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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국제도서전은 책을 사랑하는 이들의 문화적 자산

서울국제도서전 사유화 논란 속 '독서생태계 정책 제안과 서울국제도서전 공공성 회복을 위한 토론회' 열려

등록 2025.05.30 16:17수정 2025.05.30 16:5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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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국제도서전 공공성 회복을 위한 토론회 서울국제도서전 공공성 회복을 위한 토론회
▲서울국제도서전 공공성 회복을 위한 토론회 서울국제도서전 공공성 회복을 위한 토론회 독서생태계 공공성 연대
요즘 출판계에서 가장 핫한 키워드는 '서울국제도서전(아래 도서전)'이 아니라 '서울국제도서전 사유화'이다. 매년 6월에 코엑스에서 열리는 도서전은 저자와 번역자, 출판인과 독자들과 정부의 지원으로 70년 역사를 지닌 출판문화계 가장 큰 행사이다.

도서전은 지난해까지 대한출판문화협회(아래 출협)에서 주관이 해왔었는데, 2024년 10월 출협은 이사회와 총회를 통해 '주식회사 서울국제도서전'을 만들었다. 이에 올 4월 말 '서울국제도서전 사유화 반대 연대'가 서명운동을 펼쳐 하루만에 3천 명, 지금까지 6천 명이 서명에 참여했다. 문제가 커지자 출협은 여러 언론을 통해 "주주 공개 모집을 했으나 참여가 저조했고, 출협 증자시에도 지분 30%는 유지될 수 있도록 하고, 배당도 없다고 정관에 명시했다"고 밝혔다.


하지만 이러한 해명에도 '사유화'의 본질은 변화지 않는다는 여론이 달아오르자, 도서전의 공공성을 회복하는 해법을 찾고자 한국작가회의, 한국출판인회의, 문화연대, 문화예술스포츠위원회(민변), 블랙리스트 이후, 어린이청소년책작가연대, 작가노조 준비위원회, 전국동네책방네트워크, 책읽는사회문화재단 등 범출판계 9개 단체로 구성된 '독서생태계 공공성 연대'가 만들어졌다.

이들의 주관 아래 〈독서생태계 정책 제안과 서울국제도서전 공공성 회복을 위한 토론회〉가 27일 서울 동교동 청년문화공간JU에서 열렸다. 이번 토론회는 단순한 출판 정책 논의를 넘어, 점차 위기를 맞고 있는 책 생태계와 그 속에서 살아가는 사람들의 현실적인 목소리와 대안이 오갔다.

특히 '서울국제도서전 사유화' 문제는 우리 시민 사회의 기반이 무너진 상징으로 판단하고 다양한 논의를 펼쳤다. 토론은 1부에서 독서생태계를 위한 정책을, 2부에서는 서울국제도서전을 둘러싼 쟁점에 대해 논의하는 형식으로 진행됐다.

'책 읽는 대한민국'이 될 수 있을 것인가

첫 발언은 오빛나리 작가노조 준비위원장. "책은 혼자 만들어지지 않는다. 작가의 창작, 편집과 디자인, 인쇄와 유통까지의 이 모든 노동이 결합되어야 비로소 책 한 권이 세상에 나온다. 그러나 이 생태계는 전방위적인 시장화와 산업화 속에서 지속가능성을 위협받고 있다"고 단호하게 말했다.


창작은 노동이지만, 그 노동이 제대로 인정받지 못하는 현실. 그는 이 구조를 타파하여 독서생태계의 불균형을 바로잡고 노동권을 제도적으로 보장하기 위한 노동조합의 중요성을 강조했다. 이어 "책 읽는 사회는 민주주의의 토대이며, 독서생태계의 회복은 산업 경쟁력이 아니라 사람들의 기본적 권리와 삶을 지키는 데서 시작된다"는 발언으로 현장의 공감을 이끌어내며, 책 생태계가 처한 위기의식을 선명하게 드러냈다.

한국출판인회의 홍영완 부회장은 제21대 대통령선거를 앞두고 주요 정당에 전달한 '책 읽는 민주사회를 위한 출판 정책 제안'을 설명했다. 홍 부회장은 최근 국민 독서율이 전 연령대에서 급격히 하락하고, 독서 기반 자체가 위태로운 현실을 지적하며, 무너져가는 독서생태계 전반에 대한 국가적 정책 지원이 절실하다고 강조했다.


