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금강 천막농성 400일, 새 정부가 이 강을 꼭 기억하길

[세종보 천막 소식 398일-400일] 금강 천막농성 400일, 우리의 투쟁은 계속된다

등록 2025.06.03 14:36수정 2025.06.03 14:3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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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수레국화
수레국화 박은영

'솨아아아'

농성장 앞 들풀들이 여름맞이를 하려는지 성큼성큼 자라고 있다. 바람이 들풀 사이를 흔들며 나는 '솨아아아' 소리가 제법 파도 소리처럼 크게 들여온다. 그 바람 소리 너머 여름의 발자국 소리가 머물러 있다. 강 곁을 걷다가 파란빛 꽃이 너울거려 다가가 검색해보니 '수레국화'라고 나온다. 유럽에서 건너온 꽃인데 4월~5월 경에 피어 가을까지 자라고, 관상용으로 많이 키우지만 태생이 들국화라 어디서든 잘 자란다고 한다. 가을까지 함께 더 활짝 피어나면 좋겠다.

주변에 피어나는 꽃들과 나비, 활기차게 뛰어노는 고라니와 할미새들을 보니 지난 겨울은 꿈이었나 싶다. 강이라는 공간은 생명이 기대어 자라나는 곳으로서 제 할 일을 다 하고 있었다. 거기에 단단한 뿌리를 내린 들풀들은 거센 추위에도, 바람도 견디고 다시 단단히 자기를 일으킨다.

천막농성 400일, 오늘도 금강 녹색천막은 강에 뿌리를 박고 단단하게 서 있다.

 4대강 적폐청산은 물정책 정상화의 첫 걸음이다.
4대강 적폐청산은 물정책 정상화의 첫 걸음이다. 보철거시민행동

지난 6월 1일, 보철거시민행동은 성명을 내고 4대강 보가 홍수와 가뭄에 효과가 없고, 오히려 녹조를 발생시켜 주민들의 건강과 안전을 위협하고 있음을 강조했다. 이들은 '4대강 살리가 사업 준공 이후 목격한 강의 죽음은 이념적 집착이 아닌 과학적 사실'임을 강조하며 '보수 언론과 곡학아세로 정권에 기생하던 전문가들이 다시 4대강으로 국민 갈라치기'를 하고 있음을 지적했다. 또 '논쟁은 끝났다. 흐르는 강을 막으면, 강은 죽는다'고 목소리 높였다.

흐르는 강은 우리의 희망... 강에 쌓이는 우리의 기도

 금강 천막농성장에서 열린 환경주일 연합예배 모습
금강 천막농성장에서 열린 환경주일 연합예배 모습 김기중

"피조세계와 더불어 살아가는 삶을 결단하게 하소서."


지난 6월 1일, 울려퍼진 교인들의 공동기도의 한 구절이다. 이 날은 '기후위기기독인연대'에서 주최한 환경주일 연합예배 '흘러라 강물아! 흘러라 생명아!'가 열렸다. 서울, 대전, 홍천에서 온 10개의 교회 교인들 100여 명이 자리했고 성찬, 공동기도와 성시낭독 등 금강의 평화와 그 곁의 생명들을 위한 예배를 드렸다.

임도훈 보철거시민행동 상황실장의 현장증언을 통해 금강 세종보 투쟁의 이야기를 듣고, 다같이 손을 잡고 둥글게 모여 '흘러라 강물아'를 같이 부르기도 했다.


부모님과 함께 예배에 참석한 아이들은 강을 마음껏 뛰며 놀았다. 조약돌에 그림을 그려 금강이 흐르기 바라는 마음을 담기도 하고, 물수제비를 뜨며 강을 온전히 즐기기도 했다. 왜 이런 싸움이 필요한지 알겠다며 공감하는 이들, 이렇게 가까이 다가갈 수 있는 강이 필요함에 공감하는 이들까지 평범한 이웃들의 다양한 목소리들을 들어볼 수 있었다. 그들은 '강이 흘러야 한다'는 목소리에 깊이 공감했다.

 강변을 뛰노는 아이들
강변을 뛰노는 아이들 김기중

'공의가 물처럼 흐르게 하고 정의가 마르지 않는 강처럼 흐르게 하라'

이 날 부른 찬양 '흐르게 하라' 노랫말 이다. 흐르는 강에 기도가 쌓이고 있다. 세상의 '공의'와 '정의'를 고민하는 이들이 이 곳을 찾았고, 강이 흐르기 바라는 기도를 쌓아주었다. 지금까지의 우리의 천막농성은 사실 그런 수많은 이들의 기도로 이어져 왔다. 녹색천막이 강에 뿌리 박을 수 있었던 이유이기도 하다. 우리는 혼자 싸웠던 적이 한 번도 없다. 천막농성장에서 맞이한 오늘은 우리 평범한 이웃들이 함께 싸워온 결과이기도 하다.

 생명이 존중받는 세상을 위해 생명 깃발은 계속 흩날리고 있을 것
생명이 존중받는 세상을 위해 생명 깃발은 계속 흩날리고 있을 것 보철거시민행동

'400일'

6월 3일은 금강 천막농성 400일이 되는 날이다. 흐르는 강을 바라보며 새로운 세상이 오기를 기다렸고, 오늘은 그 길목이 어떻게 이어질지 결정짓는 중요한 날이기도 하다.

인간이 문명을 발전시키겠다며 산과 강을 이용하고 파헤쳐 얻은 것은 무엇인가. 결국 인간들에게 되돌아온 것은 '기후위기'라는 파국이었다. '문명강' 운운하며 결국 제 이익을 위해 강을 이용하려는 이들은 지금의 이 파국을 외면하는 이들이다. 새로운 정부는 이러한 사실에 눈감지 않기를 바란다.

그렇기에 우리의 투쟁은 계속 이어질 것이다. 세종보 재가동이 중단되고, 물정책이 정상화의 길을 밟을 때까지.
#금강 #세종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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환경운동가, 글쓰는 사람. 남편 포함 아들 셋 키우느라 목소리가 매우 큽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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