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12·3 비상계엄 사태와 관련해 내란 중요 임무 종사 혐의로 재판에 넘겨진 조지호 경찰청장이 지난 4월 16일 서울 서초구 서울중앙지법에서 열린 1심 속행 공판에 출석하고 있다.
연합뉴스
5월 29일에 있었던 경찰청 간부들에 대한 재판에서는 경찰이 방첩사에 '정치인 체포조'를 지원했다는 의혹에 대한 증인 신문이 계속됐습니다. 이번에는 국가수사본부의 전창훈 수사기획담당관(과장)이 증인으로 출석했습니다. 전창훈 과장은 이현일 수사기획계장의 직속상관입니다. 여러번 정리해드렸듯, 이현일 계장은 방첩사로부터 정치인 체포조 관련 지원 요청을 처음으로 받았던 인물입니다.
전창훈 과장은 이현일에게서 방첩사의 지원 요청 사실을 보고받았다고 인정했습니다. 그리고 이현일에게 자신의 상관이자 피고인인 윤승영 수사기획조정관(국장)에게 보고하라고 지시했습니다. 그러나 전창훈 과장 역시 이현일 계장과 마찬가지로,
방첩사의 요청을 단순히 '길안내' 정도의 역할로만 이해했으며, 체포 대상이 누구인지 들은 바가 없다고 답변했습니다. 검찰이 전창훈 증인이게 '체포 지원 요청을 보고받고도, 체포 대상이 누구인지 묻지도, 알아보라고 지시하지도 않았다는 건가?'라고 물어보자, 그렇다고 답했습니다.
그런데 당시(계엄 날 밤 11시경)에는 이미 이재명 당시 더불어민주당 대표가 유튜브 라이브로 "국회가 비상계엄 해제 의결을 해야 하는데 군대를 동원해서 국회의원을 체포할 가능성이 매우 높다"며 체포시도 가능성을 언급했고, 이 내용이 언론에 크게 퍼지고 있을 때였습니다. 검찰 역시 당시 이를 다룬 방송화면을 띄우면서 언론에서도 속보가 뜨고 있었는데 방첩사의 요청이 정치인 체포조 관련일 거라 생각 못했느냐고 캐물었습니다. 이에 대해 전창훈 증인은
"00시(자정)까지 TV를 안봐서" 몰랐다는 취지로 답했습니다.
한편 경찰은 계엄 이후 구성될 합동수사본부에 보낼 수사 인력 100명과 차량 20대 등도 지원을 요청받았는데요, 전창훈 과장은 윤승영 국장이 자신에게 100명의 명단 작성을 지시했고, 방첩사가 지원요청한 체포조 지원 인력은
사복차림으로 보내라고 했다고도 증언했습니다. 단순 길안내라고 이해했다면서, 왜 경비나 치안 계통이 아닌 형사를, 그것도 사복차림으로 보냈을까요?
현재까지 증인들의 증언을 보면, 국수본 간부들은 방첩사로부터 체포조에 합류할 경찰 인력과 합수부에 합류할 수사인력, 차량 등을 요청받았으며, 실제로 10명의 형사 명단을 작성해 방첩사에 넘겼다는 사실도 인정했습니다. 한편 방첩사쪽은 체포대상 '이재명, 한동훈' 등
국회의원(정치인) 체포작전이라는 사실을 국수본에 알려줬다는 입장인데 반해, 국수본 간부들은 단순 길안내 역할로만 알고 있었고,
체포 대상이 누구인지 듣지도, 묻지도 않았다고 주장하고 있습니다.
이 공방에는 맥락이 있습니다.
국수본은 내란을 수사하는 입장이면서, 방첩사 협조 관련해 검찰에게 수사 받는 입장이기도 합니다. 그런데다 국수본은 내란에 대한 수사 관할을 두고 검찰과 경쟁관계이기도 하죠. 만약 검찰의 의심대로 국수본 간부들이 정치인 체포 시도라는 걸 알면서도 협조했다면, 국수본이라는 조직 자체가 내란에 가담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닙니다. 국수본 간부들 입장에서는
정치인 체포라는 목적을 몰라야 하는 이유가 있다는 의미입니다.
다음 공판은 대선 이후인 6월 5일로 잡혔으며, 신동걸 방첩사 방첩수사단 군사기밀수사 통제장교(소령)과 김대우 전 방첩사 수사단장(준장)이 증인 출석할 예정입니다. 김대우 전 단장은 5월 27일에도 군사재판에 증인으로 출석했는데요. 다음 주의 미리보기 삼아 바로 이어서 알아봅니다.
3. 번외 : 군사법원 재판 ④ – 위치 추적 했지만 체포하려던 건 아니다?

