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윤석열 파면하고도 여전히 같은 세상이라면 하늘에도 감옥이 있다. 저 하늘은 오르고 싶어 오르는 하늘이 아니다. 밀리고 밀려 설 자리를 잃은 이들, 눌리고 눌려 목소리를 잃은 이들이 죽을 각오로 오르는 한 뼘의 바닥. 그 위에서 그들이 말라간다. 우리가 말라간다. 사람이 말라간다. 이러려고 든 촛불이었나. 이러려고 든 응원봉이었나. 박근혜를 끝내고도, 윤석열을 끌어내리고도, 세상의 교체가 아닌 집권당의 교체라면 우리는 거부한다. 악랄한 자본세상, 더러운 차별세상, 역겨운 혐오세상.
윤성희(굴뚝신문)
김소연이 고진수와 통화한다. "오늘 저녁 어땠어요?" "진짜 다 맛있었어요. 원래 잘 안 먹는데 오늘 정말 많이 먹었어요." 한류의 중심 서울의 호텔, 흑백요리사의 인기는 0.1%의 이야기일 뿐, 요리사 일자리는 일용직, 파견직, 호출직, 하청직으로 내몰린 지 오래다. 고진수는 가난한 무명 셰프들의 깃발이다.
2017년 태어나 8살이 된 꿀잠은 비정규 투쟁 20년의 결실이자, 고공농성의 동반자다. 태안화력발전소 고 김용균의 어머니 김미숙은 꿀잠에서 숙식하며 투쟁해 아들의 원한을 풀고 중대재해처벌법 제정에 일조했다. 동국제강, 디엘이엔씨, 쿠팡에서 남편과 자식을 잃은 유족들은 '거리의 변호사' 권영국 민주노동당 대통령 후보와 꿀잠 김소연을 찾았고, 꿀잠은 유족들의 참호가 되어 거대 재벌과 싸워 이겼다.
꿀잠뿐만 아니라 비정규 투쟁 20년은 많은 진지를 만들어냈다. 비정규직 당사자들이 모여 함께 싸우고 있는 비정규직 이제그만 공동투쟁, 노조 밖 노동자들의 울타리가 된 직장갑질119와 온라인노조, 일하다 죽거나 다친 사람들을 지원하는 김용균 재단, 손배가압류 노동자들과 연대하는 손잡고... 하지만 여전히 노동자가 하늘로 올라가야 하는 세상은 바뀌지 않았다.
집회와 행진이 끝났다. 시끌벅적했던 고공 아래는 고요해졌다. 김소연이 그릇을 싣고 꿀잠으로 향한다. 홀로 외로이 보내야 하는 굴뚝의 밤, 박정혜 고진수 김형수가 몸과 마음 모두 건강하게 내려오길 기도한다.
유력한 대통령 후보들이 고공을 거들떠보지 않는 시대, 진주의료원을 폐업해 노동자를 해고한 홍준표 총리설이 뉴스가 되는 나라라니, 김소연은 부끄럽고 암담하다.
"20년이 되도록 고공에 올라야 하는 이 참담한 현실이 이제는 바뀌어야 하는데, 결국 법과 정치를 바꿔야 우리 삶이 바뀐다는 간절한 생각이 드는 오늘입니다."
*이 칼럼은 한국옵티칼하이테크 박정혜 여성노동자의 고공농성 500일, 세종호텔 고진수 98일, 한화오션 김형수 68일을 맞아 제작된 <굴뚝신문>에 게재된 내용입니다. <굴뚝신문> 제작에는 고공농성 해결을 촉구하는 14개 언론사 현직 노동기자들과 사진작가, 교수, 노동운동가들이 참여했습니다. ☞ <굴뚝신문> 구매 https://url.kr/wlcun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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