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타자기 덕후가 예측하는 라이팅힙의 미래

힐링과 집중, 생소함을 느낄 수 있는 타자기의 매력

등록 2025.05.26 10:28수정 2025.05.26 14:3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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타자기를 수집하는 타자기 덕후로 타자기를 수집하다가 타자기와 관련한 역사나 인물에 대한 연구까지 하고 있습니다. 이 칼럼은 기자가 쓴 브런치 매거진 '타자기이야기'에 실린 '다 함께 타이핑 1~3편과 연결되는 내용으로 아래의 링크에서 연결되는 내용을 함께 읽으시길 권해 드립니다.[기자말]
새로운 독서 문화 텍스트힙(Text-hip)

최근 젊은 세대를 중심으로 확산되고 있는 '텍스트힙(Text-hip)'의 문화와 현상을 보면서 놀라지 않을 수 없다. 텍스트힙은 소위 독서하는 나 자신을 힙하게 보이기 위한 행위다. 자신의 독서 인증을 SNS에 올리면서 나를 더욱 세련된 사람으로 돋보이게 보이게 한다는 이미지와 결합하며 유행으로 확산되며 형성된 것으로 보인다.


필자는 이 유행을 반기는 사람 중에 하나다. 잠시 지나갈 유행이라고 할 지라도 어떤가? 그럼에도 불구하고 이 유행이 긍정적인 영향을 더 많이 끼치고 있는 것은 분명해 보인다. 필자의 인식에 과거 한국인의 독서율은 세계 꼴찌 수준이라고 신문과 뉴스 등 언론 보도에서 이를 걱정하는 기사를 거의 매년 봤던 기억이 강하게 남아있다.

1990년 연합뉴스의 기사를 살펴보면 한국인의 한 달 평균 독서량은 1.32권이었다. 1991년에는 1.21권, 1992년에는 1.47권. 한국인의 월간 평균독서량은 그렇게 많지 않았다. 2005년에 들어서는 한국의 독서량은 세계 꼴찌 수준으로 떨어진다는 기사도 확인할 수 있다.

독서시간 꼴찌라던 한국의 과거 신문기사들 출처. 1997년 연합뉴스 및 2005년 한겨레 보도 이미지 캡처 편집
▲독서시간 꼴찌라던 한국의 과거 신문기사들 출처. 1997년 연합뉴스 및 2005년 한겨레 보도 이미지 캡처 편집 언론사

오죽하면 2004년에 서울문화재단(당시 대표이사 유인촌)에서는 '책 읽는 서울'이라는 캠페인까지 하게 되었을까. 서울 시내 공공도서관을 중심으로 독서문화 활성화를 위한 세미나, 도서관 순회독서 프로그램, 한국소설가협회 작가들의 독서, 문학강연 및 독서지도 등 다양한 행사를 운영하며 캠페인을 진행했다고 한다(출처 연합뉴스 기사). 이런 노력들의 결과였을까? 단편적으로 판단하기 어렵지만, 이런 캠페인의 시작이 다른 기관 등에도 영향을 주었을 것이다.

지금도 서울시는 서울도서관을 통해 서울광장과 광화문광장 등에서 여전히 '책 읽는 서울광장' 사업을 통해 독서문화 활성화를 위한 정책을 펼치고 있다. 이런 노력들의 덕분인지 2015년 OECD가 시행한 '해외 주요국 독서실태 조사' 결과 한국은 76.5%로 12위를 차지한다. 최하위 19위인 이탈리아의 63.6%에 비하면 무난한 중위권에 속한다. 1위는 85.7%인 스웨덴이었다. 때문에 한국에서 지금 일어나고 있는 이 '텍스트힙'이란 트렌드가 놀라운 현상으로 다가온다. 한편으로 놀랍지만 기쁘기도 하다.

읽기에서 쓰기로


더 놀라운 것은 이 트렌드가 여기에서 그치지 않고 읽기에서 쓰기로 더 확장되어 갔다는 것이다. 텍스트힙에서 이제는 '라이팅힙(Writing-hip)'으로 트렌드는 퍼져가고 있다. 신조어 '라이팅힙(Writing-hip)'이란 '쓰기(Writing)'와 '힙(hip)'의 합성어로, 손글씨 쓰기나 필사(筆寫)를 힙한 문화로 즐기는 현상을 뜻한다.

