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필자가 한글타자기로 개조한 올리베티 발렌타인 타자기로 필사했던 탄핵선고문 필자가 한글타자기로 개조한 올리베티 발렌타인 타자기로 필사했던 탄핵선고문
강득주
고가의 만년필에 비하면 상대적으로 저렴한 중고품 타자기도 있지만, 접근성이 다소 제한적이다. 만년필은 지금도 생산이 되지만, 타자기는 2011년 4월을 기점으로 전 세계적으로 생산이 중단되었다. 이제는 중고로 밖에 구할 수가 없는 물건이 되었다. 때문에 배경지식도 필요하다. 상태 좋은 좋은 중고품 타자기를 구하기 위해서는 충분한 리서치도 필요하다.
온라인 카페중에는 타자기를 사용하는 사람들의 모임이 있어서 도움을 받을 수도 있다. 희귀한 활자를 가진 타자기 중에는 돈이 있어도 구할 수 없는 타자기도 존재한다. 그런 희소성이 타자기를 더욱 힙하게 느껴지게 한다. 뿐만 아니라 타자기는 손글씨와는 또 다른 매력을 가지고 있다. "철컥철컥" 활자대가 움직여 둥글대 위에 종이를 때리며 활자가 인자되는 소리. 그 소리를 듣고 타자기의 매력에 빠지지 않을 사람은 드물 것이다.
타자기는 오타가 한 번 나면 지울 수가 없다. 오타가 생기면 글은 처음부터 다시 써야 한다. 때문에 집중 또 집중해야 한다. 틀리지 않기 위해 정신을 집중하는 시간이 스트레스가 아니라 오히려 힐링이 되는 신기한 경험을 준다. 타자기의 키보드 자판은 우리가 지금 PC에서 사용하는 키보드 자판배열과는 사뭇 다르다. 이런 생소함도 흥미로운 부분이다.
현재 한글표준자판은 두 벌식 자판이다. 타자기에도 두 벌식 자판이 있지만, 실제 작동 메커니즘은 네 벌 식과 유사하다. 타자기의 자판은 두 벌 식부터 세 벌식, 네 벌식, 다섯 벌 식까지 다양하다. 세 벌 식이나 다섯 벌식 자판은 매우 희귀해서 구하기가 어렵다. 보통 중고시장에서 구하기 쉬운 것은 두 벌 식과 네 벌 식이다. 수동타자기도 있지만 전동타자기와 전자타자기도 있다.
이렇게 선택의 폭이 넓기도 하지만, 배경지식의 학습이 있어야 가능한 영역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이런 물건을 다룰 수 있다는 것 자체가 어쩌면 힙 hip 한 것이 아닐까? 어쨌든 꽤나 적지 않은 비용과 지식이 수반되어야 하므로 접근성이 제한적이지만 힙한 젊은 세대들의 도전이 있을 것이라 믿어 의심치 않는다.
타자기가 아니라도 좋다. 여전히 바쁘게 돌아가는 온라인세상과 오프라인세상에서 다양한 소통 채널을 오가면서 살아가야 하는 우리는 잠시 디지털 세상에서 벗어나는 디지털 디톡스가 필요하다. 필자는 타자기를 추천하고 싶지만, 타자기가 아니어도 좋다. 연필 한 자루, 종이 한 장 꺼내어 천천히 좋은 글귀 하나 찾아서 필사하며 나를 위해 집중하는 시간을 가져보기를 권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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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예술하는 삶을 꿈꾸었으나, 문화 행정영역에서 노동자로 살고 있다. 노동 외에 타자기 연구하는 덕후이자 수집가로 한글문화와 '육아' 까지 3가지 영역에서 각각의 페르소나를 넘나들며 살고 있다. 현재 브런치 스토리에서 타자기에 대한 글을 집필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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