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역과 이웃을 사랑하면 그들이 필요한 것이 무엇인지 보인다"

골목에서 문화재까지… 한국지역봉사협의회 고남철 부회장이 말하는 지역의 가치

등록 2025.06.02 14:48수정 2025.06.02 14:4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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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사무실에서 업무를 보고 있는 고남철 부회장
사무실에서 업무를 보고 있는 고남철 부회장 이수현

고령화와 복지 공백, 쓸쓸해지는 골목. 그 자리를 20년 넘게 지켜온 이가 있다.

사단법인 한국지역봉사협의회 고남철 부회장은 1990년대 후반, 종로에서 골목을 쓸고 독거노인의 집을 정비하는 일부터 시작했다. 지역에 필요한 목소리를 모아 관계 기관에 전달하며 '동네 일꾼'으로 살아온 세월이 벌써 20년이 넘는다.

사단법인 한국지역봉사협의회는 1997년 무렵, '동네삼촌들'이라는 이름으로 종로에 거주하거나 인근 학교에 다니던 젊은이들이 모여 자발적으로 지역 봉사 활동을 시작하면서 만들어졌다. 초기에는 골목 청소, 눈 치우기, 도움이 필요한 주민을 돕는 일, 지역 정책에 대한 의견을 정리해 관계 기관에 전달하는 등의 활동이 중심이었다.

이후 활동 범위는 점차 전국으로 확대되었고, 현재는 독거노인 주거 환경 개선, 생활 환경 정비, 지역 밀착형 돌봄 등 실질적인 도움이 필요한 영역에서 꾸준한 활동을 이어가고 있다. 동시에 지역별 우수 사례를 수집하고 공유하며, 다양한 사람들이 자발적으로 참여할 수 있는 봉사 문화를 만들어가는 데 힘쓰고 있다.

최근에는 흰개미 피해와 문화재 보호 문제까지 발 벗고 나서며, 돌봄을 넘어 지역 자산을 지키는 사회적 실천으로 봉사의 의미를 넓히고 있다. 지난 5월 30일 고남철 부회장을 만나, 그의 활동과 협회가 지니고 있는 진정한 봉사의 의미에 대하여 질문해 보았다.

- 처음 협의회 활동을 시작하게 된 계기는 무엇인가요?

"전 종로에서 태어났고 한국지역봉사협의회(초기 '동네삼촌들')의 초기부터 활동을 함께 했었습니다. 처음에는 젊은이들의 술모임이었지만 조금씩 지역을 위해 뭔가를 해보자 하고 시작해서 지금 이 자리까지 오게 됐습니다."


- 최근 개최된 ' 흰개미 관련 국제 세미나'는 어떤 배경에서 기획되었나요?

"어려운 이웃의 정주환경 개선 사업을 진행하다 보니 흰개미 피해가 생각보다 심각하다는 것을 알게 되었습니다. 문화재는 국가에서 처리한다고 하지만 민간은 어떠한 지원도 받을 수 없다는 것을 알게 되며 동시에 우리나라는 이미 흰개미에 대한 다양한 대책이 준비되어 있는 미국이나 일본과는 다르게 명확한 정보도 없다는 것을 알게 되었습니다. 이에 각계 전문가들이 모여 한국의 흰개미 피해 상황을 정확히 파악하고 이를 바탕으로 정확한 정보를 국민에게 전달하며 대책을 마련하고자 기획되었습니다."


- 문화재 보호와 자원봉사의 연결이 독특한데, 이 활동이 가지는 의미는 무엇이라고 생각하시나요?

"지역은 각각 고유의 색이 있다고 생각합니다. 그 고유의 색에는 지역의 문화, 사회, 경제 등 다양한 영역이 있으며 문화재도 그 고유의 색 중 하나라고 봅니다. 문화재는 국가 유산이자 그 문화재를 보유하고 있는 각 지역의 생활사이기도 하죠. 지역을 위해 봉사를 하다 보면 자연스레 각 지역의 독특한 색을 지키고 싶은 마음이 들게 되고 각 지역에 산재한 문화재의 보호에도 자연스레 마음이 가게 되더군요. 지역을 지키는 하나의 큰 선상에 문화재도 포함되어 있는 겁니다."

 2025 탑골공원 쓰레킹 현장에서 활동 중인 고남철 부회장
2025 탑골공원 쓰레킹 현장에서 활동 중인 고남철 부회장 한국지역봉사협의회

- '지역'이라는 키워드가 봉사 활동에 어떤 의미를 갖는다고 생각하시나요?

"소속감이라고 생각합니다. 봉사 활동은 때로는 지칠 때도 있고 어려움을 봉착할 때도 있습니다. 이러할 때 봉사자들에게 있어 필요한 것이 소속감이라고 봅니다. 봉사자가 외롭지 않아야 합니다. 힘들 때 누군가 있고 언제든지 돌아갈 수 있다는 든든함. 이 든든함을 줄 수 있는 것이 지역이지 않을까요? 내가 사는 지역, 내가 일하는 지역, 내가 태어난 지역 등등, 지역은 우리에게 많은 의미를 부여해 줄 수 있고 또한 봉사 활동에 있어 든든한 버팀목이 되어 준다고 생각합니다."

- 지역에서 오랜 기간 자원봉사 활동을 하며 느낀 가장 큰 보람은 무엇인가요?

