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명의 이웃들'에서 빠져버린 완도, 원교 이광사 배제된 문화적 수모

등록 2025.05.30 10:13수정 2025.05.30 10:1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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완도신문

오는 8월 30일부터 10월 31일까지 열리는 2025 전남국제수묵비엔날레가 '문명의 이웃들'이라는 주제로 조선 수묵의 뿌리를 조망하는 대장정에 돌입한다. 해남의 공재 윤두서, 진도의 소치 허련, 목포의 현대 수묵작가들이 주인공으로 무대에 오를 준비를 하고 있다. 그러나 이 역사적인 문화예술의 흐름의 '문명의 이웃들'에서 완도군은 또다시 철저히 배제됐다.

완도군 신지도에는 조선 후기 우리나라 사상가이자 한국 서예사에 한 획을 그은 원교 이광사가 있음에도 불구하고, 수묵비엔날레에서는 그 존재조차 언급하지 않았다. 전시 기획은 물론, 문화자원 연계 사업에서도 완도군의 이름은 어디에도 찾아보기 어렵다. 이것은 단순한 실수가 아니다. 문화예술의 맥을 이어가는 지역 간 연대와 철학적 성찰을 요구하는 전남국제수묵비엔날레의 방향성에 완도가 발맞추지 못한 결과물이다.


 지난주 목포 평화광장에서 열린 섬 문화다양성 행사에서 한 관계자가 2025 전남국제수묵비엔날레를 홍보하고 있다.
지난주 목포 평화광장에서 열린 섬 문화다양성 행사에서 한 관계자가 2025 전남국제수묵비엔날레를 홍보하고 있다. 완도신문

이번 전남국제수묵비엔날레는 또 다시 해남, 진도, 목포 세 지역이 주축이 된다. 해남군은 겸재 정선의 금강산전도, 공재 윤두서의 자화상, 다산 정약용의 다산간찰을 통해 수묵의 기원과 철학적 뿌리를 해남이라는 공간 속에 녹여낸다. 진도군은 교류와 혼합이라는 주제로 소전 손재형의 서예 횡액, 석파 이하응의 석란도, 추사 김정희의 세한도 등의 작품을 전시하며 남도 서화의 전통을 드러낸다. 목포시는 현대 수묵을 국제 예술 플랫폼으로 확장하며 실험성과 세계화를 모색하고 있다.

이러한 흐름 속에서 완도는 유일하게 국제수묵비엔날레의 근처에도 가지 못하고 외곽에 머무르고 있다. 특히 해남은 지난 대회 당시 대흥사 호국대전에서 특별전을 성공적으로 유치한 이후, 지역 학계와 언론, 문화예술계가 유기적으로 협력해 국립미술관 분원 유치라는 후속 행보까지 이어가고 있다. 반면 완도는 원교 이광사라는 인물조차 문화자산으로서 활용하지 못하고 있는 실정이다.

원교 이광사(1705~1777)는 조선 후기의 대표적인 서예가이자 문장가로서 일반적인 서예기술을 넘어 실학과 유학의 접목을 시도한 사상가로 평가받는다. 그는 완도군 신지도에 유배와 동국진체라는 우리 글씨의 큰 맥을 완성하여 족적을 남겼다, 당대 지식인들과의 교류는 물론, 금석문과 고문체의 계승자로서 서예사에서의 위치는 결코 가볍지 않다.

그러나 이번에도 국제수묵비엔날레는 원교 이광사를 '문명의 이웃들'의 일원으로 삼지 않았다. 전시 기획 측은 "지역 자원의 예술적 상징성과 사료의 연계성을 고려했다"고 하지만, 그 이면에는 완도군의 문화적 준비 부족과 정책 부재가 작용했다는 분석이다.

이에 한 문화평론가는 "해남과 진도는 역사문화자산을 일찍부터 전략적으로 정리하고 재해석해 왔다. 완도는 원교 이광사라는 인물이 있음에도 불구하고 그 의미를 지역사회의 문화 담론으로 승화시키는 데 실패했다"고 지적했다.


