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대만 핑둥현에서 타이베이로 향하는 고속열차 안, 인터뷰를 앞두고 아코는 자신의 티셔츠에 여러 개의 뱃지를 옮겨 달았다. '위안부' 피해 여성, 팔레스타인 해방, 탈핵 등 각각의 뱃지에는 다양한 이슈가 담겨 있었다. 아코는 “서로 다른 당사자들과 이슈들을 연결하는 활동을 하고 싶다”고 말했다.
녹색연합
일본, 탈핵에서 멀어지는 정치
두 활동가 모두 일본 정부의 원전 회귀 행보에 깊은 우려를 표한다. 2024년 2월, 일본 정부는 에너지 정책의 핵심인 '제 7차 에너지 기본계획'에서 '원전 의존도 감축'이라는 문구를 삭제하고, '원전을 최대한 활용'하겠다는 정반대의 입장을 내세웠다. 계획 발표 전 시민들이 이의를 제기한 퍼블릭 코멘트와 원전 추진 반대 목소리는 철저히 무시됐다.
막막한 상황 속, 어떻게 탈핵 운동을 돌파해 나가야 할까? 아야코는 말한다.
"시선을 달리보는 시도가 필요합니다. 핵 문제를 인권의 시선으로 보면 원전을 추진해서는 안 된다는 것은 자명합니다. 탄소 배출이 없다는 명분으로 원전을 추진하는 정부는 거짓말을 일삼으며 인권을 짓밟고 있습니다. 외부화된 희생을 감각하고 과거의 잘못(후쿠시마 핵사고)을 반성해야 합니다."
아코는 말한다.
"과거로부터 배우려는 노력이 필요해요. 일본 사회는 왜 과거로부터 배우지 못하는 걸까요? 실수를 인정하는 태도에서 탈원전 운동을 시작해야 합니다. "
"일본에서는 시민운동이 성과를 낸 경험이 너무 적습니다. 한국은 시민들이 사회를 올바른 방향으로 바꿔낸 경험이 있잖아요. 대만의 탈핵 역시 민주주의가 낳은 성과라고 생각합니다. 여러분 덕분에 저희도 희망을 꿈꿉니다."
더 많이 만나고, 나누고, 웃으며 함께하길
대만에서 만난 두 일본 청년 활동가, 가와사키 아야코와 와타나베 아코는 '탈핵'을 넘어, 지금 이 시대를 살아가는 청년으로서 아시아의 시민들과 함께 걷고 싶다는 진심 어린 인사를 남겼다.
"우리는 기후위기나 원전 문제뿐만 아니라, 과거부터 지금까지 이어져온 다양한 불의와 폭력에 상처받고, 그에 맞서 행동하는 동지들이라고 생각합니다. 앞으로 아시아에서 어떻게 연대하며 운동을 만들어갈 수 있을지 함께 고민하고 싶습니다. 함께 기후정의를 실현해 나갑시다." (가와사키 아야코)
"무책임한 사회를 강요받는 다음 세대의 분노는 우리가 상상하는 것보다 훨씬 깊고 크다는 사실을 더 많은 사람들이 알아주었으면 합니다. 일본 정부가 끝내 자신의 잘못을 인정하지 않기에 일본인으로서의 정체성이 고통스럽고 견디기 힘들 때가 많습니다. 원전 수출 정책을 볼 때마다 수치심이 북받쳐 오릅니다. 후쿠시마 원전 사고 이후에도 시민의 목소리를 외면하는 정치가 마치 당연한 듯 굴러가는 이 사회에 사는 것이 참담한 마음이 듭니다. 더 이상 그 책임을 미래 세대에게 떠넘기지 않도록, 함께 평화로운 세상을 준비해 갑시다. 한국과 일본은 서로 다른 길을 걸어왔지만, 이렇게 '탈핵'을 출발점으로 평화를 함께 이야기할 수 있음에 그저 감사할 따름입니다. (와타나베 아코)
두 사람은 이번 포럼이 끝난 이후에도, 한국과 일본, 그리고 아시아 곳곳에서 살아가는 청년들이 더 많이 만나고, 경험을 나누고, 웃으며 함께할 수 있기를 바란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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