전국동네책방네트워크의 이대건 회장은 "10억의 예산이면, 전국 동네책방에서 2000회의 행사가 가능하다"는 말했다. 생각을 해보자. 전국 방방곡곡에서 동네책방에서 저자와 번역자, 독자들이 어우러져 모두 2000회의 행사가 열린다. 이는 우리네 골목마다 피어난 행복한 풍경임이 틀림없다. 꿈같은 일일 수도 있겠지만, 정부가 이 제안을 적극적으로 검토한다면 실현 가능한 일이다.

책읽는사회문화재단의 안찬수 상임이사는 "과연 우리나라는 '책 읽는 대한민국'이 될 수 있을 것인가? 작가, 출판, 도서관, 서점, 독자가 없다면! 과연 문화선진국이라고 말할 수 있을 것인가? 책문화생태계, 독서생태계는 정치적으로 필요하고, 사회문화적으로 필수적이며, 경제적으로도 불가결하다는 점"을 강조했다.

이날 토론회의 화두는 도서전의 '사유화' 논란이다. '도서전'이 더 이상 출판계의 공동체 행사로서 역할을 할 수 있을지, 아니면 자본의 손아귀에 넘겨질지에 대한 우려의 장이었다.

열띈 논의 이 사회 개혁이 필요하다 서울국제도서전 사유화 반대
▲열띈 논의 이 사회 개혁이 필요하다 서울국제도서전 사유화 반대 독서생태계 공공성 연대

문화연대 하장호 문화정책위원장은 주장은 묵직하다. 단순한 도서전이 아니라 우리 사회의 맥을 짚으며, 삶의 태도와 가치적 전환의 필요성을 역설했다.

그는 "윤석열 내란 사태가 주는 메시지는 한국 사회의 문화적 토양이 붕괴했다는 것. 합리적 사고와 민주적 감성, 공동의 규범이 사실상 망가진 세상에 살고 있는 것이 아닌가. 도서전 사유화 사건을 두고, 출협 고유의 사업으로 '너네가 무슨 상관이야'라고 말하는 사람들이 있다. 이 생태계 안에서 만들어졌던 공동의 자산이나 활동, 경험이 공적 자산으로 공유되지 못하고 존중받지 못하는 상황이다. 이번 사유화 문제는 복원이 아닌 생태계를 새롭게 만드는 작업"이라면서, 문체부가 야기한 갈등의 문제임을 강조했다. 그는 "문화 예술의 공공행정, 정책 구조 안에서 관료들의 책임에 대해 대선 이후 강력하게 물어야 한다"고 발언했다.

이어 발표한 블랙리스트 이후 정윤희 총괄디렉터는 "이번 도서전 사유화를 들여다보려면 2023년으로 거슬러 올라가야한다. 2023년 도서전 개막 이틀 전만 해도 문체부는 도서전이 세계 출판 교류 마케팅을 중심으로 하는 도약이라고 자신의 일인 양 광고를 하다가 블랙리스트 문제가 불거지니까 숨어버렸다. 도서전 개막을 앞두고 한국작가회의, 문화연대, 한국독립영화협회 등 모여서 동료들의 귀를 기울여달라고 출협 윤철호 회장에게 블랙리스트의 주역을 홍보대사로 선임하지 말라고 제기했지만 출협은 강행해버렸다. 외부에서 항의 시위했고 정식으로 표를 구입해서 들어갔지만, 대통령 경호실에 의해 끌려나왔다. 이후 출협은 책임지는 모습 없이 도서전 운영팀이 주도했다며 꼬리자르기를 했다. 지금도 이 본질적 문제가 이어지고 있는 것"이라면서 "독서생태계 현장의 구성원들이 공적 제도, 정책, 공적 자원 권한을 확보하는 방안을 마련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정 디렉터는 2023년 도서전 개막식에서 대통령 경호실에 의해 행사장에서 끌려나간 피해자이다.

전국동네책방네트워크 이정은 사무국장은 "동네책방은 건강한 책문화를 만드는 모세혈관"이라며, "서울국제도서전이 기업의 테마파크나 머니팩토리가 아니라, 우리가 함께 숨 쉬고 키워낸 '문화의 숲'이어야 한다"고 강조해 청중의 박수를 받았다.