이 덕분에 요즘 출판, 서점, 문구업계는 호황이다. 출판사는 손글씨 필사 책을 출시하고 있고, 서점가에선 출시된 여러 필사책들이 불티나게 팔리고 있다. 뿐만 아니라 필사를 위한 다양한 문구들이 판매에 활기를 띠고 있다. 손글씨 수업 같은 원데이클래스가 젊은 세대들에게 인기몰이를 하고 있다. 남의 글을 베껴 쓰기는 필사를 넘어 자신이 직접 작성한 글을 SNS에 올리는 이들도 나타고 나타나고 있다.


언론보도에 나온 라이팅힙과 관련한 뉴스의 헤드라인들 라이팅힙과 관련한 신문보도 기사들 헤드라인 이미지 캡처 편집
▲언론보도에 나온 라이팅힙과 관련한 뉴스의 헤드라인들 라이팅힙과 관련한 신문보도 기사들 헤드라인 이미지 캡처 편집 언론사

손글씨 필사의 도구는 다양하다. 가장 기본이 되는 필기구 연필부터 붓펜을 활용한 캘리그래피도 인기다. 그중에서 가장 인기 있는 도구는 '만년필'이다. 제조사에 따라 고가에서 저가의 만년필까지 다양하게 형성되어 있기 때문에 누구나 손글씨 필사의 감성을 느끼고 싶은 사람들에게 접근성이 가장 좋은 필기구다.

과거에 만년필은 잉크를 직접 충전을 해야 하는 불편한 필기구였다. 하지만 요즘에는 카트리지 방식으로 손에 잉크를 묻히지 않고 편리하게 이용할 수 있다. '펜촉'이라 불리는 닙 Nib의 품질에 따라 가격도 다양하고 그만큼 필기감이 다양한 것도 매력이다.

종이 위에서 사각거리는 필기감과 펜촉이 지날 때 종이에 은은하게 퍼지는 잉크의 번짐과 발색도 마니아들이 대표적으로 언급하는 매력포인트 중에 하나이다. 필사는 한 글자 한 글자 정성스럽게 손가락 끝에 압력을 조절하며 펜촉을 움직여 종이에 잉크가 번져가는 것을 시각적으로 감각하며 집중의 시간을 제공한다.

이런 시간이 사람들에게는 '힐링'을 준다. 긴 장문의 글을 필사로 완성했다는 '성취감'도 준다. 사람들이 라이팅힙에 열광하는 이유는 이렇게 힐링과 성취감을 함께 느낄 수 있어서가 아닐까? SNS에서 내 게시물이 인기를 얻는 것은 부가적인 덤일 것이다.

매력 넘치는 필사 도구, 타자기

손글씨의 감각도 매력적이지만 손가락의 감각과 정신 집중이 극대화되는 필사도구가 있다. 바로 타자기다. 타자기 수집가이자 마니아인 필자는 이 라이팅힙의 정점에는 타자기의 유행이 다시 돌아올 것이라 추측한다. 이 추측의 근거가 되는 키워드는 바로 힙 hip이다. 더 새롭고, 개성 있는 것을 지향하는 힙스럽움처럼 텍스트힙, 라이팅힙에는 공통적으로 '힙'이 들어간다.

책을 읽는 행위부터 책을 읽고 필사를 하는 것까지 사람들은 이 행위를 자신의 취향과 개성을 더욱 새로운 도전의 영역으로 발전시켜왔다. 때문에 라이팅힙이 점점 더 정점을 간다면 마지막에는 타자기를 이용한 필사, 편지 쓰기, 등의 글쓰기가 한 번 더 유행으로 이어질 것이라고 생각한다.

필자가 한글타자기로 개조한 올리베티 발렌타인 타자기로 필사했던 탄핵선고문 필자가 한글타자기로 개조한 올리베티 발렌타인 타자기로 필사했던 탄핵선고문
▲필자가 한글타자기로 개조한 올리베티 발렌타인 타자기로 필사했던 탄핵선고문 필자가 한글타자기로 개조한 올리베티 발렌타인 타자기로 필사했던 탄핵선고문 강득주

고가의 만년필에 비하면 상대적으로 저렴한 중고품 타자기도 있지만, 접근성이 다소 제한적이다. 만년필은 지금도 생산이 되지만, 타자기는 2011년 4월을 기점으로 전 세계적으로 생산이 중단되었다. 이제는 중고로 밖에 구할 수가 없는 물건이 되었다. 때문에 배경지식도 필요하다. 상태 좋은 좋은 중고품 타자기를 구하기 위해서는 충분한 리서치도 필요하다.

