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시장 풍경 바가지에 대한 다양한 상상력을 감상할 수 있다.
김경희
그런데, 단지 농부가 직접 농사지었다는 것만으로 전시회의 제목에 등장하는 일이 가능할까?
먼저 박에 대해 잠깐 알아보자. 박은 덩굴성 한 해 살이 풀로, 그 열매는 플라스틱을 사용하기 전에는 그릇으로, 바가지로, 때로 컵으로, 국자로 다양한 용도로 사용했던 전통적인 재료다. 깨진 바가지는 송곳으로 구멍을 뚫고 명주실로 꿰매 다시 썼을 만큼 일상에서 소중하게 사용했다. 박나물이라는 요리가 있고, 흥부전에도 박을 타서 속은 긁어먹고 바가지를 만든다는 이야기가 나오는 것을 보면 박을 사용한 역사는 꽤 오래되는 것 같다.
충남 서산에는 '박첨지 놀이'라는 바가지로 만든 인형극이 전승되고 있는 것을 보면 단순한 식재료를 넘어 다양한 문화 도구로도 사용되었던 모양이다. 하지만 이제는 기술의 발달과 함께 옛날의 기능을 잃고 관광 상품이나 공예 재료로 가끔 쓰일 뿐 일상의 용도를 잃은 지 오래다. 그러니 박 농사짓는 사람 또한 귀할 수밖에.
1951년 태어나, 박농사를 여전히 짓고 있는 몇 안 되는 농부
농부 이윤하씨의 이름이 전시 제목에 등장한 데는 숨겨진 이야기가 하나 더 있다. 이윤하씨는 누구도 쓰지 않고 먹을 수도 없는 박농사를 여전히 짓고 있는 몇 안 되는 농부 중 한 명이다. 여기서 주목할 점은 그는 종자(씨앗)를 농자재상에서 구입하지 않는다는 사실이다. 이윤하씨의 박 종자는 그의 아버지, 그 아버지의 아버지, 또 그 아버지의 아버지로부터 대대로 내려온 '토종 말박'이다.
공예가 일상의 필요에서 시작한 미술의 영역이라고 한다면 이윤하씨의 바가지는 일상의 필요에 의해 농사짓고 그 결실이 생활 문화가 되는 순환을 보여주는, 공예의 본질 가까이에 있는 바가지가 아닐까? 그러니 전시 제목이 1951년 충남 공주시 두만리에서 태어나 대대로 농사를 지어온 '농부 이윤하씨로부터 시작된 공예'일 수밖에.
그러면, 고마씨는 무슨 뜻일까? 공주에 가면 유명한 곰나루가 있다. 곰이란 단어는 공주의 옛 지명이며, 수리치 관장 이기수씨의 설명에 의하면 '고맙다'는 의미도 가지고 있다고 한다. 농부의 살핌으로 농작물이 자라고 그것이 삶의 문화가 되는 순환 과정의 시작이니 그 의미가 바로 와 닿았다.

▲작품에 대해 설명하는 갤러리수리치 관장 이기수씨 관장님에게 전시 기획의도와 작품에 대해 자세한 설명을 들을 수 있었다.
김경희
전시장을 방문한 아침, 수리치의 앞마당에는 아직 바가지가 되지 못한 박들과 표주막으로 쓸만한 작은 바가지들이 광주리에 가득 담겨있었다. 아침 일찍 농부 이윤하씨가 수확하지 못하고 밭에 남겨두었던 박들을 트럭에 싣고 와서 내려놓고 간 것이라고 했다.
전시장 이곳 저곳에는 정겨운 꽃들이 장식되어 있었는데, 이또한 이윤하씨가 앞마당과 마을 뒷산에서 꺾어온 것이라고 했다. 짧지만, 아직 전시 기간이 남아있으니 수리치를 방문하여 바가지들의 향연을 함께 감상해보면 어떨까?

▲국보1호(보물) 전좌빈 2025 작가는 화려한 금은보석 자기들 보다 귀하게 느껴진다고 한다.
김경희

▲두만리주민_2025_두만리 두만리 주민들의 작품. 박 표면에 칠을 하여 마치 도자기처럼 보인다.
김경희

▲꽃 피고, 새울고 제비가 돌아오고 씨뿌리고(가변크기) 이종국_2025 생태의 순환을 표현했다.
김경희

▲미술하기 (바가지, 가변크기) 임재광 2025 임재광 작가의 작품
김경희

▲박 속에서 발견된 벌집 수확하지 않고 밭에 남겨둔 박 속에 벌이 집을 지었다.
김경희

▲함사시오 김경희 2025 혼인식 전날 함을 지고 처갓집에 들어갈 때 바가지를 깨는 풍습을 표현했다.
김경희

▲전시장 풍경 바가지를 활용한 설치. 바가지 모양도 크기도 제각각이다.
김경희
*전시정보
전시제목:농부 이윤하씨로부터 시작되는 공예 '고마씨'
전시기간:2025년 5월 20일부터 25일까지
전시장소:갤러리 수리치(충남 공주시 효심1길 7)
: 갤러리 수리치는 충청남도 공주시의 오래된 골목길에 숨어 있는 작은 갤러리다. 그럴싸하게 지어진 현대식 건축물이 아니라 1943년에 지어진 낡은 주택으로, 한때 하숙집이었던 공간을 관장인 이기수씨가 리모델링하여 오늘에 이르렀다. 다양한 미술 프로젝트와 전시회를 운영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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배우고 때로 돌아다니는 것을 좋아합니다. 인천에서 미술작가로 활동하고 있습니다. 교육현장과 동시대 문화 현상에 관심이 많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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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시 제목에 실제 농부 이름 OOO 등장한 사연, 흥미롭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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