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뉴질랜드에 머물던 허재호(83) 전 대주그룹 회장이 27일 인천국제공항을 통해 국내로 송환되고 있다. 지난 2014년 광주교도소 노역장에서 일당 5억원으로 합산 30억 원의 벌금을 탕감받아 황제 노역 비난을 받은 허 전 회장은 차명 보유 중이던 주식을 매각한 뒤 양도소득세 5억 여원을 내지 않은 혐의로 재판을 받고 있다. 2025.5.27
연합뉴스
허재호(83) 전 대주그룹 회장 국내 송환 바로 다음 날 열린 구속취소 심문 법정에서 검사와 변호인이 2015년 8월 허 전 회장 출국 경위를 두고 거센 공방을 벌였다. 허 전 회장 쪽은 "검찰이 출국금지를 풀어줘 뉴질랜드로 갔을 뿐 국외 도피가 아니다"고 주장했고, 검찰 역시 이를 명시적로 부인하지는 않았다. 그러면서도 검찰은 "허 전 회장은 출국 뒤 검찰의 귀국 요청을 줄곧 거부했고, 조세포탈 혐의로 기소된 뒤에도 6년째 법정 출석을 거부했다"며 허 전 회장이 구속 상태로 재판을 받아야 한다고 주장했다.
28일 광주지방법원 형사11부(재판장 김송현)는 법정동 302호 법정에서 허 전 회장에 대한 구속취소 신청 사건 심문기일을 진행했다. 약 40분간 이어진 심문 과정에서 허 전 회장 쪽은 허 전 회장이 검찰 수사나 형사 처벌을 피할 목적으로 국외 도피하지 않았다고 반복해서 주장했다. 반대로 검찰은 허 전 회장이 5억 여원의 조세를 포탈한 혐의로 2019년 7월 재판에 넘겨진 뒤에도 국외 도피하며 6년째 재판 출석을 거부해 왔다는 점을 강조했다.
허 전 회장 변호인은 먼저, 약 10년 전인 2015년 8월 전 허 전 회장의 뉴질랜드행을 두고 "검찰이 출국금지를 해제해 정상적인 절차를 거쳐 출국한 것"이라고 주장했다. 검찰이 2015년 7월 28일 당시 피의자 신분이던 허 전 회장에 대해 참고인 중지 결정을 내리고, 출국금지를 해제해 (엿새 뒤인 2015년 8월 3일) 출국한 것이지 도피가 아니라는 것이다. 허 전 회장 쪽은 "도피는 검찰 수배나 그런 걸 피해 도망가는 걸 얘기하는데, 피고인의 경우 검찰이 정식으로 출국금지를 해제했고, 그 후 정상적인 절차를 밟아서 출국했다"고 반복해 주장했다.
당시 검찰이 허 전 회장에 대해 참고인 중지(수사 중지) 처분을 내린 데 대해서도 "검찰은 (허 전 회장 당시 부인이었던) 황아무개씨에 대한 참고인 소재 수사를 전혀 지휘하지 않고 참고인중지 처분을 내렸다"며 "그런데 당시 황씨는 골프장을 운영하고 있었는데, 그의 소재가 파악이 안 됐다는 게 가능한 이야기냐"고 했다.
당시 검찰 수사 부실을 주장하는 동시에 형사처벌을 피하려는 목적의 불법 출국이 아니므로, 공소시효가 정지되지 않아 이 사건 기소 자체가 위법하다는 취지의 주장을 편 것이다. 아울러 허 전 회장이 고령인 점, 코로나 19 유행으로 귀국이 상당기간 어려웠던 점 등을 주장하며 구속 취소가 안 될 경우 보석을 허가해 달라고 재판부에 요청했다.

