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긴급전시행동 민주주의와 깃발 전시장 입구와 '말벌동지 출동완료' 깃발 전시 모습
식민지역사박물관
깃발은 사회의 가장 낮은 곳으로 향했다. 전국장애인차별철폐연대의 다이인(Die-in) 행동, 동덕여대 재학생 연합의 '민주동덕에 봄은 오는가' 연대 집회, 세종호텔 해고노동자, 거제·통영·고성 조선소 하청노동자, 한국옵티칼하이테크 고공농성 현장으로 깃발은 흘러갔다. 그리고 깃발은 '말벌동지'가 되어, 연대가 필요한 곳이면 어디든 달려갔다.
"12월 3일 이후 내란 정국이 이어지면서 '이런 곳도 있다. 이 동지들은 이런 방식으로 투쟁하더라'하면서 연대가 점차 확장되는 느낌을 받기 시작했어요.
"전장연(전국장애인차별철폐연대) 분들이 혜화역에서 몇 년 동안 투쟁하고 있는데, 경찰과 서울교통공사 측에서 계속 사람을 끌어내더라고요. '가야겠다' 싶어서 갔고, 마침 다이인(Die-in) 행동이 예정되어 있어서 같이 참여하게 됐어요." - '범우주 얼룩덜룩이 연합' 깃발 기증자 인터뷰 중에서
"그냥 달려가서 도움이 될 수 있는 부분에 함께하면 된다는 걸 많이 느꼈어요. 그 이후로는 '평등으로 가는 수요일' 시위에도 나가고, 동덕여대 시위, 전장연 시위에도 참여하게 됐어요. 그 시점(남태령)을 계기로 많은 사람들이 내가 얼마나 당사자성이 있는지 없는지가 중요한 것이 아니라 그냥 가기만 하면 된다는 것을 많이 느낀 것 같아요." - '니네 블랙리스트 우리의 명예시상식 청소년예술가지망생들' 깃발 기증자 인터뷰 중에서
"한강진에서도 오전에 사람이 줄어들자마자 경찰들이 오더라구요. 그때 옆에 있던 누군가가 '가지 마세요'라고 말하더라고요. 그때 '역시 나 하나 없어도 괜찮겠지?'보다는 '나라도 나가고 싶다'는 생각이 더 강해진 것 같아요. 이건 아마 기수라면, 깃발을 만들고 나가겠다는 그런 실천력을 가진 사람들이라면 다들 비슷하지 않을까 싶어요." - '케이크만큼 달콤한 탄핵' 깃발 기증자 인터뷰 중에서
또 다른 기증자는 자신보다 깃발이 먼저였다고 말한다.
"제가 본체가 아닌 거죠. 광장에는 얘(깃발)가 나가야 하니까요. 내가 먼저가 아니라 깃발이 먼저 나가야 하니까, 나는 그냥 대용품일 뿐이었어요. 어느 순간, 나비가 먼저인지 내가 먼저인지 헷갈리는 그런 순간이 온 것 같아요." - '화분안죽이기실천연합' 깃발 기증자 인터뷰 중에서
다양한 깃발을 들고 나온 이들이 광장을 바꾼 만큼, 광장도 그들을 변화시켰다. '내가 나간다고 뭐 바뀌겠어?'에서 '나 하나라도 나가자'는 마음으로, 그들은 깃발이 되어 광장을 지켜냈다.
의로운 깃발을 들고 일어났던 동학농민운동처럼, 독립을 되찾고자 자신의 몸을 던졌던 독립군처럼, 해방을 꿈꾸던 민중들의 깃발처럼, 전남도청을 사수하던 광주 시민들처럼, 그들은 '나라도 나서자'는 마음으로 나섰다.
1960년 4·19혁명과 1987년 6월 항쟁처럼, 누군가 먼저 앞서 나가면 그들은 옆에서 함께 걸음을 맞췄다. 그들이 만들어낸 민주주의는 내일을 살아갈 누군가의 미래가 되었다. 검붉은 빛을 띠다가 점차 선홍빛으로 물드는, 쉽사리 지워지지 않는 봉숭아물처럼, 그들의 역사는 서서히 우리의 삶과 일상 속으로 스며들 것이다. 그렇게 민주주의는 번져갈 것이다.
| 긴급전시행동 민주주의와 깃발 |
이 글에 소개된 깃발과 기증자 사연은 식민지역사박물관 1층 기획 전시실과 온라인 전시에서도 볼 수 있습니다.
[전시 안내] - 기간 : 5월 16일 ~ 8월 17일 (매주 월요일 휴무) - 장소 : 식민지역사박물관 (서울시 용산구 청파로47다길 27) - 특별 해설 : 6월 한 달 동안 매주 목, 금, 토 오후 2시 - 문의 : museumoch@gmail.com
[온라인 전시] https://democracyflag.oopy.io/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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깃발이 된 518명의 사람들, 민주주의를 향해 휘날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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