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우리 중 누군가, 그것도 효자와 효부, 희생적인 부모라 불렸던 이들이 죄를 짓고 벌을 받는 전과자로 전락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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간병살인에 이른 이들에게 접촉하기가 결코 쉽지 않았을 테다. 그 정보를 구하는 것부터 가해자의 마음을 얻어 이야기를 듣는 과정까지가 보통의 수고로는 닿기 어려웠을 것이다. 때문에 책 가운데 생생한 이야기가 충분히 담겨 있진 못하다. 그럼에도 담은 사례가 전하는 경향성만큼은 선명하고 뚜렷하다. 개인과 가정의 붕괴 가운데 사회의 존재가 느껴지지 않는단 것, 고립되고 피로가 누적된 이들이 마침내 극단적 선택에 이른단 것이 하나하나 그렇다. 경향과 그 원인이 나왔으나 대책이 마련되지 않는단 건 참담한 일이다. 한국의 오늘이 꼭 그러하다.
당시 문재인 대통령은 초청 간담회를 열어 "우리 사회가 발달장애인에 대해 무관심했고 정부가 무책임했다"고 반성하면서 임기 내에 생애주기별 종합대책의 확대·발전을 약속했다. (중략) 기대가 컸던 탓일까. 정부가 추진하겠다는 종합대책의 뚜껑을 열어보니 과거와 다를 바 없다는 지적이 여러 곳에서 쏟아졌다. 오히려 발달장애인 부모들 사이에서는 돌봄서비스가 기존보다 축소됐다는 평가도 나왔다. - 128p
이용자 대부분이 선호하는 요양원은 국가나 지자체가 운영하는 곳인데, 이는 전국에 108곳으로 2%에 불과하다(2018년 6월 기준). 그렇다 보니 이용자가 몰리는 곳만 몰리고, 입소자가 15명 안팎의 영세한 곳은 관리 사각지대에 놓일 수밖에 없다. 예컨대 국민건강보험공단이 직접 운영하는 서울요양원은 전체 수용 인원이 150명인데 취재 당시 접수 대기자만 1080명에 이르렀다. - 181p
환자 가족의 간병부담을 줄이기 위한 간호간병통합서비스 병상 도입률은 여전히 부진하다. 사적 간병비 부담이 연간 10조원을 넘어섰단 보고까지 이어진다. 현장은 비명으로 아우성인데 정부는 낡은 정책을 들고 현장을 외면한다.
정치가 간병을 돌아봐야 하는 이유
조기 대통령선거 덕분일까. 그간 내팽개쳐져 있던 간병 관련 정책이 모처럼 조명을 받고 있다. 간호간병 문제에서 근본적 정책변화가 여와 야, 이재명과 김문수 대선후보의 공약에 모두 포함된 사실이 놀랍기까지 하다.
앞서 요양병원 간병비 급여화를 총선 1호 공약으로 제시했던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선 후보는 간병비 부담 완화는 물론이고 간호간병 통합병동 확대 추진 의사를 확고히 했다. '기본사회'를 기치로 든 이재명 후보는 "영유아, 초등, 어르신, 장애인, 간호·간병 등'5대 돌봄 국가 책임제'를 넘어, '온 사회가 함께 돌보는 돌봄 기본사회'를 만들겠다"며 "'돌봄 기본사회'는 돌봄을 가족과 개인의 몫이 아닌, 사회 전체가 함께 책임지는 사회"라고 강조했다.
김문수 국민의힘 대선 후보 또한 '안심되는 평생 복지'를 핵심공약으로 걸고 요양 간병비를 건강보험에 편입시키겠다 공언했다. 치매 가정의 돌봄 부담을 구조적으로 해결하고, 주간보호시설 이용 시간을 늘여 가족의 간병 스트레스도 줄이겠다고 공약했다.
윤석열 정권의 거부권 발동 등 어려움을 뚫고 제정된 간호법은 국가적 사안인 간호간병 체계를 보다 효과적으로 개혁할 수 있는 초석으로써 기대를 모았으나 제정 뒤 관련논의가 턱없이 부족한 실정이다. 간호법 제정 뒤 진료지원업무의 교육 및 자격 체계를 놓고 주도권 싸움을 벌이는 대한간호협회와 일부 전문간호사단체 등이 그와 같은 일면을 적나라하게 보여준다.
시민단체 건강돌봄시민행동은 지난 21일 발표한 성명에서 이 같은 실태에 대하여 "간호법이 지향하는 공익적 목적을 특정 집단의 이익을 위한 수단으로 전락시킬 뿐 아니라, 본래의 입법 취지마저 심각하게 훼손"한다고 질타한 바 있다.
이 같은 상황은 한국사회가 간병을 들여다 볼 적기가 바로 지금이란 사실을 알도록 한다. 대선이 끝나면 지난 십 수 년 간 그러했듯 간병은 다시 돈 잡아먹는 하마로 천덕꾸러기가 될지 모른다. 의료법으로부터 분리돼 나온 간호법은 개혁을 위한 수단이 아닌 이권집단의 이해관계를 강화하는 목적으로 활용될 수 있다.
중요한 건 관심이다. 아픈 가족을 간병하느라 고립되어 제 목소리를 내지 못하는 간병 가족들을 위하여 사회 안전망을 확충하고 공공의 책임을 명확히 하는 일이다. 대선 후보의 공약을 뜯어 비교하고 구체적 방안을 요구하는 일이다. 그 중요성에도 불구하고 관련 보도가 턱없이 부족하다는 사실이 너무도 안타깝다. 출간 뒤 수년이 지난 이 책을 다시금 집어 읽고 평을 써내려가는 이유다.
간병살인, 154인의 고백 - 우리 사회가 보듬어야 할 간병 가족들의 이야기
유영규, 임주형, 이성원, 신융아, 이혜리 (지은이),
루아크, 201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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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가.영화평론가.서평가.기자.3급항해사 / '자주 부끄럽고 가끔 행복했습니다' 저자 / 진지한 글 써봐야 알아보는 이 없으니 영화와 책 얘기나 실컷 해보련다. / 인스타 @blly_kim / GV, 강의, 기고청탁은 goldstarsky@naver.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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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재명과 김문수 대선후보의 공통 공약에서 알 수 있는 것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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