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선 후보가 대선을 하루 앞둔 2일 서울 영등포구 여의도공원 문화의마당에서 열린 피날레 유세에서 응원봉을 든 지지자들과 함께 애국가를 제창하고 있다.
공동취재사진
어느 때보다 경제, 성장, 민생이라는 말이 많이 쏟아진 대선이었다. 이재명 대통령은 대선 바로 전날인 지난 2일 마지막 유세에서도 "경제를 확실히 살리겠다"고 약속했다. 거리에서 만난 유권자들의 바람도 다르지 않았다.
지난달 30일 강원도 원주혁신도시에서 만난 제조업 종사자 김현민씨(49)는 "경제 말고는 바라는 게 없다"고 말했다. 분식점을 운영하는 한 중년 여성은 "내란 때문에 돈이 묶여서 사람들이 돈을 안 쓴다"면서 "(원주)혁신도시에 빈 상가가 너무 많다"고 토로했다.
'개미'들은 "길이 안 보인다"고 했다. IT개발자 정현아씨(34)는 <오마이뉴스>와 한 통화에서 "윤석열 정부에서는 어떤 분야에 집중 투자하고 국가적으로 육성하는지 전혀 느껴지지 않았다"고 말했다. 직장인 김슬기씨(34) 또한 "(새 정부에선) 정책이 예측할 수 있도록 흘러갔으면 좋겠다"고 바랐다.
민주당이 경제에도 유능한 세력이라는 점을 보여주겠다고 한 이재명 대통령은 어떤 대안이 있을까. 급속 축소 중인 대한민국 사회경제를 분석한 <자살하는 대한민국>의 저자 김현성 작가는 새 정부가 적극적인 재정 운용에 나서야 한다고 제안했다. 필요하다면 과감하게 국채 발행을 통해서라도 민생 회복을 위한 재정을 마련해야 한다는 것이다.
김 작가는 <오마이뉴스>와 한 통화에서 "(새 정부의) 비전을 실현하자면 균형 재정에 대한 집착을 버려야 한다"면서 "나라 빚을 늘리면 미래 세대 부담이 있다는 우려도 있겠으나, 이대로 가다간 미래 세대가 다 없어지게 생겼다. 재정 확장을 위한 국채 발행을 설득할 필요가 있다"라고 강조했다. 김 작가는 특히 "너무 강화돼 있는 기획재정부의 힘을 뺄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이 대통령의 공약 가운데선 상법개정안 등 자본시장 개선 공약들이 반드시 실현됐으면 좋겠다고 바랐다. 김 작가는 "국가 경제가 발전하려면 어쨌든 성장을 해야 한다"면서 "산업을 발전시키는 선순환이 필요한데, 우리나라는 재벌 대기업 대주주에게만 좋은 자본시장이 너무 오래 유지돼 왔다"라고 짚었다.
소액주주행동 플랫폼 액트 윤태준 소장도 같은 이야기를 했다. 윤 소장은 "코스닥에 상장된 중견 내지 소형, 알짜 기업을 사냥해 털어먹고 나가는 경제 사범에 대한 처벌이 확실했으면 좋겠다"면서 "(전직 대통령 윤석열씨가) 상법 개정도 직접 이야기했고, 이복현 금감원장도 필요하다고 했지만 아무 것도 진행되지 않아 갑갑한 마음이 있었다"고 말했다.
[민주주의] '성장' 안에 있어야 할 '사람'
성장도, 발전도 문제는 방향이다. 다수의 유권자들은 낙수 효과에만 기대는 경제성장 일변도가 아닌, 나와 우리 사회 구성원들의 삶의 질이 달라지는 '진짜 성장'을 바랐다. 결국 성장 가운데 '사람'이 있어야 한다는 바람이다.
