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한 학급 전체가 무대에 올라 '민중의 노래'를 합창했다. 영화 '레미제라블'의 삽입곡으로, 5.18의 정신과 프랑스 혁명의 그것이 별반 다르지 않음을 강조했다.
서부원
음악 교사가 별도의 시간을 할애해 아이들과 함께 준비한 '민중의 노래'는 의외의 감동을 주었다. 이는 영화 <레미제라블>의 삽입곡으로, 5.18의 정신이 프랑스 혁명의 그것과 별반 다르지 않다는 걸 보여주려는 의도라고 설명했다. 한 학급 전체가 무대 위에 올라가, 강렬한 드럼 비트와 건반의 멜로디에 맞춰 힘차게 불렀다.
이어진 노래 '이 산하에'도 감동적이었다. 1990년대를 대표하는 민중가요 그룹 '노래를 찾는 사람들'의 곡으로, 한 지상파 방송의 5.18 40주년 행사 때 불리기도 했다. 이 곡은 대학 시절 노래패를 이끈 경험이 있는 학년 부장 교사가 비장한 목소리로 소화해 냈다. 주위로부터 음악 교사로 곧잘 오해되는 그는 기실 수학 교사다.
'나는 반딧불'을 '떼창'하는 장면은 압권이었다. 드럼도, 베이스도, 건반도 모두 빠진 채 오로지 통기타 한 대로만 반주했고, 200여 명의 아이들이 동시에 마이크도 없이 절규하듯 부르는 광경은 흡사 5.18 당시 민주 광장에서의 '민족 민주화 대성회'를 연상시킬 정도였다. 노랫말은 자신에게 보내는 위로였고, 5.18을 영원히 기억하자는 다짐이었다.
우리 학교는 윤상원 열사와 더불어 계엄군에 의해 죽임을 당한 뒤 암매장됐던 김평용 희생자의 모교이기도 하다. 학교 도서관에는 그를 기억하자는 취지로, 그의 생애를 새긴 동판을 제작해 세워놓았다. 희생을 기억하는 건, 아픈 역사를 잊지 않겠다는 뜻이다. 해마다 5.18 기념행사를 개최하는 것도 같은 맥락이다.
5.18 당시 희생된 청춘들을 위로하기 위한 노래를 빼놓을 수 없었던 이유다. 이선희 가수의 노래 '오월의 햇살'이 맞춤했다. 이 곡은 이른바 '5공 청문회'가 한창이던 1989년 무렵 만들어졌는데, 지금껏 그들의 넋을 달래려는 진혼곡으로 여겨져 왔다. 직접 말하지 못하고 에두를 수밖에 없었던 당시의 엄혹했던 현실까지 깨닫게 하는 곡이다.
이 노래는 대학을 갓 졸업한 신임 교사가 불렀다. 한 세대도 더 지난 옛 노래를 그의 애절한 목소리에 담아냈다. 감동한 아이들의 기립박수가 한참 동안 이어졌고, 그렇게 또 한 사람의 음악 교사가 등장했다. 그도 음악과 담을 쌓고 지내 온 영어 교사였다. 세대와 성별을 뛰어넘어 노래를 통해 5.18의 정신과 자연스레 만나고 있었다.
이어진 수업에서 5.18 기념행사를 매조지듯 아이들에게 이렇게 말했다. 작은 음악회는 '맛보기'이자 '초대장'일 뿐이며, 5.18의 정신을 가슴에 아로새기기 위한 독서와 토론으로 이어져야 한다. 도서관에는 여러 5.18 관련 도서를 한데 모아둔 '오월 서가'가 따로 마련되어 있다.
"우리 함께 노래로 5.18을 만났으니, 이제 책으로 5.18의 정신을 깨달아야 할 때다. 지금 도서관에 가면, 한강 작가의 <소년이 온다>와 윤상원 열사의 일기 <어떻게 살 것인가>, 두 권짜리 만화책 <망월> 등 다양한 책들이 너희들을 기다리고 있다. 함께 읽고 소감을 나눠보자. 이야말로 최고의 5.18 기념행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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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임 교사가 부른 옛 노래... 아이들의 기립박수가 이어진 이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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