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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농 폐비닐, 버려진 후가 더 문제다

친환경 멀칭비닐 지원 늘려도 낮은 사용률...농가 · 지자체 · 수거업체 모두 난항

등록 2025.05.31 20:09수정 2025.05.31 20:1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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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농사 시 사용되는 멀칭비닐의 모습. 수박농사 직전 멀칭비닐이 덮여져 있다.
농사 시 사용되는 멀칭비닐의 모습. 수박농사 직전 멀칭비닐이 덮여져 있다. <구례의 한 취재원 제공>

"일반 멀칭비닐은 환경에 치명적입니다."

전남 구례에서 수박 농사를 짓는 서아무개씨(30)는 귀농 이후 예상치 못한 문제를 마주했다. 농사 과정 곳곳에 방치된 폐비닐들이었다. "농사를 하며 환경까지 챙기기는 쉽지 않더라고요."

멀칭비닐은 농촌에서 필수 자재로 꼽힌다. 잡초를 억제하고 수분을 유지하는 데 효과적이기 때문이다. 비닐의 색깔별로 기능도 다양하다. 백색 비닐은 겨울과 봄철 기온 상승을 도우며, 흑색 비닐은 토양 수분 유지를 돕고 잡초 성장을 억제한다. 두 기능을 결합한 배색 비닐도 있다. 최근에는 농작물 수확 후 철거 없이 바로 경운이 가능한 생분해성 비닐도 등장했다.

환경부가 2023년 발표한 '영농폐기물 조사' 보고서에 따르면, 광주·전남에서 발생한 영농 폐비닐은 총 4만7256개로 전국에서 가장 많았다. 한국환경공단에 따르면, 농가에서 나온 멀칭비닐은 마을별 공동 집하장에서 수거된 뒤, 재질·색상별로 분류돼 재활용 업체로 운반된다.

문제는 이 집하장까지의 이전 단계다. 수거 전 비닐이 찢기거나 바람에 날려 땅에 스며드는 일이 빈번하다. 서씨는 "멀칭비닐을 집하장까지 온전히 수거해 가져가는 경우는 드물다"며 "여전히 일부 농민들은 예전처럼 소각하기도 한다"고 말했다.

마을마다 존재하는 영농폐비닐 집하장 구례군 한 마을 폐비닐 집하장에 각종 영농폐기물이 쌓여있다
▲마을마다 존재하는 영농폐비닐 집하장 구례군 한 마을 폐비닐 집하장에 각종 영농폐기물이 쌓여있다 구례군 취재원 제공

이에 따라 지자체들은 생분해 멀칭필름 지원사업을 확대하고 있다. 전라남도는 올해부터 구례·목포·장성을 제외한 19개 시·군에서 생분해형 멀칭비닐 지원사업을 실시할 예정이다. 현재 순천과 여수는 사업을 시행 중이다. 이 사업은 농촌의 노동력 부족 해소와 친환경 농자재 사용을 통한 오염 최소화를 목적으로 한다. 지원은 자부담 40%, 도비 18%, 시·군비 42%로 이뤄진다.

서씨는 "생분해형 멀칭비닐은 가격이 너무 비싸다 보니 시나 군에서 70~80% 이상 지원해준다면 구매할 의향이 있다"고 밝혔다. 생분해 멀칭비닐은 석유 기반 원료나 옥수수 전분에서 추출한 생분해성 플라스틱·수지를 주원료로 하며, 햇빛을 받으면 산화되고 땅속 미생물과 물에 의해 분해되는 것이 특징이다.


하지만 현실은 녹록지 않다. 농경지가 적은 지자체는 폐비닐 수거 횟수조차 턱없이 부족하다. 구례군은 연 1회 수거에 그치고 있으며, 생분해 멀칭필름 지원사업도 전무한 실정이다. 수거업체는 수익성 부족을 이유로 방문을 꺼리고, 주민들도 당장의 불편을 느끼지 못해 비닐을 그대로 방치하고 있다.

지난 3월, 기자는 구례·보성·여수·순천·광양 지역의 폐비닐 수거를 담당하는 한 업체 관계자와 통화했다. 그는 "구례군은 민원이 들어올 경우 연 1회 방문해 7~10톤가량 수거한다"며 "운송비와 인건비 문제로 1톤씩 수거하는 건 비효율적"이라고 설명했다.


반면 밭 작물이 많은 여수·순천·보성 등은 수거 횟수가 상대적으로 많다. 보성군 읍양면의 경우, 감자와 쪽파 등 주요 작물로 인해 수확철마다 폐비닐이 다량 발생해 연 30~40회가량 수거 차량이 방문한다. 일부 지역에서는 농민이 직접 폐비닐을 가져오면 1kg당 100원을 지급하는 제도도 시행 중이다. 그러나 그는 "보상이 있음에도 참여율은 높지 않다"고 말했다.

서씨는 "작물마다 다르겠지만, 제때 수거하지 않으면 비닐이 결국 토양에 스며든다"며 "그 토양에서 자란 작물을 우리가 먹게 되니, 결국 미세한 비닐이 몸속으로 들어오는 셈"이라고 우려했다.

한국농업기술진흥원 기후변화대응팀 관계자도 지난 3월 "생분해형 멀칭비닐 사업을 확대하더라도 농민들이 여전히 소각한다면 효과를 기대하기 어렵다"고 지적했다. 그는 "농경지가 적은 지자체에도 환경을 고려한 농업을 지향하는 농민들이 많지만, 수거 시스템과 지원 체계가 따라주지 못해 어려움이 크다"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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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농폐비닐 #구례군 #폐비닐집하장 #농사 #농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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