산불방지 정책, 새로운 패러다임을 제안한다

불을 끄는 시대에서, 산을 살리는 시대로... 물모이로 시작하는 사전예방형 산불정책

등록 2025.05.23 10:14수정 2025.05.23 10:1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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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금까지의 산불 대응, 무엇이 문제였는가

해마다 반복되는 산불은 이제 계절 뉴스가 되어버렸다. 하지만 우리는 여전히 '건조한 날씨' 탓만 하며, '불이 나면 어떻게 끌 것인가'에만 집중하고 있다. 임도를 뚫고, 소방차를 들이고, 헬기를 띄우는 것만이 산불 대응인가? 정작 중요한 것은 '왜 산이 마르는가', '어떻게 하면 산이 촉촉함을 유지할 수 있는가'를 묻는 일이다. 현재의 산불 정책은 사후대응 중심으로 편중되어 있으며, 산림의 회복탄력성을 높이기 위한 근본적인 사전예방 전략은 빠져 있다.

산불예방 새로운 패러다임, 물모이

나는 슬로바키아의 산불방지 성공 사례를 접하고 그 책을 번역 출간한 뒤, 저자들과 함께 현장을 방문하여 그들의 활동을 관찰하였다. 그 이후 그들을 한국에 초청하여, 경기도 광주시 야산, 서울 노원구 천수텃밭, 관악산, 삼척시의 깊은 산, 강원도 원주의 산림항공본부에 이르기까지 다양한 지형에서 물모이를 직접 만들고 실험해 보았다. 간단한 센서를 활용해 토양 수분 상태를 측정하고, 산이 왜 건조해지는지, 어떻게 하면 촉촉함을 유지할 수 있는지를 과학적으로 분석하였다. 그 결과, 물모이는 단순한 물웅덩이가 아니라 산불을 예방하고 산림의 건강성을 회복시키는 핵심 전략임을 확인할 수 있었다.

대한적십자사 시니어 봉사단 물모이 만들기 2022년 4월 4일 노원구 천수텃밭에서 슬로키아 전문가를 모시고 물모이 만들기 워크샵을 진행하였다. 평균 연령 70세 이상, 여성분, 어린학생들도 함께 물모이 활동에 참여할수 있다는 것을 보여주었다.
▲대한적십자사 시니어 봉사단 물모이 만들기 2022년 4월 4일 노원구 천수텃밭에서 슬로키아 전문가를 모시고 물모이 만들기 워크샵을 진행하였다. 평균 연령 70세 이상, 여성분, 어린학생들도 함께 물모이 활동에 참여할수 있다는 것을 보여주었다. 한무영
삼척에서 한 물모이 포스터 삼척에서는 2023년 4월 30일, 환경재단과 물과생명의 주최로 강릉과 삼척 지방의 남녀청년들이 모여 산속에 30개 가량의 물모이를 만들었다.
▲삼척에서 한 물모이 포스터 삼척에서는 2023년 4월 30일, 환경재단과 물과생명의 주최로 강릉과 삼척 지방의 남녀청년들이 모여 산속에 30개 가량의 물모이를 만들었다. 한무영

산림항공본부 물모이 세미나 실시 2022년 4월6일 물모이세미나 실시 및 실습 숲에 소순환을 통한 물관리 및 산불대응 위함 #산림항공본부 #물모이 #빗물박사 #산불 ⓒ 산림항공TV(Forest Aviation TV)


대한적십자사와 함께한 현장 활동

대한적십자사 시니어 봉사단(Red Cross Seniors)은 물모이 운동에 동참하여, 실제 산지에 물모이를 조성하는 활동을 전국적으로 이어오고 있다. 삽 하나로 시작된 작은 물길이 기후위기에 대응하는 시민 실천운동으로 이어진 것이다. 2023년 7월, 대한적십자사는 공식 연구용역 결과를 바탕으로 '전국민 산 촉촉 운동'을 행정안전부, 산림청, 전국 지사에 공문으로 제안하였다. 일부 지사에서는 실제로 시범활동을 시행하기도 하였다. 중요한 점은, 이 운동이 단지 봉사로 끝나는 것이 아니라, 사고가 일어난 후 반짝 대응하는 방식이 아닌, 연중 지속 가능한 '예방 중심' 전략이라는 점이다. 시민과 정부가 함께 만드는 새로운 재난관리의 전환점이다.

