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윤석열 전 대통령이 26일 오후 서울 서초구 중앙지방법원에서 열린 내란 우두머리 혐의, 직권남용 권리행사방해 혐의 사건 5차 공판을 마친 후 법원을 나서며 지지자들을 향해 바라보고 있다.
사진공동취재단
정치 위기의 순간, 한국은?
지난해 12월 3일, 한국 사회에 충격적인 보도가 나왔다. 윤석열 대통령이 한밤중에 비상계엄을 선포했다. 당시 나는 커피를 마시다 숨이 멎는 줄 알았다.
영국이었다면 어땠을까? 총리 관저 앞에서 "사퇴하라"는 시위가 벌어졌을 것이다. 보수당 의원들은 "같이 못 간다"며 줄줄이 등을 돌렸을 것이다. 그런데 한국은? "법적 문제는 없다"는 해명만 이어졌다. 오히려 여당은 대통령 감싸기에 바빴다. 정치적 책임이라는 단어는, 아직 한국어 사전에 등재되지 않은 듯했다.
국민의힘, 영국 보수당에게 배워라
영국 보수당의 '셀프 퇴장'은 하나의 정치 문화다. 몇 가지 원칙이 있다.
책임은 말이 아니라 행동으로 진다. 잘못이 있으면 지도자는 말없이 물러난다. 자리에서 책임지는 것이다.
정당은 지도자보다 오래 살아야 한다. 대처도, 존슨도, 트러스도 당에 부담이 되자 곧바로 교체됐다. 지도자 하나 살리자고 당 전체가 침몰해서는 안 된다.
리더는 숭배의 대상이 아니다. 협업의 중심이지, 절대 권력이 아니다. 영국 정치에는 충성 경쟁보다 견제가 더 중요하다.
국민이 정치의 주인이다. 캐머런이 그랬고, 메이가 그랬다. 국민의 선택은 곧 정치적 현실이다. 역행하려 들면 정치 생명은 끝이다.
'철의 여인'도 녹슬었고, 리즈 트러스도 물러났다
대처는 "우리는 훌륭한 일을 해냈다"고 자평하며 떠났다. 트러스도 "최선을 다했다"고 했지만, 경제 혼란 앞에서 퇴진을 피하지 않았다.
윤석열은 어떤가. 그는 아직 한번도 비상계엄으로 인해 국민들에게 미친 피해와 천문학적 경제적 손실을 인정하거나 대국민 사과를 제대로 한 적이 없다. 반성은 커녕 오히려 "국민의힘 김문수 후보에게 힘을 몰아달라"고 말하는 내용의 호소문이, 사랑제일교회 전광훈이 주도하는 서울 광화문 주말 집회에서 공개됐다.
국민의힘은 어떤가. 당이든 지도자든 스스로 돌아봐야 한다. 지도자 하나 지키겠다고 당 전체가 무너지는 것은, 가족사진 하나 찍겠다고 집을 불태우는 일과 같다.
정치는 계속된다
영국 속담에 이런 말이 있다. "Absolute power corrupts absolutely." 절대 권력은 절대적으로 부패한다. 영국 정치는 수없이 리더가 바뀌었지만, 정당은 살아남았다. 지금의 국민의힘도 똑같은 선택의 기로에 서 있다. 국민들에게 공포과 고통을 준 윤석열을 끝까지 지킬 것인가, 아니면 참회하고 새로운 길을 찾을 것인가?
한 가지 분명한 것은, 정치는 책임지는 용기에서 출발한다는 점이다. 영국은 그것을 오랫동안 실천해 왔고, 한국, 특별히 국민의힘은 많이 늦었지만 이제라도 그 길을 배워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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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마이뉴스>영국통신원, <반헌법열전 편찬위원회> 조사위원, [해외입양 그 이후], [폭력의 역사], [김성수의 영국 이야기], [조작된 간첩들], [함석헌평전], [함석헌: 자유만큼 사랑한 평화] 저자. 퀘이커교도. <씨알의 소리> 편집위원. 한국투명성기구 사무총장, 진실화해위원회, 대통령소속 의문사진상규명위원회, 투명사회협약실천협의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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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철의 여인'도 물러났다, 국민의힘과 윤석열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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