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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분 안에 표현할 수 없는 아주 굉장한 느낌"... 생명 살림 낙동강 순례길

[현장] 불교환경연대 회원과 시민들과 함께 낙동강 순례에 나서

등록 2025.06.01 12:39수정 2025.06.01 13:4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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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국 불교환경연대 소속 스님과 회원 그리고 불자들이 낙동강을 따라 걸으며 강과 그 안의 뭇생명들의 생명과 살림의 뜻을 전하고 실천하기 위해서 낙동강 순례에 나섰다. 이들은 지난 29일부터 경북 칠곡의 칠곡보에서부터 낙동강변을 따라 걸어서 경북 구미의 구미보까지 가닿는 일정으로 낙동강 순례에 참여했다.

낙동강 순례를 이틀간 마치고 삼일째는 낙동강의 제1지류인 위천이 흐르는 경북 군위의 지보사로 가서, 4대강사업 중단을 외치며 소신공양하신 문수스님 15주기를 맞아 스님의 유지를 받들고 스님을 기리는 작은 추모제를 올렸다. 스님은 지금으로부터 15년 전 4대강사업이 한창 진행되던 2010년 5월 31일 군위 위천의 둑방에서 4대강사업 반대의 유서를 남기고 스스로 몸을 불살랐던 것이다. 필자는 그 현장에 이틀 동안 함께하면서 이들의 목소리를 들어봤다. 그 소식을 두 편에 나누어 실어본다.[기자말]
 생명 살림 낙동강 순례길을 걷고 있는 불교환경연대 소속 회원과 시민들
생명 살림 낙동강 순례길을 걷고 있는 불교환경연대 소속 회원과 시민들 정수근

필자는 30일인 순례 이틀째 일정부터 결합해서 길 안내를 도맡아 함께 걸으며 4대강사업으로 변한 낙동강의 모습을 직접 두 눈으로 확인하도록 현장을 안내했다.

4대강사업으로 황폐화된 낙동강에서도 그 생명을 이어가기 위해서 사투와도 같은 삶을 살고 있는 그 작은 생명들의 처절한 몸짓도 확인케 하며, 4대강사업으로 황폐화한 낙동강 둔치 땅에 국토부가 노랑꽃이 이쁜 큰금계국을 심어 꽃밭으로 만들어놓은 위장 전술과도 같은 행태를 비판하기도 했다.

그 현장을 따라가 보면 우선 이들은 구미 해평면 소재 구미청소년수련원에서부터 숭선대교를 건너 낙동강의 좌안 둔치로 강을 거슬러 걸었다. 이곳은 원래는 고아습지(크게는 해평습지)라 불리던 곳으로 4대강사업 전에는 물길을 따라 버드나무숲이 크게 발달하고 너른 범람원이 펼쳐져 있어 농민들이 들어와 농사를 짓던 곳이었다. 그러니까 제외지로서의 하천부지인 것인데 비옥한 범람원 습지를 개간해 농민들이 농사를 지어왔던 것이다.

4대강사업은 보를 건설해 물길을 막은 것 외에, 이들 범람원 습지에 조성된 농지를 모두 없애버리기도 했다. 그곳에 낙동강에 퍼 올린 준설토 1~2m가량을 매립해 범람원 습지를 인공 둔치 형태로 조성하고, 생태공원 등 인간을 위한 편의시설 공간으로 개조했다.

 드넓은 낙동강 둔치에 노랗게 보이는 것들이 모두 생태교란종 큰금계국이다. 둔치를 거의 대부분 점령했다.
드넓은 낙동강 둔치에 노랗게 보이는 것들이 모두 생태교란종 큰금계국이다. 둔치를 거의 대부분 점령했다. 정수근

 큰금계국 꽃밭으로 변한 고아습지(해평습지). 그런데 이 큰금계국은 다년생으로 한번 뿌리는 내리면 다른 식물이 틈입할 수 없도록 모든 땅을 점령해 버려 환경부에서는 생태교란종으로 관리하고 있다.
큰금계국 꽃밭으로 변한 고아습지(해평습지). 그런데 이 큰금계국은 다년생으로 한번 뿌리는 내리면 다른 식물이 틈입할 수 없도록 모든 땅을 점령해 버려 환경부에서는 생태교란종으로 관리하고 있다. 정수근