책읽는사회문화재단 허건 간사는 "본질적으로 도서전은 누구의 것, 누구를 위해, 무엇을 위해 존재하는가에 대해 질문해야 한다. 도서전을 통해 무엇을 지켜야하고, 사회에 어떤 의미를 가지고 있는가, 도서전이 공공성을 회복하고 시민의 품으로 들어가려면 어떻게 해야하는가, 다양한 주체들이 함께 만들어 갈 수 있는 구조가 필요하다. 문체부와 출협이 함께 고민하고 함께 책임지는 모델을 독서생태계 전체에서 만들어야 한다"고 말했다.

그는 "도서전 안에서 독서의 위기를 논의하고 해법을 찾아가는 포럼과 같은 공론장이 정기적으로 열리는 것이 필요하다. 책은 단순한 상품이 아니라 사람을 사람답게 하는 힘이라고 믿는다. 도서전 단순 행사가 아니라 더 나은 사회를 만들기 위한 밑바탕이라 생각한다"고 말했다.

작가회의 김대현 열띤 논의, 이 사회 개혁이 필요하다
▲작가회의 김대현 열띤 논의, 이 사회 개혁이 필요하다 독서생태계 공공성 연대
한국작가회의 김대현 문화예술정책위원회 위원장은 "독서생태계의 다양한 주체들이 직접 의사를 전달하고 참여할 수 있는 제도적 장치가 필요하며, 공공성을 기반으로 다양성을 존중하는 구조를 만들어야 한다. 이번 사안이 중요한 문화적 사건으로 도서전이 진정한 공적 자산으로서 그 역할을 지속할 수 있기를 바란다"고 말했다.

한국출판인회의 박성경 부회장은 "도서전의 운영 방식과 법인 구조, 지분 문제 등을 전면적으로 재검토할 수 있는 논의의 장이 필요하다"고 주장하며, "며칠 전 출협에서 띄운 신주발행 증자 소식은 공공성 연대의 주장을 무시한 셈이다. 출협이 대화의 테이블에 나와서 공공성을 확보하고 모두의 도서전으로 만드는 데 어떤 해법이 있을지 같이 설계했으면 한다"며 출협의 토론회 참석을 요청했다.

"책은 상품이기 전에, 공공의 기억입니다"

비평연대를 이끌고 있는 김성신 출판평론가는 이번 사유화 논란에 침묵하고 토론회에 불참한 출협에 대해 한층 더 차가운 말을 보탰다. "열렬하게 묻는데도 그에 합당한 대답이 돌아오고 있지 않으니, 짐작일 수밖에 없지만 한 가지만은 확실하게 느껴진다. 이 침묵에는 존중이 없다는 것. 이 침묵은 무례함이라는 것"이라며, "출판 안팎의 사람들과 함께 연대할 것이다. '책은 상품이기 이전에, 공공의 기억이다' 도서전의 공공성을 위해 비평연대는 계속 지켜볼 것"이라고 말했다.

이번 토론회는 책을 만드는 이들, 읽는 이들, 그리고 사랑하는 이들의 연대의 시간이었다. 이들의 목소리는, 서울국제도서전이 단순히 '연중 일회성 행사'가 아닌, '책을 사랑하는 모두의 문화적 자산'으로 자리잡을 수 있도록, 서로 연대하고 협력하는 방법을 제시했다. 도서전이 더욱 공공성 있는 축제로 거듭나기를 바라는 마음이 가득한 자리였다.

한 출판관계자는 "예전에는 거의 무료로 도서전에 입장했는데, 2013년 3천 원 하던 입장료가 어느 순간 5천 원, 2022년에 1만 원, 그러다 2024년부터 1만2천 원으로 올렸다. 출판사에 부스료와 각종 기자재 렌탈료도 비싸게 받으면서 독자들의 입장료도 최근 사이에 너무 올려버렸다. 문체부와 출협의 기싸움으로 출판사와 독자에게 비용을 전가시켰다. 지금 주식회사를 차릴 것이 아니라, 정부의 지원금을 받고 입장료를 대폭 낮춰야 한다"며 성토했다.

이번 도서전의 주제는 '믿을 구석'이다. 출협이나 윤철호 회장의 믿을 구석이 무엇인지 모르겠다. 다만, 범출판계의 신뢰를 회복하려면, 이제는 출협 회장이자 주식회사 서울국제도서전의 대주주인 윤철호 회장이 응답에 나서야할 차례이다.
#서울국제도서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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