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미니다큐 '강은 길을 잃지 않는다' 스틸컷
임도훈
상영시간 52분의 이 다큐는 6개의 이야기로 구성됐다. 1화는 '녹색 알'이다. 본격적인 농성에 돌입한 지난해 4월 30일에 천막 앞 하중도에서 발견한 멸종위기종 2급 흰목물떼새가 주인공이다. 흰목물떼새가 천막을 배경으로 둥지에서 알을 품듯, 지난 1년 동안 1만 5천여 명의 환경운동가와 정치인, 4대 종단, 세종시민들이 이곳에 와서 천막을 품었다. 그 이유는 무엇일까.
2화 '강의 지문'편에서는 지금은 고인이 된 마리나선착장 대표 고 김영준씨가 등장한다. 그가 세종보 상류에서 7년여 동안 선착장을 운영하면서 직접 눈으로 목격한 강의 죽음과 함께 2012년 4대강사업 때 금강에 3개의 보가 들어선 뒤 물고기 떼죽음, 녹조 창궐, 큰빗이끼벌레 출몰, 실지렁이와 붉은 깔따구 등장 등 강이 어떻게 죽어갔는지를 순차적으로 보여준다.
3화 '조용한 살인자' 편에는 20대 대선 때 이재명 후보가 우려했던 '4대강이 독성물질로 인간을 공격하고' 있는 상황이 담겨있다. 4대강사업 이후 줄곧 수문이 닫혔던 낙동강에 매년 창궐하는 녹조엔 청산가리 6600배에 달하는 독성 물질인 마이크로시스틴이 함유돼 있다는 학자들의 증언과 실제 낙동강 주민들의 콧속에서 독성물질이 검출된 연구결과를 생생히 담았다.
문재인 정부 들어서 2017년 말, 수문이 단계적으로 개방된 금강이 급격하게 회복되는 광경이 4화 '강의 귀환' 편에 실려있다. 강의 회복을 확인할 수 있는 각종 환경부 발표 자료와 전문가들의 생생한 목소리, 세종시민들의 목격담도 담겼다. 수문이 닫혀있는 낙동강 현지 취재를 통해 흐르는 강인 금강과 비교했다. 낙동강, 고인 물은 썩었고 금강, 흐르는 물은 살았다.
이 다큐의 주인공은 이경호 대전환경운동연합 사무처장, 박은영 대전충남녹색연합 사무처장, 임도훈 보철거시민행동 상황실장이다. 5화 '슬기로운 천막생활' 편에서는 강에서 고군분투하면서도 웃음을 잃지 않는 이들의 모습이 담겼다. 사실 연대 기자회견과 결의대회, 문화제 등 다채로운 행사에 참여하면서 동력을 채우는 수많은 전문가와 종교인, 시민들이 주인공이다.
"강은 말하지 않지만..." 산 강을 지킨 증언자들

