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듣기

나중으로 밀린 이 공약, 이번 대선 여전히 걱정스럽다

[지금 필요한 공약_환경] 다음 정부가 꼭 해야 할 '물정책 정상화'... 4대강 자연성 회복, 꼭 지켜야 할 약속

등록 2025.05.28 16:32수정 2025.05.28 16:32
0
원고료로 응원
 광장에 올린 금강과 생명파괴 중단을 요구하는 만장들.
광장에 올린 금강과 생명파괴 중단을 요구하는 만장들. 보철거시민행동

'부엔 비비르(Buen Vivir) '

지난 23일, 대통령 선거 후보 사회부문 토론회를 보면서 떠올린 단어이다. 스페인어로, 직역하면 '좋은 삶'이다. 1990년대 남아메리카에서 자본주의 개발로 부유해진 서구의 삶을 일방적으로 따라가기 보다, 누구도 배제되지 않고 '더불어 잘살기' 위한 사회운동이 벌어지면서 등장한 말이기도 하다.

처음으로 기후위기 해결이 주제로 포함된 토론이기도 했는데 각 후보자들 간 토론에 의문과 아쉬움이 많이 남았다. 어떤 후보들은 국민들의 좋은 삶에 대한 각자 다른 기준이 보이기도 했고, 어떤 후보들의 토론은 국민의 삶 보다는 이념, 정쟁을 두고 갈라치기 하는 말로 일관했다. 기후위기 해결을 위해 토론해야 할 것은 우리 지구의 생태환경을 파괴하지 않는 기반에서의 '좋은 삶'에 대한 고민일 텐데, 그런 부분을 확인하기는 어려웠다.

이번 대통령 선거는 여전히 걱정스럽다. 각 후보자의 19대 공약에서 기후위기와 환경은 여전히 '나중의 공약'으로 비치기 때문이다. 심지어 공약조차 없는 후보도 있다. 기후위기는 당장 우리 생존의 문제이고, 불평등을 초래하고 있기에 인간의 삶의 나중 문제가 될 수 없다. 기후위기로 인한 불평등과 생존의 문제를 적극적으로 해결하기 위한 약속들이 앞에 서야 한다.

생명과 공존하는 민주주의 세상

세종보 재가동 반대 투쟁은 물정책 역행을 막아서기 위해 시작되었고, 전국의 많은 사람들이 천막농성에 공감하며 연대했다. 윤석열 정부의 민주주의 파괴 행위는 거버넌스를 파괴하고 절차를 무시한 세종보 재가동과 국가물관리기본계획 변경 과정과 닮아 있었다. 우리는 탄핵 광장에서 '금강'의 깃발을 들고 비민주적인 물정책 역행과정, 절차의 부당함을 외쳤고 '퇴진 다음은 물정책 정상화'라는 사회대개혁의 방향을 제시하기도 했다.

금강 천막농성은 인간 뿐 아니라 우리와 공존하는 다양한 생명도 광장의 다양한 주체로 서야 한다고 외침이기도 했다. 윤석열 정부 정책에 피해를 입은 금강 흰목물떼새도 광장의 주체로 인정받고, 그들과 공존하는 삶을 함께 고민해 나가는 것이 윤석열 이후 민주주의가 가야할 길이다.


하지만 대통령 후보들의 공약 중 경제성장이라는 장밋빛 미래를 위해 제시되는 다양한 방향의 '건설'사업들을 보면 안타까울 뿐이다. 그 약속의 이면에는 경제발전을 위해 자연은 당연히 희생되어야 할 대상이라는 인식이 깔려있기 때문이다. 하지만 인간이 자연을 파괴하며 지속한 개발이 결국 그대로 독이 되어 돌아오고 있음을, 기후위기라는 지구적 위기를 겪으며 뼈저리게 실감하고 있지 않은가.

다음 세상의 민주주의는 우리 지역의 강과 산, 그를 터전으로 삼고 살아가는 작은 생명들의 권리가 존중받는 모습이어야 한다. '잘 살기 위한 경제발전'을 이유로 자연을 착취하는 것은 우리 삶의 기반을 착취하는 일이기 때문이다. 생태학살은 파괴된 민주주의에 기대어 더 쉽게 확장된다는 것을, 환경부가 이번 세종보 재가동을 추진하는 과정에서 똑똑히 확인했다.


우리 강 생태 회복, 국민의 생명과 안전을 위한 약속

 이재명 캠프 ‘잘사니즘 환경생태위원회’가 발표한 8대 환경공약
이재명 캠프 ‘잘사니즘 환경생태위원회’가 발표한 8대 환경공약 이재명캠프

지난 21일, 더불어민주당 이재명 대선 캠프는 8대 환경공약을 밝히면서, 제1공약으로 '4대강 재자연화 및 수질 개선'을 내세웠다. 민주노동당 권영국 후보 역시 정책질의를 통해 '금강 영산강 보 처리방안의 이행과 4대강의 자연성 회복 이행'을 답변하기도 했다. 김문수 후보와 이준석 후보의 공약에서는 생태회복에 관한 공약은 찾아볼 수 없었다.

