 남기는 방식을 택한다. 매년 언제라고 정해두지는 않는다. 그저 이맘때 언제든 날이 좋은 날, 편하고 가볍게 사진을 찍으러 간다. 올해에 그는 머리를 정돈하기 싫다며 모자를 쓰고 갔고, 아이는 즐겨입는 가벼운 옷차림을 입었고, 나 역시 자주 입는 청바지를 입었다.
이번에는 30분도 걸리지 않았다. 남편과 내가 앉아 고양이 두 마리를 각자 안았고 아이는 가운데에서 팔 벌려 고양이를 안았다. 누구의 지시도 없이, 구도도, 표정도 신경쓰지 않고 자유롭게 화면을 보다 지금이야 하고 찍은 한 컷. 그 한 컷이면 우리는 충분했다.
누구는 웃었고, 누구는 무표정이고, 누구는 초점이 다르다. 그러나 고양이 두 마리만은 또렷하게 화면을 응시하고 있다. 우리는 그 사진을 골랐다. 나는 올해의 가족사진으로 이 사진을 인화해 우리의 침실 액자에 걸어 두었다.
매년의 가족사진이 달라진다. 자그마했던 아이가 조금씩 커져가고 가족 구성원도 하나씩 늘어간다. 올해의 가족사진은 3인 2묘가 핵심이고 그래서 고양이들이 메인이다. 셀프 가족사진에서 매년 똑같은 사진은 없다.
나의 침실 한쪽 액자는 매년 새로운 가족사진들로 업데이트가 될 것이다. 올해의 사진을 한 해 동안 감상한다. 그리고 다가올 내년에도 우리 모두 무탈하게 함께 사진 찍을 수 있기를. 그 평범한 감사를 기다리는 일이, 바로 우리 가족의 가족 사진이다.
'내향인으로 살아남기'는 40대 내향인 도시 남녀가 쓰는 사는이야기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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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일은 더 천진난만한 어른이 될 수 있기를 기대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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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생네컷만 찍던 나, 셀프 사진은 여기가 신세계네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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