▲ 2014년 일당 5억짜리 '황제노역'으로 물의를 빚은 허재호(83) 전 대주그룹 회장. 광주지방법원에서 진행 중인 조세포탈 사건 재판 출석을 거부하며 뉴질랜드에 체류 중인 허 전 회장 모습으로, 2018년 촬영된 사진으로 추정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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반면 검사는 "참고인 중지 처분은 (참고인) 황씨의 진술을 확인할 필요가 있었기 때문"이라며 "참고인 중지 관련 변호인의 주장은 추측에 기반한 것"이라고 반박했다. 검찰 스스로 허 전 회장 출국금지를 해제했다는 주장에 대해서는 "출국 당시엔 출국 금지가 해제돼 출국했더라도 본건(조세포탈사건) 수사 과정은 물론 공소 제기 이후 수차례 귀국 요청을 받았는데도 피고인은 귀국하지 않았다"고 했다. 또한 "(결과적으로) 피고인은 장기간 해외 도피했던 자이고, 향후 재판 절차에서도 재판 절차를 지연시키거나 도망할 우려가 상당하다"며 구속 취소 청구는 기각돼야 한다고 밝혔다.
허 전 회장 "한국땅에 묻히려고 왔다" 선처 호소
송환 당일 구속 취소 청구, 이튿날엔 보석 청구
심문 막바지에 이르러 허 전 회장은 "뉴질랜드에서 아파트 사업을 크게 하고 있었는데, 2014년 황제노역으로 신문에서 계속 떠들어 결국, 그 뉴스가 뉴질랜드 신문에도 보도됐다"며 "그 뒤 사업이 완전히 정지됐다"고 주장했다. 이어 "당시 저로선 뉴질랜드 사업장을 1번(최우선)으로 생각했다. 사업 수습을 위한 것이지 도망가려는 생각이 추호도 없었다"며 "이번엔 내가 이 땅에 묻히고 싶어서 왔다. 재판에 성실히 임할 테니 선처를 부탁한다"고 했다.
허 전 회장은 2007년 5~11월 차명으로 보유 중이던 대한화재해상보험 주식을 매각한 뒤 양도소득세 5억 136만 원을 내지 않은 혐의로 서울지방국세청에 의해 2014년 7월 고발됐다. 고발사건을 수사하던 검찰은 2015년 7월 참고인 중지 처분을 내렸고, 그 틈을 타 그해 8월 허 전 회장은 뉴질랜드로 출국했다. 검찰은 허 전 회장이 귀국할 기미가 보이지 않자 2019년 7월 특정범죄가중처벌 등에 관한 법률 위반(조세) 혐의로 기소했다. 검찰과 법무부는 재판 출석을 미루던 허 전 회장에 대해 법원의 구인장을 근거로 2021년 6월 범죄인인도 청구에 나섰고, 뉴질랜드 사법당국이 이달 8일 최종적으로 허 전 회장에 대한 범죄인인도를 승인하자 지난 27일 강제송환됐다. 허 전 회장 쪽은 송환 당일인 27일 재판부에 구속취소 청구를 했고, 곧이어 28일엔 보석을 신청했다.
허 전 회장은 10여 년 전 하루에 벌금 5억 원씩 탕감받는 황제 노역으로 공분을 산 인물이기도 하다. 그는 508억 원 규모의 세금을 탈루하고 회삿돈 100억 원가량을 횡령한 혐의(특정범죄가중처벌에 관한 법률 위반)가 유죄로 인정돼 2011년 대법원에서 징역 2년 6개월에 집행유예 4년, 벌금 254억 원을 확정받았다. 재판 확정에 앞서 2010년 1월 뉴질랜드로 출국한 그는 2014년 3월 입국해 광주교도소 노역장에 유치됐고, 일당을 5억 원으로 환산한 노역장 유치로 '황제노역' 논란을 불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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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광주지방법원, 광주고등법원, 광주지법, 광주고법
안현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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허재호 쪽 "검찰이 출금 풀어줘, 도피 아냐"... 검사 "6년째 재판 불출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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