▲ 미니다큐 '강은 길을 잃지 않는다' 스틸컷
이경호
마지막 6화 '강은 길을 잃지 않는다' 편은 사계절을 지나 다시 이곳에서 봄을 맞는 활동가들의 소회 등이 담겨있다. 매일매일 흐르는 강과 수많은 뭇생명들과 마주했던 이들의 미묘한 심적 변화. 강을 살려야 한다는 당위는 세종보 상류에서 확인하는 생명에 대한 경외감으로 더욱 두텁고 공고해졌다.
지금 이렇게 흘러가는 바람이나 강이나 새들이나 나무들은 사람의 말을 하지는 않아요. 근데 저는 그게 큰 위로가 돼요. 왜냐하면 강을 막았어도 (다시) 여니까 이렇게 회복이 돼요. 사람을 탓하지 않아요. 그리고 자기 모습을 잃지도 않거든요. 여기서 사는 갈대들이나 나무들이나 다 물에 잠겨서 없었던 아이들인데 그 물이 빠지자마자 다시 살아나고 다시 생겨나요. 저는 이게 가장 큰 위로이고 힘인 거 같아요(박은영 사무처장).
저는 이 세종보(현장을) 지키는 것이 물 정책 정상화의 교두보고 최전선이라고 생각하고 있어요. 그러니까 세종보가 그냥 닫히게 되면 나머지 신규 댐 건설이라든지, 이런 것들은 다 정당성을 얻게 될 겁니다. 4대강 사업이 옹호가 될 것이고. 그래서 저는 세종보 단 하나를 지키는 그런 싸움을 하고 있는 것이 아니라 4대강에 있는 전체 생명, 이 물, 하천, 흐르고 있는 우리 강과 호수, 거기서 벌어지려고 하는 모든 개발 사업의 최전선에서 싸우고 있다고 생각을 하고 있는 거예요. 그래서 그냥 쉽게 나갈 생각이 없는 거죠(임도훈 상황실장).
그깟 새 하나 때문에 환경운동을 하느냐는 말을 많이 들었습니다. 하지만 지금은 대멸종의 시대가 도래했고, 멸종의 속도도 너무 빠릅니다. 그런데 그 끝에 사람이 있습니다. 한 마리 새를 지키는 게 아니라, 한 개 종을 지키는 게 아니라, 우리를 지키고 있는 겁니다(이경호 사무처장).
이재명·권영국 후보에게 이 다큐 추천하는 까닭
다시 4년 전 대선 때 이재명 후보가 페이스북에 올린 글로 돌아가 보자. 이 후보는 당시 "금강, 영산강 보 수문 개방 이후 유해 남조류가 줄고 물이 맑아지고 금빛 모래사장이 돌아와 희귀어류와 새들이 되돌아왔다"며 "깨끗한 물은 생명의 원천이며 인류 경제 활동의 시작점"이라고 강조한 바 있다.
하지만 윤석열 후보가 대통령으로 당선된 뒤 물정책은 30~40년 전으로 퇴행했다. 이명박 정부가 4대강사업을 하면서 국정원과 검찰 등 국가기관을 총동원해 불법사찰, 압수수색을 하면서 민주주의를 파괴했듯, 윤석열 정부도 4년여에 걸친 과학적인 모니터링 결과를 토대로 한 문재인 정부의 금강·영산강의 보 해체 결정을 15일 만에 뒤집으면서 민주적 절차를 짓밟았다.
이 과정에서 환경단체들은 공주보 9시간 수중농성을 벌이기도 했고, 윤 정부의 물정책에 항의하다가 고소·고발을 당하기도 했다. 환경단체들은 이 후보가 대통령이 되면 실행하려고 했던 깨끗한 물을 지키기 위해 그동안 무소불위의 권력에 저항하면서 육탄 저지해 왔다.

▲ 지난해 7월 세종보 천막농성장을 지지방문해서 오마이뉴스와 인터뷰하는 권영국 후보
김병기
최근 권영국 후보 캠프도 환경단체들의 물정책 정상화를 요구하는 정책 질의에 대해 4대강 재자연화 정책을 이행하겠다는 답변을 보내왔다. 오는 28일에는 보철거시민행동과 정책협약식을 열 예정이다. 권 후보는 지난해에 천막농성장을 방문해 보철거시민행동의 활동에 연대와 지지의사를 밝힌 바 있다. 두 후보에게 환경운동가들의 투쟁과 산 강의 아름다움을 전하는 이 미니 다큐를 추천하는 이유이다.
한편, 이 다큐는 오는 30일 메가박스 세종나성점, 6월 9일 대전아트시네마에서 오후 7시에 상영되며, 대구 등지에서도 공동체 상영회를 추진하고 있다.

▲ '강은 길을 잃지 않는다' 상영 소식을 알리는 웹자보
보철거시민행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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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대강 회복 공약' 이재명·권영국에게 띄우는 다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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