대한적십자사의 물모이 확산 요청공문 대한적십자사에서는 2023년 7월 친환경 재난대응을 위한 물모이의 필요성을 행정안전부, 산림청 등 유관기관에 보내어 협조를 요청한 바 있다. 비슷한 내용을 전국의 대한적십자사 지부에도 보내어 물모이 설치에 협조를 요청하였다.
▲대한적십자사의 물모이 확산 요청공문 대한적십자사에서는 2023년 7월 친환경 재난대응을 위한 물모이의 필요성을 행정안전부, 산림청 등 유관기관에 보내어 협조를 요청한 바 있다. 비슷한 내용을 전국의 대한적십자사 지부에도 보내어 물모이 설치에 협조를 요청하였다. 한무영

세계가 가는 길, 그리고 나의 UN 제안


국제적십자연맹(IFRC)은 기존의 구호 중심 접근을 넘어, 기후위기에 대응하는 자연기반 해법을 민관 협력으로 예방사업화하는 방향으로 전환하고 있다. 이러한 흐름 속에서 나는 대한적십자사, 환경재단, IBK기업은행, (사)물과 생명과 함께 '물모이'를 중심으로 한 Mountain Re-hydration Movement를 UN Water Action Agenda에 공식 제안하였고, 이 제안은 국제적으로 채택되고 공유되고 있다. 즉, 물모이를 이용한 산 촉촉 운동은 이제 단순한 개인 아이디어가 아니라, 시민의 실천과 국제사회의 인정을 거친 새로운 모델로 성장한 것이다.

UN Water Action Agenda 민관협력의 산불예방 프로그램으로서의 산촉촉 운동은 UN Water Action Agenda로 채택되어 전세계의 이목을 끌고 있다.
▲UN Water Action Agenda 민관협력의 산불예방 프로그램으로서의 산촉촉 운동은 UN Water Action Agenda로 채택되어 전세계의 이목을 끌고 있다. 한무영

이제는 정부가 움직일 차례다


매년 반복되는 산불에 대응하기 위해서는 이제 정책의 패러다임 전환이 필요하다. 산의 건조함을 탓하기 전에 빗물로 촉촉하게 하자, 사후대책보다는 사전예방 중심으로 전환하자, 관주도보다는 민관협력으로 풀자, 불만 생각하지 말고 물순환, 생태계, 지역경제까지 함께 고려하자, 그리고 국제 동향에 맞추어 선제적으로 대응하자. 이제는 불을 끄는 시대에서, 불이 나지 않게 하는 시대로 전환해야 한다. 정부가 시민의 실험과 국제 흐름을 받아들이고, 새로운 산불방지 정책의 전기를 함께 열어야 할 시점이다. 그 실행은 과학을 바탕으로 차분하게, 그러나 빠르게 이루어져야 한다.

지금의 산불 위기를 기회로 전환하여, 대한민국의 산불정책이 세계 산불 대책의 모범이 되기를 바란다.
덧붙이는 글 혹시 제가 산림청의 고위 담당자를 만날 기회가 있다면 하고 싶은 말을 여기에 남긴다. 산불방지 전문가나 행정자의 눈에는 다소 미흡해 보일 수도 있다. 하지만 지금은 매년 피해가 커지고 있는 이 상황을 바꿀 하나의 패러다임 전환의 기회라고 생각한다. 나는 이 실험을 혼자 한 것이 아니다. 주변의 남녀노소와 함께 만들어보고, 측정해보고, 과학적으로 분석해보았다. 대한적십자사의 결심과 기업의 협력까지 함께하는 방법도 구상해보았다. 일부 지역이라도 시범적으로 시행해 볼 것을 제안한다. 이 모든 제안은 단 하나의 이유에서 비롯된다. 사랑하는 손자·손녀에게 촉촉한 숲을 남겨주고 싶고, 우리 자녀 세대가 더 큰 비용을 짊어지지 않도록 하고 싶기 때문이다.
#산불방지정책 #물모이 #산촉촉운동 #대한적십자사 #산불사전예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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별명: 빗물박사. 서울대 건설환경공학부 명예교수. 빗물의 중요성을 알리고, 다목적 분산형 빗물관리를 통하여 기후위기를 극복할수 있다는 것을 학문적, 실증적으로 국내외에 전파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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