이곳 고아습지도 100만 평도 넘는 이 넓은 면적의 땅을 모조리 높게 성토해 인공 둔치로 만들어두니, 지하수 투수 문제가 발생해 당시 심겨진 나무들은 대부분 고사해 버렸다. 자연발생적으로 자라기 마련인 식물조차 뿌리를 내리지 못해 황무지로 방치돼 있기도 했었다. 그것이 보기 싫은지 당시 이곳을 관리해 온 국토부에서 생명력이 강한 큰금계국을 심었고, 지금은 거대한 큰금계국 꽃밭이 되어있다. (관련 기사: 샛노랗게 물든 낙동강 해평습지... 생태폭력의 현장 https://omn.kr/28rif)

그러나 이 큰금계국은 다년생으로 한번 뿌리를 내리면 그 일대에서 점점 영역을 넓혀가면서, 다른 식물들이 틈입할 공간을 내어주지 않게 된다. 큰금계국 단일종만 자라는 기형적인 생태계가 펼쳐지게 되는 이유인 것이다. 이런 큰금계국의 특성이 널리 알려지면서 노랑꽃이 이쁜 이 식물은 환경부에서는 생태교란종으로 관리하고 있다.

 큰금계국이 핀 고아습지 둔치를 산책하고 있는 시민들
큰금계국이 핀 고아습지 둔치를 산책하고 있는 시민들 정수근

이런 사실을 모르는 일반 시민들은 이 화려한 꽃을 감상하기 위해 이곳을 찾아 사진을 찍고 산책하는 모습이 목격되기도 한다.


그런데 이 척박한 땅에는 더 놀라운 생명이 살고 있다. 원래 모래사구에 집을 짓고 사는 멸종위기 야생생물인 표범장지뱀이 이 척박한 땅을 비집고 들어와 이곳에 정착한 것이다. 워낙 땅이 넓다 보니 이들은 이 땅을 근거지로 삼아 퍼져 나갔고, 이날도 곳곳에서 이들이 목격되었다. 이곳이 국내 최대의 표범장지뱀 서식처로 추정되는 이유다.

 큰금계국 핀 척박한 땅에 둥지를 짓고 살아가는 표범장지뱀이 이날도 곳곳에서 목격됐다.
큰금계국 핀 척박한 땅에 둥지를 짓고 살아가는 표범장지뱀이 이날도 곳곳에서 목격됐다. 정수근

생태교란종 큰금계국이 점령한 땅에 멸종위기종이 정착해 공생하고 있는 기이한 형태의 생태계가 펼쳐져 있는 것이다. 그래서 잠시 서서 표범장지뱀을 목격하고 관찰하는 시간도 가져봤다.


그다음 이들이 목격한 현장은 구미시가 환경부 예산을 받아 집행하고 있는 '낙동강 도시생태축 복원사업' 현장이다. 이곳은 4대강사업 당시 준설토를 복토해 조성해둔 곳으로 이곳 둔치를 다시 깎아서 감천 합수부에 자연스럽게 조성된 모래톱과 같은 높이로 둔치를 낮추는 공사, 즉 모래톱 확장 공사를 벌이고 있는 현장인 것이다.

모래톱을 넓혀서 이곳에 원래 늦가을마다 찾아온 귀한 멸종위기종 조류인, 흑두루미(2020년 이후 도래하지 않기에)를 다시 맞이하겠다는 목적으로 펼치는 이른바 '생태 복원' 공사 현장인 것이다.

 감천 합수부 좌측에 낙동강 도시생태축 복원공사가 진행되고 있어서 둔치의 일부가 절토되어 있다.
감천 합수부 좌측에 낙동강 도시생태축 복원공사가 진행되고 있어서 둔치의 일부가 절토되어 있다. 정수근

 낙동강 도시생태축 복원공사 현장을 낙동강 순례단이 지나고 있다.
낙동강 도시생태축 복원공사 현장을 낙동강 순례단이 지나고 있다. 정수근

이들은 조금 황량해 보이는 이 현장을 뒤로하고, 또 다른 생명을 만나기 위해 낙동강 감천 합수부 삼각주 모래톱으로 향했다. 인공의 땅을 뒤로하고 이제 자연이 만든 고운 모래톱을 밟아보게 되는 것이다.