강을 포함한 자연의 생태 회복은 국민의 삶의 질을 높이고 기후위기 시대 탄력성 회복을 위한 일이다. 독일 뮌헨 이자르강은 생태 회복의 대표적 사례다. 뮌헨시는 2000년부터 2010년 사이 인공제방과 잦은 준설, 직강화 등으로 훼손된 이자르강 8km구간을 복원했다. 생태복원 후 시민들은 인공적인 둔치가 아니라 자갈밭이 너른 수변공간을 마음껏 이용하고 있다. 10년 동안 철저한 사전조사를 거쳤고 민관이 함께 위원회를 구성해 강의 복원을 추진한 결과였다. 회복한 강에서 시민들은 수영과 물놀이를 즐기며 강이 주는 혜택을 마음껏 누리고 있다. 보가 철거된다면 회복될 금강과 시민들의 모습이기도 하다.

 보철거를위한금강낙동강영산강시민행동 활동가들과 회원들이 환경부의 퇴행하는 물정책을 규탄해오고 있다.
보철거를위한금강낙동강영산강시민행동 활동가들과 회원들이 환경부의 퇴행하는 물정책을 규탄해오고 있다. 보철거시민행동
 신규댐추진 중단을 요구하는 주민들이 댐추진 공청회 개최를 반대하는 모습.
신규댐추진 중단을 요구하는 주민들이 댐추진 공청회 개최를 반대하는 모습. 보철거시민행동

이명박 정부 4대강 사업으로 심각하게 훼손된 우리 강 자연성은 문재인 정부 때 회복의 기조까지 만들었다가 윤석열 정부의 졸속적인 절차로 가로막혔다. 졸속적인 절차에 대해 명확하게 처벌하고, 역행한 물정책을 정상화 하는 것은 되도록 빨리 해야 할 일이다. '금강 영산강 보 처리방안 이행'과 국가물관리기본계획을 자연성 회복 목표로 재수립'하는 것은 그래서 중요하다. 이를 이행하면서 '낙동강, 한강의 보 처리방안 마련'도 이행되어야 한다. 기후대응댐 건설과 대규모 하천 준설을 중단시켜야 하는 것 또한 물정책 정상화의 과제이다.

최근 한국수자원공사와 한국물환경학회가 공동으로 주최한 '녹조 기술 심층 토론회'에서 한 교수가 "녹조는 북미, 유럽, 아시아 등 전 세계에서 관측되는 '자연현상'"이라고 발언했다. 대체적으로 이런 인식을 가진 이들이 윤석열 정권의 환경부와 국립환경과학원에서 요직을 차지하고 있는 것이 현실이다. 이들을 심판하고 '국가재난으로서의 녹조 독소 유해성에 대한 대응체계 마련' 또한 물정책 정상화의 과제다.

 지난 2024년 8월, 녹조로 완전 뒤덮인 낙동강 강정고령보 상류
지난 2024년 8월, 녹조로 완전 뒤덮인 낙동강 강정고령보 상류 정수근

해결되지 못한 물정책 역행으로 우리 강은 매년 극심한 녹조 창궐을 겪고 있다. 전 세계에서 기후위기 가속화에 따른 녹조 문제의 심각성을 우려하고 있다. 녹조 창궐은 이산화탄소(CO₂)보다 28배 강력한 온난화 유발 메탄(CH₄) 배출로 이어지고 있다. 수질 및 생태계 악영향뿐 아니라 사람에게도 직접적 영향을 미친다는 연구가 계속되고 있고 국내 연구를 통해서 확인되었다.

4대강 재자연화와 수질 개선은 우리 국민의 생명과 안전을 지키는 약속이자 사회적 재난이 돼버린 녹조 문제 해결을 위해서라도 반드시 실행해야 할 공약이다.
#금강 #세종보
댓글
이 기사가 마음에 드시나요? 좋은기사 원고료로 응원하세요
원고료로 응원하기

환경운동가, 글쓰는 사람. 남편 포함 아들 셋 키우느라 목소리가 매우 큽니다.


톡톡 60초

AD

AD

AD

인기기사

  1. 1 2년간 싸운 군의원 "김건희 특검, 양평군 도시건설국장 주목해야" 2년간 싸운 군의원 "김건희 특검, 양평군 도시건설국장 주목해야"
  2. 2 "하나님께서 함께하심을 믿고 있다"는 윤석열, 서글펐다 "하나님께서 함께하심을 믿고 있다"는 윤석열, 서글펐다
  3. 3 원주에서 일어나고 있는 기막힌 일... 눈물 나는 24명 '최후진술' 원주에서 일어나고 있는 기막힌 일... 눈물 나는 24명 '최후진술'
  4. 4 '김건희' 묻자 기자 밀치고 다급히 떠난 양평군수, 김선교 의원도 묵묵부답 '김건희' 묻자 기자 밀치고 다급히 떠난 양평군수, 김선교 의원도 묵묵부답
  5. 5 대장동 첫 대법 판결, 김만배 무죄 확정... 남욱 신빙성 배척 대장동 첫 대법 판결, 김만배 무죄 확정... 남욱 신빙성 배척
연도별 콘텐츠 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