"가장 큰 보람은 따뜻한 사회를 만들어 간다는 것입니다. 지역과 이웃이 사랑하고 사랑받을 수 있는 사회. 그리고 그러한 사회 속에서 내 다음 세대가 살아갈 수 있다는 소박한 꿈을 이루어가는 것이 가장 큰 보람입니다."

- 그렇다면 가장 큰 어려움은 무엇인가요?

"어려움은 초창기부터 지금까지 무슨 목적을 가지고 있는 것 아닌가 하는 오해와 시선입니다. 잠깐 생색내다가 뭐해보려는 거 아닌가, 하는 시선이지요. 활동이 오래되다 보니 이제는 그러한 시선이 많이 사그라들었지만 아직도 곱지 않은 시선을 보내시는 분들이 있습니다. 그런 시선을 받을 때가 제일 힘들고 가슴 아픕니다. 그러한 시선 때문에 지원을 거부하시는 분들도 계시거든요."

- 가장 기억에 남는 봉사활동 사례나 프로젝트가 있다면?

"최근 사례 중 독거노인의 정주환경 개선 사업을 진행한 것이 기억에 남습니다. 전국적인 현상이지만 서울 내에서도 독거노인의 비율이 점차 증가하고 있고 특히 쪽방촌에 사시는 독거노인분들의 생활상은 참혹하기 그지없습니다. 더 힘든 부분은 세상에 대해 마음을 닫고 계신 분이 많아 주위의 도움을 피하신다는 것이었습니다. 저희는 이러한 분들을 한 분 한 분 설득하여 정주환경개선 (청소, 필요 물품 비치, 등)을 시행하였고 지금도 지속하고 있습니다."

- 봉사를 지속 가능하게 하기 위해 어떤 제도적 지원이 필요하다고 보시나요?

"봉사는 사람이 모여서 만들어 가지만 반드시 함께해야 하는 부분이 있습니다. 바로 재원입니다. 저희 협회는 지금까지 각 회원의 자발적 지원으로 운영되어 왔지만 앞으로의 더 큰 활동을 위해 정부 혹은 기업의 지원이 필요합니다. 다만 이러한 지원이 어떠한 목적성을 바탕으로 진행되어서는 안 된다고 생각합니다. 지원의 목적이 있으면 자원봉사 활동도 그 목적에 따라 움직일 수밖에 없거든요. 따라서 자원봉사 단체에 대한 활동이나 자금 사용 내역 등에 대해서는 엄격하게 관리하지만 그 비용이 쓰이는 목적이나 대상 등에 대해서는 각 단체가 자신들의 철학에 맞게 쓰이도록 하는 것이 중요하다고 생각합니다. 이러한 것이 제도적 지원이 아닐까요?"

 한국지역봉사협의회 제1회 인턴 발대식
한국지역봉사협의회 제1회 인턴 발대식 한국지역봉사협의회

- 올해 처음 협회의 인턴십이 시작되었다고 알고 있습니다. 시작하게 된 계기가 있나요?

"청년 세대의 이야기를 경청하려 했습니다. 우리는 나이를 먹고 있습니다. 비록 청년 시절부터 시작한 봉사 활동이고 아직도 우리는 젊다고 생각하지만 중년을 향해 가고 있습니다. 우리의 생각만으로 봉사 활동을 해간다면 우리와 다른 생각을 가질 수 있는 청년 세대의 유입이 어렵습니다. 그렇기에 인턴십을 통해 청년 세대가 자원봉사에 대해 나누는 이야기를 듣고 함께 하고 싶었습니다."

- 청년 세대가 자원봉사에 쉽게 접근하기 위한 방법에는 어떤 것이 있을까요?

"자원봉사가 어렵지 않아야 합니다. 일이 어려운 게 아니라 누구나 언제든 마치 해왔던 것처럼 자연스레 녹아들 수 있는 분위기가 봉사 활동에 중요합니다. 이러한 분위기는 오랜 시간 축척되어 와야 합니다. 봉사 활동과 더불어 청년 세대의 이야기를 듣고 그들이 생각하는 지역, 그들이 생각하는 봉사는 어떠한 의미와 가치를 가지고 있는지 알아야 합니다. 그래야 그들이 자연스레 활동에 녹아들 수 있습니다.

- 진정한 자원봉사란 무엇이라고 생각하시나요?

"자원봉사는 여러 의미로 해석될 수 있지만 제 개인적으로는 지역과 지역민에 대한 사랑이라고 표현하고 싶습니다. 지역과 이웃을 사랑하면 그들이 필요한 것이 무엇인지 보이거든요. 그리고 그러한 활동을 통해 나 자신도 도움을 받고 사랑을 받는다고 생각합니다. 아마도 지금 한국 사회의 문제는 이러한 마음가짐의 부재로부터 시작되지 않았을까 감히 생각해 봅니다."

- 앞으로의 목표나 바람, 혹은 사회에 전하고 싶은 메시지가 있다면?

"앞으로의 미래는 더욱 많은 봉사활동이 필요하게 될 거라 생각합니다. 인구감소, 고령화 등의 사회 문제는 결국 복지의 사각지대를 만들 수밖에 없습니다. 청년층이 책임져야 할 분담이 커지고 있는 거죠. 이러한 때일수록 지역을 기반으로 한 풀뿌리 운동, 지역 특화적인 봉사활동 등을 통해 지역의 사각지대 해소를 위해 힘써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지역과 이웃을 사랑하고 사랑받을 수 있는 사회. 이것이 우리가 그동안 잃어버렸던 우리의 모습이자 다시 찾아야 할 것이 아닌가 합니다."
#봉사 #지역봉사 #지역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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