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2023년에 실시된 전국동시조합장선거에 출마한 김충기 중앙농협장 후보 측의 선거자료.
오마이뉴스 구영식
서울 중앙농협은 현재 조합원들을 대상으로 무료 해외여행을 순차적으로 실시하고 있다. 이는 김충기 조합장이 지난 2023년 조합장 선거 때 약속했던 공약에 따른 것이다. 무료 해외여행지는 유럽과 미국이고, 1인당 여행비용은 450만 원 안팎으로 알려졌다. 2023년 현재 조합원 수가 총 1120명이라는 점을 헤아리면 총 50억 원 정도의 예산이 들어갈 것으로 추정된다. 결국 '골드바 지급'과 '무료 해외견학 실시'라는 선거공약을 지키는 데 총 90억 원에 육박하는 조합 예산이 들어갔다는 것이다.
문제는 수십억 원에 이르는 골드바 구입처와 무료 해외여행의 주관사를 어떻게 선정했는지, 공개입찰과 수의계약 중 어떤 방식으로 선정했는지, 골드바 구입과 무료 해외여행의 비용이 정확하게 얼마인지 등을 공개하지 않고 있다는 점이다. 특히 조합원들이 무료 해외여행을 갈 때마다 김충기 조합장이 동행해 조합의 예산을 낭비하고 있고, 조합원이 아닌 일반 직원들에게도 골드바를 지급했다는 등의 의혹도 제대로 해소되지 않았다.
김아무개 서울 중앙농협 상무는 지난 5월 7일 <오마이뉴스>와 한 전화통화에서 "2024년도 사업계획에 반영해 총회 의결을 거쳐서 골드바를 조합원들에게 드렸다"라며 "사업계획에 반영돼야 지급할 수 있는 것인데 사업계획에 반영되고 총회에서 의결돼 골드바가 지급된 것이다"라고 답변한 바 있다. 골드바 지급은 사업계획에 반영해서 총회 의결을 거쳐 지급됐다는 설명이다. 이것이 사실이라면 수십억 원의 조합 예산이 들어가는 무료 해외여행도 같은 절차를 거쳐 실시됐을 가능성이 크다.
서울 중앙농협은 분기별(3월, 6월, 9월)로 사업보고서를 인터넷 홈페이지에 공개한다. 그런데 지난 2024년과 2025년에 올라온 사업보고서에는 무료 해외여행이나 골드바 지급에 대한 내용을 확인할 수 없었다. 같은 기간 총회나 이사회에서 의결한 사항, 경영공시에서도 그러한 내용은 찾아볼 수 없었다.

▲ 농협조합장 선거에 적용되는 ‘공공단체 등 위탁선거에 관한 법률‘ 제58조에 따르면, 조합장 후보는 선거인(조합원)이나 그 가족 등에게 금전, 물품, 향응 등을 제공하거나 제공할 의사를 표시하거나 그 제공을 약속할 수 없다.
로앤비 제공

▲ 서울 중앙농협 정관 제77조의 14에 따르면, 조합장 후보는 선거인(조합원)이나 그 가족 등에게 금전, 물품, 향응 등을 제공하거나 제공할 의사를 표기하거나 제공을 약속할 수 없다.
서울중앙농협
'골드바 지급'과 '무료 해외견학 실시'가 실제로 이루어짐에 따라 이러한 선거공약이 결국은 조합장 선거에서 승리하기 위한 매표 행위 아니냐는 지적이 나온다. 이에 따라 김충기 조합장이 농협조합장 선거에 적용되는 '공공단체 등 위탁선거에 관한 법률'을 위반했을 가능성은 더욱 커졌다.
'공공단체 등 위탁선거에 관한 법률' 제58조(매수 및 이해유도죄)에 따르면, 선거운동을 목적으로 선거인이나 그의 가족 등에게 금전·물품·향응이나 그 밖의 재산상 이익이나 공사(公私)의 직을 제공하거나 제공의 의사를 표하거나 제공을 약속하면 3년 이하의 징역 또는 3000만 원 이하 벌금에 처한다.
또한 서울 중앙농협의 정관(2025년 2월 개정안) 제77조의 14(매수 및 이해유도 금지 등)에 따르면, "선거인이나 그 가족, 또는 선거인이나 그 가족이 설립·운영하고 있는 기관·단체·시설에 대하여 금전·물품·향응이나 그 밖의 재산상 이익이나 공사(公私)의 직을 제공하거나 그 제공의 의사를 표시하거나 그 제공을 약속하는 행위"를 할 수 없다고 규정돼 있다. 이와 함께 이러한 행위에 대해 "지시·권유·알선하거나 요구하는 행위"도 금지돼 있다.
전화도 안 받고, 질문지에 답변도 안 해… 김충기 조합장 "통화할 수 없다"라고만 답변

▲ 김충기 현 서울 중앙농협 조합장.
서울중앙농협 홈페이지
<오마이뉴스>는 김충기 조합장에게 해명을 듣고자 지난 5월 23일부터 6월 5일까지 여러 차례 전화를 걸었지만 받지 않았다. 6월 2일에서야 딱 한 번 전화를 받았지만 "통화할 수 없다"라고만 말한 뒤 바로 전화를 끊었다. 사실상 답변을 거부한 셈이다.
<오마이뉴스>는 전화 통화와는 별도로 지난 5월 23일과 26일 두 차례에 걸쳐 카카오톡과 핸드폰 문자 메시지로 질문지를 보냈다. <오마이뉴스>가 김충기 조합장에게 보낸 질문지에는 무료 해외여행 주관 여행사 선정 과정(수의계약 여부 등)과 총비용, 모든 해외여행 동행 여부 등뿐만 아니라 골드바 무게와 구입비용, 구입 과정(수의계약 여부 등)과 구입처, 조합원 외 일반 직원 골드바 지급 여부 등도 포함돼 있다. 하지만 6월 5일 현재까지도 답변하지 않고 있다.
서울 중앙농협은 지난 1972년 서울 성동구 내 11개 이동조합을 합병해 설립됐고, 지난 2001년 '성동농협'에서 '중앙농협'으로 명칭을 변경했다. 서울 성동구와 광진구, 송파구, 중구, 용산구 전체나 일부를 관할지역으로 하고 있다. 지난 2023년 창립 50주년을 맞이했고, 조합원은 총 1120명(2023년 현재)에 이른다. 2024년도 경영공시에 따르면, 2024년 영업이익이 45억여 원에 그쳐 2023년(약 114억 원)보다 68억여 원이나 감소했다. 영업이익이 대폭(약 40%) 감소했는데도 조합원들에게 '골드바'를 지급하고, '무료 해외여행'을 실시한 것이다.
이를 주도한 김충기 조합장은 세종대 행정학과 대학원에서 행정학 박사학위('실버타운 선택의사에 관한 결정요인 분석')를 취득했고, 중앙농협영농회장 겸 대의원, 서울시 4-H본부 회장, 한국가족보호협회 자산관리상담소장 등으로 활동해 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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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970년 전남 강진 출생. 조대부고-고려대 국문과. 월간 <사회평론 길>과 <말>거쳐 현재 <오마이뉴스> 기자. 한국인터넷기자상과 한국기자협회 이달의 기자상(2회) 수상. 저서 : <검사와 스폰서><시민을 고소하는 나라><한 조각의 진실><표창원, 보수의 품격><대한민국 진보 어디로 가는가><국세청은 정의로운가><나의 MB 재산 답사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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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골드바' 이어 '공짜 해외여행'에 50억 원?...어느 농협조합장의 공약 이행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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