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마트폰으로 계엄군에 맞선 여성 윤석열 대통령이 비상계엄을 기습 선포한 3일 저녁 서울 여의도 국회 정문앞으로 달려온 시민들이 제1공수 특전여단 소속 군용차량을 가로막고 있다.
권우성
일정 수준의 민주주의와 법치주의가 성숙된 국가에서 군대를 동원해 입법부를 침탈하는 행위는 상상조차 할 수 없는 일이다. 그런데 이러한 초유의 상황에 언론이 민주적 공론의 장을 건강하게 유지하고 발전하는데 저해요소로 작용했다는 비판의 목소리가 크다.
비상계엄부터 파면결정까지 주요 레거시 미디어는 '기계적 중립'과 '따옴표 보도', '받아쓰기'에 치중했다. 반헌법적, 반법치적 주장이 명백함에도 현직 국회의원의 발언, 현직 대통령 또는 그의 대리인(변호인)의 입장, 현직 국방부 장관의 주장 등을 이유로 이를 액면 그대로 기사화하고 대대적으로 보도했다. 언론중재법 제4조(언론의 사회적 책임 등)에 규정된 '민주적 여론형성에 이바지함으로써 그 공적 임무를 수행한다'는 언론의 사회적 책임은 사실상 실종되었다.
주요 정당과 고위공직자의 공식적 표명을 어떻게 무시할 수 있느냐, 사안은 실시간 진행되는데 어떻게 매번 분석 기사를 쓸 수 있느냐는 일선 언론인들의 고충도 많이 들었다. 하지만 시민들이 언론의 보도행태에 분노하는 근본적 이유는 그 비중과 횟수, 보도내용의 일차원성과 자극성 등에 기인한다.
집권세력이 세상을 송두리째 거꾸로 돌리는 행위를 계속 반복하고, 시민들은 상식적으로 너무 잘못되었다고 느끼고 있는데 포털에 뜨는 언론기사들에는 상상 이상 비중으로 내란세력의 목소리가 담겨 있었기 때문이다. 스트레이트성 기사라고 하더라도 언론인이 어떠한 관점과 시각으로 기사를 작성하는지에 따라 문맥상 의미는 상이해질 수 있지만 최소한의 노력을 찾아보기 어려웠다. 언론이 오히려 공론장의 건강성을 훼손한다는 문제제기까지 나온다.
민주언론시민연합의 언론보도 모니터링에 따르면, 기계적 중립을 넘어 내란세력 옹호 목적으로 보이는 기사들까지 확인된다. 윤석열이 법원의 적법한 체포영장을 대통령 경호처를 내세워 물리적으로 거부할 때, 내란수괴 혐의로 구속영장이 발부됐을 때, 서울서부지법 폭동으로 사법부 독립성이 물리적으로 훼손되었을 때도 그 자명하고 중대한 불법성보다는 이에 반박하는 윤석열 측 입장을 부각하는 기사가 다수 보도되었다. 현대 법치주의 국가는 규범작동의 예측가능성을 기반으로 운영된다. 현행 실정법과 사법부 독립이라는 헌법적 가치를 정면으로 부정하는 고위공직자들에게 언론의 날선 비판 기사가 계속되어도 모자람이 없는 상황이다.
대선 맞은 언론의 태도, 자기반성과 성찰이 먼저다
민주적 공론장은 최대한 넓게 보장되는 자유로운 의사표현에 의해 형성된다. 그것이 정치적 표현의 자유라고 한다면 더욱 강하게 요청된다. 하지만 시민에게 보장할 범위와 고위공직자, 집권여당, 권력자 등에게 허용되는 수준은 달라야 한다. 민주공화정 체제 민주주의 국가에서 주권자 시민의 위임에 의하지 않은 권력은 존재할 수 없기 때문이다. 권력을 위임받은 세력이 위임의 취지에 정면으로 반하여 민주공화정 체제 자체를 공격한다면, 민주적 공론장에 이바지하는 언론은 철저히 헌법수호적 관점에서 사태를 주시하고 보도하는 것이 원칙이다.
이제 대통령 선거에 모두의 이목이 집중되어 있다. 새로운 민주주의를 위해 다시 앞으로 나아가야 할 때다. 대통령 선거에서 언론의 역할은 더 중요하다. 대선을 후보자 간의 스포츠 경기처럼 보도하거나 정책·공약에 대한 심층 분석 없이 단순 중계에 그치는 행태, 특정 후보나 정당에 대한 편파보도, 형식적 균형만 강조하는 태도, 네거티브 공방이나 갈등을 부각해 상업적으로 활용하는 방식, 여론조사 남용과 왜곡, 사회적 약자나 소수정당에 대한 보도배제 등 언론의 고질적 문제를 정면으로 살피며 자기반성과 성찰을 해야 할 때다.
비상계엄부터 파면까지 긴 과정에서 시민들이 가장 크게 고쳐야 할 영역으로 꼽는 게 정치개혁, 언론개혁, 사법개혁이다. 내란세력으로 인해 시민의 일상을 빼앗겼고, 이를 추종·옹호하는 언론보도로 정신적 스트레스와 고통을 받았다. 제대로 된 언론이 없으면 건강한 공론장 형성 자체가 불가능하고 나아가 민주주의는 요원하다는 것을 역사를 통해 잘 알고 있다. 언론기관과 언론인들 스스로 어떻게 개혁해 나갈 것인가를 자문하고 저널리즘 본령이 무엇인지 다시금 찾아가는 계기가 되기를 기대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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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민이 내란 보도에 분노하는 근본 이유, 언론은 아는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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