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등록 2025.05.28 09:35수정 2025.05.28 09:35
오마이뉴스의 모토는 '모든 시민은 기자다'입니다. 시민 개인의 일상을 소재로 한 '사는 이야기'도 뉴스로 싣고 있습니다. 당신의 살아가는 이야기가 오마이뉴스에 오면 뉴스가 됩니다. 당신의 이야기를 들려주세요.
남편의 고향 시골 동네에 가서 꺾어온 아카시아 꽃과 뽕잎을 돗자리에 쏟아놓으니 향기가 거실에 가득하다. 꽃은 잎과 함께 분류하면서 마음이 그윽해진다. 또 한편은 지금까지 계절과 함께 즐겨 오던 일들을 다음 해도 할 수 있을까?라는 생각이 들면서 갑자기 마음 한편이 시큰해 온다. 나이 들어가면서 내일 일도 모르고 살기 때문이기도 하지만 또 다른 이유가 있다.

▲ 뽕잎과 아카시아 꽃을 다듬기 위해 돗자리 위해 쏟아 놓은 사진
이숙자
그 이유는 남편의 연세가 많아 올 7월이 끝나면 운전면허증을 반납해야 한다. 차를 운행할 수 없으면 가고 싶은 곳을 자유롭게 갈 수 없다. 삶의 어느 한 부분을 잃어버린 듯 허전해 온다. 세상 사는 일은 마음대로 할 수 없는 제약이 있다. 그러나 그걸 지키고 살아야 하는 게 우리 법이고 사회 질서다.
우리 속담에는 '화무는 십일 홍이요 달도 차면 기운다'는 말이 있다. 꽃이 개화하면 열흘 넘게 싱싱한 꽃이 드물기 때문이다. 그래서 나는 진달래가 피고 아카시아 꽃이 피면 마음이 조급해 온다. 화전을 하거나 떡을 쪄도 꽃이 예쁘고 싱싱할 때, 원하는 꽃의 정점인 시기를 맞춰야 하기 때문이다.

▲다듬어 놓은 아카시아 꽃 아카시아 꽃을 잎과 분류해서 다듬어 놓은 꽃
이숙자
남편과 함께 시골에서 따온 아카시아 꽃을 다듬는다. 잎과 줄기를 분리하고 혹 시들어 누런 꽃은 골라내면서. 뽕잎은 또 따로 분류를 해 놓는다. 꽃을 다듬고 쌀을 담그고 팥을 삶고 떡 찔 준비를 한다. 누가 하라고 시킨 일도 아니련만 나는 남편과 함께 봄이 오면 계절을 맞이하듯 즐기는 일들이다. 별스럽지 않은 내가 원하는 작은 희망이 이루어졌을 때 느끼는 희열이 내 삶을 받쳐준다.
많은 사람들은 편안함을 좋아한다. 편안한 사람, 편안한 공간, 편안한 시간, 편안하다는 것은 편리하고 안전하다는 뜻이기도 하다. 그러나 편안함만 추구하다 보면 이루어지는 일이 아무것도 없다. 편안함은 적당히, 그리고 무슨 일이든 도전해야 만 결과가 있다. 나는 후자에 속하는 사람인 것 같다. 무슨 일이든 시도해 보고 도전하면서 결과에 만족한다.
도전하면서 과정을 즐긴다
단호박은 단단해서 껍질 벗기는 것이 쉽지는 않다. 나는 일을 하면서 해결을 못하면 남편을 부른다. 남편은 언제나 나의 놀이에 기꺼이 동참해 주고 있다. 무슨 일이든 함께 한다는 것이 즐겁다. 4시간 정도 물에 물린 쌀을 씻어 물기를 뺀 후, 방앗간에 가는 일도 남편이 운전해 주니 무거운 걸 들고 가는 수고를 덜어 주기도 한다. 내가 하는 모든 일에 같이 동참을 해 주니 이런 지원군이 어디에 있을까 싶다. 그저 늘 감사 뿐이다.

▲떡 지는 재료 아카시아 떡을 찌기 위한 재료들
이숙자
삶아놓은 팥과 단호박은 껍질을 벗겨 나박나박 썰어 놓고 냉동고에 남아 있던 완두콩도 꺼내어 모든 재료를 쌀 가루와 섞어 떡을 찐다. 찜솥에서 30분 가량 떡을 찌면 아카시아 꽃 떡이 완성된다. 찐 떡은 소분 해서 나눔도 하고 아침 식사 대용으로도 먹는다. 올해도 어김없이 아카시아 떡을 찌고 봄날은 가고 있다.

▲아카시아 떡 아카시아 향기가 나는 떡
이숙자
쪄 놓은 떡이 제법 푸짐하다. 이처럼 떡을 찌다가 떡 찌는 할머니라는 별명을 듣게 되는 건 아닌지 모르겠다. 이 나이에 무슨 별명을 들어도 아무 상관 없다. 삶은 거창한 것이 아닌 서로 기댈 작은 언덕이 되어 주는 것. 인생에 있어 가장 중요한 것은 사랑 그리고 자기가 좋아하는 일을 하는 것이다.모든 사물을 사랑하는 것, 나만의 길을 찾아 사는 것, 이거야 말로 행복한 삶일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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