온라인 카페중에는 타자기를 사용하는 사람들의 모임이 있어서 도움을 받을 수도 있다. 희귀한 활자를 가진 타자기 중에는 돈이 있어도 구할 수 없는 타자기도 존재한다. 그런 희소성이 타자기를 더욱 힙하게 느껴지게 한다. 뿐만 아니라 타자기는 손글씨와는 또 다른 매력을 가지고 있다. "철컥철컥" 활자대가 움직여 둥글대 위에 종이를 때리며 활자가 인자되는 소리. 그 소리를 듣고 타자기의 매력에 빠지지 않을 사람은 드물 것이다.

타자기는 오타가 한 번 나면 지울 수가 없다. 오타가 생기면 글은 처음부터 다시 써야 한다. 때문에 집중 또 집중해야 한다. 틀리지 않기 위해 정신을 집중하는 시간이 스트레스가 아니라 오히려 힐링이 되는 신기한 경험을 준다. 타자기의 키보드 자판은 우리가 지금 PC에서 사용하는 키보드 자판배열과는 사뭇 다르다. 이런 생소함도 흥미로운 부분이다.

현재 한글표준자판은 두 벌식 자판이다. 타자기에도 두 벌식 자판이 있지만, 실제 작동 메커니즘은 네 벌 식과 유사하다. 타자기의 자판은 두 벌 식부터 세 벌식, 네 벌식, 다섯 벌 식까지 다양하다. 세 벌 식이나 다섯 벌식 자판은 매우 희귀해서 구하기가 어렵다. 보통 중고시장에서 구하기 쉬운 것은 두 벌 식과 네 벌 식이다. 수동타자기도 있지만 전동타자기와 전자타자기도 있다.

이렇게 선택의 폭이 넓기도 하지만, 배경지식의 학습이 있어야 가능한 영역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이런 물건을 다룰 수 있다는 것 자체가 어쩌면 힙 hip 한 것이 아닐까? 어쨌든 꽤나 적지 않은 비용과 지식이 수반되어야 하므로 접근성이 제한적이지만 힙한 젊은 세대들의 도전이 있을 것이라 믿어 의심치 않는다.

타자기가 아니라도 좋다. 여전히 바쁘게 돌아가는 온라인세상과 오프라인세상에서 다양한 소통 채널을 오가면서 살아가야 하는 우리는 잠시 디지털 세상에서 벗어나는 디지털 디톡스가 필요하다. 필자는 타자기를 추천하고 싶지만, 타자기가 아니어도 좋다. 연필 한 자루, 종이 한 장 꺼내어 천천히 좋은 글귀 하나 찾아서 필사하며 나를 위해 집중하는 시간을 가져보기를 권한다.

<함께 읽으면 좋은 글>
다 함께 타이핑 (1) https://brunch.co.kr/@rettrofit/106
다 함께 타이핑 (2) https://brunch.co.kr/@rettrofit/107
다 함께 타이핑 (3) https://brunch.co.kr/@rettrofit/108
덧붙이는 글 이 기사는 브런치스토리 매거진 <타자기이야기>에도 실립니다.이 기사는 브런치스토리 매거진 <타자기이야기>에도 실립니다.<참고자료> 사각사각 만년필 소리...‘라이팅힙’에 스며들다 [스페셜리포트] 출처 : 매일경제
<참고자료> 신조어 사전 [라이팅 힙] 출처 : 서울경제 기사
<참고자료> ‘2015년 해외 주요국 독서실태 조사’ 결과 출처 : 문학인신문(http://www.munhakin.kr)

#텍스트힙 #라이팅힙 #타이핑힙 #타자기 #트랜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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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예술하는 삶을 꿈꾸었으나, 문화 행정영역에서 노동자로 살고 있다. 노동 외에 타자기 연구하는 덕후이자 수집가로 한글문화와 '육아' 까지 3가지 영역에서 각각의 페르소나를 넘나들며 살고 있다. 현재 브런치 스토리에서 타자기에 대한 글을 집필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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