완도군이 문화적 소외를 반복하는 원인으로는 정치권과 향토사학계의 인식 부족이 지목된다. 전남도의회의 문화관광위원장과 도의원 두 명이 모두 완도 출신이었음에도 불구하고, 원교 이광사에 대한 언급이나 국제수묵비엔날레 연계 기획을 적극적으로 추진하지 않았다는 점에서 지역사회는 깊은 자성의 목소리를 내고 있다.

완도가 고향인 한 예술단체 관계자는 "도의원과 공무원들이 국제수묵비엔날레가 완도와 어떤 연관이 있는지조차 인식하지 못하고 있었다. 지역 언론에서 수차례 문제를 제기했지만, 실제로 도의원과의 면담이나 인터뷰에서 돌아온 답변은 매우 피상적이었다"고 토로했다.


문화예술 행사는 일반적인 전시가 아니라 지역 정체성과 자긍심의 표현이다. 타 지역은 수년 전부터 관련 기획단을 구성하고 지역 향토사와 현대 예술을 접목시키기 위한 자문단을 가동하는 반면, 완도는 관련 부서조차 조직적 움직임이 전혀 없었다.

이번 전시 주제인 '문명의 이웃들'은 지리적 개념을 떠나 문화의 교류와 형성 과정을 강조한다. 그런 점에서 완도는 단편적인 제외가 아닌 '완전 배제'라는 인상을 지울 수 없다. 수치스러운 일이다. 신지도의 원교 이광사는 남도 학풍의 계승자이며, 추사 김정희가 흠모했을 정도로 새로운 사상과 서예의 정수를 구현한 인물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완도는 그를 문화예술 자산으로 삼지 못했고, 전남국제수묵비엔날레 측은 그러한 빈틈을 메울 수 없었다. 지역 사회는 이제 배제 당한 이유를 단순한 '누락'이 아닌 문화적 경고로 받아들여야 한다는 목소리가 높아지고 있다.

문학평론가 김현정 교수는 "문화유산은 스스로 외치지 않는다. 지역이 얼마나 그 가치를 인식하고 소통하느냐에 따라 문화의 중심과 주변이 나뉘는 것"이라며 "완도는 원교 이광사를 지역문화의 중심으로 끌어내는 담론적 노력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완도군이 향후 전남국제수묵비엔날레 특별전이라도 유치하려면 지역 정치인의 입김이나 일회성 홍보로는 불가능하다는 지적도 제기된다. 지역 문화예술계가 향토 인물에 대한 학술연구와 전시기획, 콘텐츠 개발까지 종합적인 접근을 해야 한다는 것이다. 해남군의 사례는 이러한 전략이 어떻게 문화예술 행사 유치로 이어지는지를 단적으로 보여준 훌륭한 예다.

2025년 전남국제수묵비엔날레는 문화예술 행사 이상의 의미를 갖는다. 그것은 한국 수묵화의 철학적, 역사적 근원을 되짚고 현대에 재해석해 세계무대로 확장하는 교두보이다. 이 흐름에서 완도가 계속 배제된다면, 그것은 단지 실무상의 문제가 아니라 지역 문화 정체성의 상실로 이어질 수 있다는 절망적인 상황이다.

원교 이광사를 잊은 완도군은 과거에 대한 외면이 오늘의 문화적 소외로 되돌아오는 단적인 사례이다. 지역 향토사에 대한 재조명과 문화정책의 총체적 재정비 없이는 완도는 여전히 '문명의 이웃들'이라는 전시와 행사의 외부에 머물 수밖에 없을 것이다. 그 수모를 되풀이하지 않기 위해서는 지금이라도 진지한 문화적 성찰과 대응이 필요하다.

정지승 문화예술활동가
덧붙이는 글 이 기사는 완도신문에도 실렸습니다.
#완도신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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