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21대 대통령선거 사전투표 한 유권자가 30일 오전 서울 용산구청애서 제21대 대통령선거 사전투표를 하고 있다.
이정민
그래도 아직 본 투표가 남아있으니 투표를 할 수는 있다. 사실 투표에 참여는 하지만 돌발 상황이 생겨 부모님의 표가 무효로 처리될까 봐 두려운 마음도 있다. 이쯤에서 궁금하시겠지만, 현재 부모님은 최근의 일은 기억을 잘 못하셔서 일상 생활에 지장이 있는 정도다. 하지만 신체 능력은 걷기와 일상 생활이 느리게 가능하신 편이다. 선거일 전에 재차 안내도 드리고, 투표 용지를 접는 연습도 할 것이니 크게 문제는 없겠지만, 걱정을 아예 안 할 수는 없다.
고령화로 인해 치매 환자의 비율이 빠르게 증가하고 있는 상황에서 이런 걱정은 단지 우리집만의 문제는 아닐 것이다. 치매 부모를 돌보는 보호자가 되어 지켜보니 자신의 신분증을 챙기는 것도, 날짜와 시간에 맞춰서 투표 장소에 도착하는 것도, 규정에 맞게 투표에 참여하는 것도 다 난관이다. 복지 정책에 가장 영향을 많이 받는 노인들이 정작 투표 자체를 하기 어렵다는 점은 아이러니하다.
언론에서 보도되기도 한 내용이지만, 치매 가족의 입장에서 노인성 질환을 지닌 분들이 목소리를 낼 수 있도록 두 가지 대안을 제시하고 싶다. 어르신의 소중한 발걸음과 도전이 무효표로 처리되지 않도록 보조 인력이 배치되었으면 한다. 가족이나 본인이 희망하는 경우에 한하여 보조 인력이 동행하여 선거를 안내하며, 도장을 찍거나 투표 용지를 접고 제출하는 과정을 도와주는 것이다. 또한 투표 용지를 별도로 제작하여 도장을 찍는 부분을 선명하게 표시하여 그 곳 이외에는 도장을 찍지 못하도록 하는 방법도 제안해 본다.
마지막으로 투표장으로 이동은 할 수 있지만 여러 가지 이유로 가족들의 도움을 받기 힘들어 투표를 포기해야 하거나 또한 일시적으로 거동이 불편하셔서 참여하지 못한 분들에 대한 대책 마련이 있었으면 좋겠다. 가족들의 도움이 없이도 자신이 머무는 요양원, 주간보호센터, 자택 등에서 쉽게 참여하실 수 있도록 복잡한 행정 절차를 간소화하였으면 한다.
투표는 대한민국 국민의 권리이자 특히 노인성 질환을 지닌 분에게 자존감을 지키며 사회 활동에 참여하는 좋은 기회라고 생각한다. 어르신들이 투표를 통해 자신에게 해당되는 정책을 확인하며, 여러 가지 방법으로 투표에 참여하며, 삶의 에너지도 찾으셨으면 한다.
21대 대통령 선거가 며칠 앞으로 다가오고 있다. 언론보도를 보니, 이번 대선 유권자 약 4300만명 가운데 1000만명 이상이 65세 이상 노인이란다. 올해 올해 97만명인 치매 환자 수가 내년에는 100만명을 넘길 것이라는 보도도 나왔다. 이분들의 의사도 어떻게든 반영할 수 있도록 대안이 제시되어야 할 것이다.
돌봄 사각 지대에 놓인 이웃들의 표와 지역 사회와 가족의 도움 없이는 일상생활이 어려운 분들의 표가 대한민국의 미래가 되기를. 그 소중한 표가 모아져서 어렵고 힘든 이웃들에게도, 가족들의 도움으로 간신히 버티는 수많은 치매 가족에게도 큰 도움이 되기를 바란다. 이것이 내가 치매 부모님을 모시고 투표소에 가는 이유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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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가 치매 부모님을 모시고 투표소에 가는 이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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