그곳에서 모래톱을 산란터로 삶아 알을 낳아서 생의 질서를 이어가고 있는 물새들도 만났다. 꼬마물떼새와 멸종위기종 쇠제비갈매기도 만나고, 꼬마물떼새 알집도 직접 목격하면서는 환호성을 지르기도 했다.

 낙동강 감천 합수부 모래톱에서 목격된 꼬마물떼새 알집. 감천 합수부 모래톱은 각종 물새들의 산란장인 것이다. 이를 낙동강 순례단이 관찰하고 있다.
낙동강 감천 합수부 모래톱에서 목격된 꼬마물떼새 알집. 감천 합수부 모래톱은 각종 물새들의 산란장인 것이다. 이를 낙동강 순례단이 관찰하고 있다. 정수근

 낙동강 감천 합수부 모래톱에 목격된 꼬마물떼새 알집
낙동강 감천 합수부 모래톱에 목격된 꼬마물떼새 알집 정수근

"1분 안에 표현할 수 없는 그런 아주 굉장한 느낌"

그리고 이날 순례 기행의 백미는 강물 안에서 이루어졌다. 원래는 그 모래톱을 나와 다시 제방 위로 올라가 감천 제방을 따라 걸어서 구미보로 향하는 일정이었으나, 즉석에서 필자의 제안으로 감천을 도강하기로 한 것이다.

이렇게 강을 쉽게 도강해볼 수 있는 이유는 이곳이 강의 하구 삼각주로서 물살도 세지 않고 모래톱 입자가 곱기도 해서다. 모두 "강을 걸어서 건너간 이 경험을 잊지 못한다"는 이야기를 많이 했다.

 낙동강 감천 합수부 바로 위 감천을 도강하고 있는 낙동강 순례단
낙동강 감천 합수부 바로 위 감천을 도강하고 있는 낙동강 순례단 정수근

 강을 건너 도강하고 있는 낙동강 순례단
강을 건너 도강하고 있는 낙동강 순례단 정수근

이렇게 강을 건너고 건너편 모래톱에서 다시 물새알을 만나고 풀숲을 넘어 감천을 빠져나와, 다시 제방길을 통해 최종 목적지 구미보에 다다랐다. 구미보에서 거대한 물그릇으로 변한 낙동강의 모습을 보면서 다시 한번 4대강사업을 함께 성토했다. 이어 강 건너 낙동강 우안에 조성된 주차장에서 이날의 모든 일정을 마무리하며 낙동강 순례에서 각자 느낀 진솔한 소감을 나누는 시간도 가졌다.

이날 순례에 구미시민으로서 동행한 30대 전인정씨는 다음과 같은 소감으로 많은 박수갈채를 받았다.

"많은 구미시민들도 아직까지 낙동강이 얼마나 소중한 자원인지 많이 모르고 있는 것 같다. 나도 예전에는 잘 몰랐던 사람 중에 하나다. 그런데 이렇게 생명들을 조금씩 알고 나니까 너무너무 강이 소중하다는 걸 뒤늦게 깨달았다. 그래서 환경과 이들 생명의 아름다움에 매혹되기도 하고, 많이 울기도 하고 그랬는데 앞으로도 계속해서 많은 구미시민들한테도 알리고 그리고 낙동강을 기반으로 살아가는 사람들한테도 알리겠다. 그리고 우리 낙동강뿐만 아니라 전국에 있는 모든 강들이 다 원래대로 흐를 수 있도록 많이 많이 기도하고 열심히 노력하겠다."

전북지역에서 온 전북불교환경연대 종범 스님은 "어제 자연스럽지 못한 강을 걸으면서 좀 피곤했었는데 오늘은 자연스러운 강을 잠시라도 건너서 되게 좋았다"라며, "피로가 싹 풀리는 느낌, 또 강을 지키고 자연을 지키기 위한 이런 젊으신 분들이 활동하는 걸 보고 다시 한번 고마움을 느낀다"라고 소회를 밝혔다.

