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2025년 5월 22일 팔레스타인 소녀가 가자시에서 피난처로 삼은 텐트 안에서 여동생에게 음식을 먹이고 있다.
로이터=연합뉴스
팔레스타인 언론 와파(Wafa)에 따르면, 5월 24일 토요일 가자 지구에서 모하메드 야신(4살)이 심각한 영양실조로 사망했습니다. 3월 2일부터 이스라엘이 가자로의 식량 반입을 차단하고 있는 가운데, 굶주림으로 인한 사망자는 58명으로 늘어났습니다.
유니세프는 5월 12일 '가자 전역의 어린이, 기아 위기에 처해 있다고 새 보고서가 밝혀'라는 제목의 보도 자료를 발표했습니다. 해당 자료에 따르면 가자에서 47만 명이 재앙적 수준의 기아에 직면해 있으며, 전체 주민이 심각한 식량 불안을 겪고 있습니다. 또 7만 1천 명의 어린이와 청소년, 1만 7천 명 이상의 어머니가 심각한 영양실조로 긴급 치료가 필요할 것으로 내다봤습니다.
UNFPA(유엔인구기금)는 5월 16일 '상황 보고서 - 팔레스타인의 인도적 위기'를 발표하고, 가자에서 1만 1천 명가량의 임산부가 기아 위기에 처했다고 했습니다. 불안정한 식량 공급으로 임신 합병증과 저체중 출산이 급증하고 있으며, 산모와 신생아 건강에 재앙적인 영향을 미치고 있습니다. 가자 지구에 있는 병원 대부분이 파괴되어, 임산부와 신생아에게 적절한 의료 서비스를 제공하기 어렵습니다. 또한 이스라엘의 봉쇄로 임산부와 신생아에게 꼭 필요한 의약품이나 인큐베이터 같은 의료기기의 반입도 차단된 상태입니다.
굶주림은 단순히 배고픔만을 의미하지 않으며, 어린이에게 평생 부정적 영향을 미칩니다. 영양 결핍은 뇌 기능과 발달에 악영향을 미치고, 면역력은 물론 키와 몸무게 등의 신체 발달을 저해합니다.
한 번의 폭격으로 9명의 아이가
<알자지라>에 따르면 5월 23일 금요일, 이스라엘이 팔레스타인 가자 지구 칸유니스 지역에 있는 한 주택을 폭격해 10명의 자녀 가운데 9명을 한꺼번에 살해했습니다. 사망자의 이름과 나이는 다음과 같습니다.
시다르(7개월), 루크만(2), 사딘(3), 레발(5), 루슬란(7), 주브란(8), 이브(9), 라칸(10), 야히야(12)
아담(11)과 아빠 함디는 크게 다쳤으나 목숨을 건질 수 있었습니다. 사건 당시, 소아과 의사인 엄마 알라는 나세르 병원에서 이스라엘의 공격으로 인한 부상자를 돌보고 있었습니다.
살해된 9명의 어린이 가운데 7개월 시다르와 12살 야히야 등 2명은 건물 잔해에 깔려 시신조차 수습하지 못했다고 하며, 나머지 일곱 아이의 시신은 엄마가 일하는 병원으로 옮겨졌습니다.
폭격 소식을 듣고 삼촌인 알리가 현장으로 달려갔을 때 집은 화염에 휩싸여 있었다고 했습니다. 중동 지역 뉴스를 전하는 미들이스트아이에 따르면 알리는 이렇게 말했습니다.
아이들의 엄마조차 시신을 구분하지 못했는데, 애들이 너무 심하게 불에 타서 누가 누구인지 알 수 없었습니다.

▲ 2025년 5월 23일 가자 지구 남부 칸 유니스의 나세르 병원에서 이스라엘 공습으로 사망한 팔레스타인의 시신을 보고 아이들이 울부짖고 있다.
로이터=연합뉴스
제발 저를 데려가 주세요
힌드 라잡은 팔레스타인 어린이가 어떤 극단적 상황에 놓여 있는지 보여주는 또 다른 사례입니다. 이스라엘의 폭격이 계속되는 가운데, 2024년 1월 29일 힌드(당시 5살)는 친척과 함께 차를 타고 피난을 떠나던 중이었습니다. 이스라엘 탱크가 이들이 탄 차량을 공격했고, 삼촌과 사촌 등이 사망했습니다. 힌드와 사촌 라얀(15살)은 살아남아 전화로 적신월사(적십자사에 해당)에 구조를 요청했습니다.