▲ 여인형 전 국군방첩사령관이 지난 2월 4일 서울 종로구 헌법재판소에서 열린 윤석열 대통령 탄핵심판 5차 변론기일에 증인으로 출석해 발언하고 있다.
헌법재판
지난 5월 27일 군사법원에서는 정치인 체포작전의 방첩사령부 측 핵심 피고인인 여인형 전 방첩사령관에 대한 공판이 진행됐습니다. 여인형 사령관은 지난 공판에서 국정원에게 체포 대상자의 위치 확인을 요청한 사실을 처음으로 인정했지만,
단지 위치만 확인했을 뿐 체포하려 했던 것은 아니라는 입장입니다.
그러나 증인으로 출석한 김대우 수사단장은 12.3 계엄 당일 여인형이 합동수사본부를 꾸리라고 지시했고,
우원식, 이재명 등 주요 정치인 14명 명단을 불러주며 이들을 잡아 수도방위사령부 B-1 벙커로 이송하라고 지시했다고 진술했습니다. 추가로 김대우는 경찰과 국방부 조사본부 인원의 여의도 파견이 늦어지자 여인형이 방첩사 수사관만이라고 빨리 출동하라고 재촉했다고도 밝혔습니다.
뿐만 아니라 김대우 단장은 "여 전 사령관이 내게 '(체포 대상)명단이 있냐'고 물었고, '없앨 수 없냐'고 했다"고도 증언했습니다. 여인형 단장의 증거인멸 정황을 폭로한 것입니다. 다음 공판은 6월 10일 오전 10시에 진행됩니다. 김대우 전 단장과 함께 그에게 체포 명단과 출동 명령을 받은
구민회 방첩사 수사조정과장도 출석할 예정인데요.
지난 3호를 보신분은 기억하시겠지만, 그는 국수본 이현일 계장에게 "이재명, 한동훈" 등 체포 대상을 정확히 전달했다고 법정 증언한 바 있는 인물입니다. 국수본과의 협력 과정에서도 추가적인 증언이 나올지 주목됩니다.
이번 주의 재판 동향 요약
▲윤석열 재판에서, 국회의원을 끌어내라는 지시가 있었다는 증언이 추가로 나왔습니다. 윤석열은 곽종근에게 '도끼로 문을 부숴서라도 들어가라'고 했다고 합니다.
▲경찰 간부들에 대한 재판에서, 국수본 전창훈 과장은 자신의 부하 이현일 계장과 마찬가지로 방첩사의 요청이 단순 길안내 요청인줄 알았다는 취지로 주장했습니다. 정치인 체포조인줄 몰랐다는 주장입니다.
▲방첩사령부의 책임자 여인형은, 군사재판에서 체포대상자들에 대한 위치 추적은 요청했지만 체포하려던 것은 아니라고는 취지로 항변했습니다. 그러나 증인들은 그와는 상반되는 증언을 내놓았습니다.
"12.3 내란 재판은?" |
4월 4일 내란 우두머리 윤석열이 파면된 이후, 현직 군인 피고인들을 제외하고 주요 내란범들에 대한 공판은 3개로, 모두 지귀연 판사가 재판장인 서울중앙지법 형사25부에서 진행되고 있습니다. 이 재판들을 간단히 정리하면 아래와 같습니다.
1) 윤석열 재판(2025고합129) : 설명이 필요없는 내란 우두머리 입니다. 재판에 넘겨진 12.3 내란의 세가지 큰 덩어리, ①계엄군과 경찰의 국회 침탈 및 봉쇄, ②방첩사령부와 경찰 등의 주요 정치인 체포 시도, ③계엄군의 선관위 점령 모두에 대해 최종 지시자이자 책임자입니다. 2) 조지호 전 경찰청장과 김봉식 전 서울청장 등 경찰 수뇌부에 대한 재판(2025고합51) : 내란에 관여한 경찰 수뇌부에 대한 재판입니다. 내란에서 경찰은 위 세가지 덩어리에 모두 투입되었으며, 계엄군과 보조를 맞추어 국회와 선관위 주변에 배치되고, 방첩사령부 등의 정치인 체포 시도에 협조했습니다. 3) 김용현 전 국방부장관과 노상원 전 정보사령관, 김용군 제3야전군 사령부 헌병대장에 대한 재판(2024고합1522) : 윤석열의 명령을 받아 12.3계엄을 전체적으로 기획 및 실행한 책임자들에 대한 재판입니다. 구체적인 계엄 계획을 설립하고 계엄군을 움직여 실행했으며, 특히 선관위를 점거해 직원들을 체포하고 서버 반출을 시도했습니다. |
* 이 리포트는 12.3 계엄 관련 공소장과 재판 언론보도, 직접 방청 등을 참고해 작성되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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