 강을 건너 맞은편 모래톱을 맨발로 걷고 있는 낙동강 순례단
강을 건너 맞은편 모래톱을 맨발로 걷고 있는 낙동강 순례단 정수근

불교환경연대 유정길 대표는 "강을 걷는다는 게, 이렇게 걷는 속도로 자연을 만끽할 뿐 아니라 자연을 소화하는 그런 시간이 돼서 걷는 게 참 중요하구나 하는 생각이 들었다"라며 "걸으면서 산천 경계와 깊게 관계를 맺고, 특히 걸으면서 강의 아름다움 같은 것도 느끼게 되고 그래서 이런 강을 정말 잘 지켜야 되겠구나 하는 생각들을 많이 갖게 됐다"라고 말했다.

광주전남불교환경연대 소속 윤필석 회원은 이날 순례에서 강한 인상을 받았다면서 다음과 같은 의미 있는 말을 남겼다.

"오늘은 굉장히 재미있었다. 특히 그 쇠제비갈매기라는 것도 생전 처음 봤고, 그리고 그 돌 사이에 물떼새알도 처음 봤다. 그래서 우리 아이들 특히 여기 구미에 사는 유치원과 초등학생 아이들 데리고 이렇게 경험시켜 주면, 그 강에 대한 소중함을 어려서부터 알 수 있을 것 같다. 그리고 처음으로 모래로만 딱 이루어진 그 강을 건넜는데 참 1분 안에 표현할 수 없는 아주 굉장한 느낌을 받았다. 너무나 좋았다. 앞으로 이런 생태계가 잘 보존되고, 우리가 지금 말하고 있는 강물이 잘 흘렀으면 좋겠다."

 강 건너 모래톱에서 추가로 목격된 물새알. 물새알 껍질도 발견됐다. 방금 부화한 녀석들이 있다는 이야기다.
강 건너 모래톱에서 추가로 목격된 물새알. 물새알 껍질도 발견됐다. 방금 부화한 녀석들이 있다는 이야기다. 정수근

불교환경연대 한주영 사무총장도 "보기 좋은 게 다가 아니다. 일단 노란 꽃을 보면 사람들이 예뻐하고 사진을 찍고... 근데 그게 다가 아니다. 강물이 찰랑찰랑 넘실넘실대니까 보기 좋은데 그게 다가 아니다"라며 "거기에 사는 생명들의 입장들을 생각해 봐야 된다. 사람 위주로 사람이 보이는 거 위주로 모든 것을 다 봐서는 안 된다. 더불어 살아가고 있는 생명들, 그 이면의 모습들을 조금 더 깊이 생각할 수 있는 그런 사회가 됐으면 좋겠다"라고 말했다.

광주전남불교환경연대 소속 김현정씨는 "어린이들이 어릴 때부터 눈으로 보고 만져보고 해야 어른이 돼서도 '소중하다'라는 걸 알게 된다. 그래서 어린이들이 할 수 있는 생태문화축제를 할 수 있도록 이곳을 변화시켜 준다면, 낙동강이 더 훨씬 더 빨리 치료가 되고 또 소중하다는 것도 빨리 알려지는 계기가 될 것 같다"라는 소회를 밝혔다.

 구미보 바로 옆에 조성된 주차장에서 이날 순례를 소회를 나눈 뒤 서로 삼배를 하면서 이날 모든 일정은 마무리됐다.
구미보 바로 옆에 조성된 주차장에서 이날 순례를 소회를 나눈 뒤 서로 삼배를 하면서 이날 모든 일정은 마무리됐다. 정수근

덧붙이는 글 기자는 대구환경운동연합의 활동가로 지난 16년 동안 낙동강을 비롯 우리강의 자연성 회복을 위해 노력해오고 있습니다. 그간 오마이뉴스에 연재한 글들을 갈무리해 지난해 10월 <강 죽이는 사회>(2024, 흠영)를 펴냈습니다.

#낙동강 #불교환경연대 #큰금계국 #표범장지뱀 #4대강사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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강은 흘러야 합니다. 사람과 사람, 사람과 자연의 공존의 모색합니다. 생태주의 인문교양 잡지 녹색평론을 거쳐 '앞산꼭지'와 '낙동강을 생각하는 대구 사람들'을 거쳐 현재는 대구환경운동연합에서 활동하고 있습니다. 그간의 기사를 엮은 책 <강 죽이는 사회>(2024, 흠영)를 출간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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