<알자지라>가 만든 다큐멘터리 '끝나지 않는 밤: 바이든의 가자 전쟁(The Night Won't End: Biden's War on Gaza)에는 당시 힌드와 라얀이 적신월사와 주고받은 목소리가 담겨 있습니다. 먼저 라얀이 적신월사 직원에게 말합니다.
우리한테 총을 쏘고 있어요. 차 안에 있는데, 바로 옆에 탱크가 있어요.
통화 중에 총소리가 들리고 라얀이 크게 비명을 지릅니다. 그리고 곧이어 통화가 끊어집니다. 적신월사 직원이 전화를 다시 걸자 이번에는 힌드가 전화를 받았고, 직원이 조금 전에 통화하던 사람은 어떻게 됐냐고 묻자 힌드가 "죽었어요"라고 대답합니다. 힌드가 계속 말합니다.
바로 옆에 탱크가 있어요. 누가 와서 저를 데려가 주세요. 너무 무서워요. 제발 와주세요.
구급대원이 힌드를 구조하려고 현장에 접근하려면 이스라엘의 허가가 필요했습니다. 적신월사는 3시간이 지나서야 겨우 허가를 받았고, 2명의 구급대원이 구급차를 몰고 힌드에게 달려갔습니다. 그런데 이스라엘은 허가를 받고 가던 구급차마저 공격했고, 힌드와의 통화도 끊어졌습니다.
사건 발생 12일 후인 2월 10일, 이스라엘군이 해당 지역에서 철수한 뒤에야 적신월사는 힌드와 구급대원의 시신을 수습할 수 있었습니다. 힌드가 타고 있던 차는 총탄 자국이 가득한 채 망가져 있었고, 구급차도 형체를 알아볼 수 없을 만큼 완전히 파괴된 상태였습니다.
힌드의 엄마 위삼은 <알자지라>와 한 인터뷰에서 눈물을 흘리며 이런 말을 남겼습니다.
힌드가 '나를 데리러 와줘'라고 말하는 목소리를 들었을 때, 이 세상에서 나보다 더 참담한 사람은 없었을 거예요. 그 말을 듣고도 제 딸에게 갈 수 없었어요. 얘야, 제발 엄마를 용서해 줘.

▲ 2025년 5월 26일, 가자시의 알 다라즈 지역에서 이스라엘의 공습으로 파괴된 알 제르자위 학교 건물에 앉아 있는 팔레스타인 소년
EPA=연합뉴스
이스라엘의 전쟁 범죄
5월 22일, 터키 언론 아나돌루 통신은 2023년 10월 7일 이스라엘이 가자에서 전쟁을 시작한 이후 약 1만 6천 명의 어린이와 청소년이 사망했다고 보도했습니다. 사망자의 연령별 분포는 아래와 같습니다.
- 1세 미만 : 916명
- 1~5세 : 4,365명
- 6~12세 : 6,101명
- 13~17세 : 5,124명
같은 기간 이스라엘의 공격으로 사망한 가자 주민은 5만 4천 명에 이릅니다. 건물 잔해에 깔리는 등 수천 명이 실종되었고, 12만 명 이상이 부상을 입었습니다. 3월 18일 이스라엘이 일방적으로 휴전을 깨고 폭격을 재개한 이후 사망자는 3천 6백 명에 이릅니다. 휴전 기간이라고 알려진 1월 19일~3월 17일에도 이스라엘은 170명 이상을 살해했습니다.
2024년 11월 국제형사재판소(ICC)는 이스라엘 총리 네타냐후와 전 국방장관 요아브 갈란트에 전쟁 범죄 혐의를 들어 체포 영장을 발부했습니다.
한편, <타임스오브이스라엘>에 따르면 5월 6일 팔레스타인 서안 지구에 있는 정착촌 오프라(Ofra)에서 정착촌 회의(Settlements Conference)가 개최되었습니다. 이 자리에서 이스라엘 재무장관 베잘렐 스모트리치는 가자 주민들은 반년 안에 좁은 땅에 갇히게 될 것이라고 했습니다. 이어 그는 "몇 달 안에 우리는 승리를 선언할 수 있을 것"이라며 "가자는 완전히 파괴될 것"이라고 했습니다. 이스라엘 주요 정치인의 이런 발언은 그들이 가자에서 인종청소를 진행하고 있다는 것을 보여줍니다.
- 평화운동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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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곱 아이의 시신이 엄마가 일하는 병원으로 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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