IT 업계 직장인 김슬기씨는 지난 윤석열 정부의 주69시간 논란을 먼저 떠올렸다. '워라밸'은커녕 삶의 질보다 '노동효율'을 강조하는 정책 방향이 아쉬웠다는 이야기다. 김씨는 "기업문화부터 바꿔야 한다"면서 "정규직 뿐 아니라 프리랜서, 계약직, 특수직 등 다양한 근무형태가 주변에 늘어나고 있다. (우리 업계에선) 인공지능(AI)으로 인한 인력 대체가 빈번해지고 있는데, 제도적 뒷받침이 필요하다"라고 말했다.
512일. 국내 최장기 고공농성 기록을 쓴 한국옵티칼하이테크 해고노동자 박정혜씨는 <오마이뉴스>와 한 통화에서 "우선 바라는 것은 (고용 승계 등의 문제가 해결돼) 내려가는 것"이라고 말했다. 그는 "(정치인들이) 경제를 살리겠다고 하지만, 과연 그 속에 우리 노동자들의 삶이 있는지 궁금하다"라며 "모두 다 잘 살자는 이야기 속에 노동자는 빠져있는 느낌"이라고 꼬집었다.
중대재해처벌법과 노란봉투법을 두고 정치권이 옥신각신하는 사이, 지난 2일 고 김용균씨가 사망했던 충남 태안화력발전소에선 또 다른 하청 노동자가 작업 중 목숨을 잃었다.
이태원 참사 유가족인 고 이상은씨의 어머니 강선이씨는 <오마이뉴스>와 한 통화에서 "인권에 대한 인식이 바뀌었으면 한다"면서 "(새 정부가)대한민국 헌법에 나와있는 생명 안전과 기본권에 대한 인식을 정확하게 인지하고, 국민을 지켜내겠다는 생각으로 했으면 좋겠다"고 바랐다.

▲ 태안화력 전경.
신문웅
신경아 한림대 사회학과 교수는 <오마이뉴스>와 한 전화 인터뷰에서 이번 대선의 시대 정신을 "민주주의 회복"으로 꼽으면서 "수레는 두 바퀴로 굴러간다. 경제 성장이라는 바퀴와 불평등 해소를 위한 노력이라는 바퀴가 함께 가야 한다"고 강조했다.
신 교수는 특히 내란 이후 광장에 섰던 청년 여성 유권자들이 갖는 "새 정부에 대한 기대"를 외면해선 안 된다고 했다. 우리가 열심히 요구하니 '사회가 변하고 내 삶이 나아졌다'라는 정치 효능감을 직접 체감할 수 있도록 해야 한다는 주문이다.
민주당이 공약한 여성가족부의 '성평등가족부' 확대 개편과 관련해서는 "높은 수준의 목표로 성평등을 제시해야 한다"라며 고용노동부나 법무부, 보건복지부 등 성평등 정책을 실생활에 적용하는 부처를 관리 감독할 상위 행정기구가 필요하다는 제언도 내놨다. 날로 커지는 노동 격차와 고용 불평등을 해소하지 않으면 성장을 위한 수레는 움직이지 않는다는 말이다.
신 교수는 전직 대통령 윤석열씨의 '여성가족부 폐지'라는 반여성적 구호 이후 기업 전반에 확산된 불평등 현상을 되짚으면서 "대통령의 말 한마디가 곧 시그널"이라며 "(새 정부는) 광장에서 나온 요구들을 실망시키지 말고, 그들에게 정치적 효능감을 경험시켜야 한다"고 강조했다.
[혐오·차별 극복] 참담한 TV토론에서 '한국 정치' 떠올린 시민들

▲ 이재명 더불어민주당(왼쪽부터)·권영국 민주노동당·김문수 국민의힘·이준석 개혁신당 대선 후보가 5월 27일 서울 마포구 상암동 MBC 스튜디오에서 열린 제21대 대통령선거 후보자 3차 토론회 시작에 앞서 기념촬영을 마친 뒤 자리로 향하고 있다.
국회사진기자단
07년생 이아무개양은 "'정치와 법' 수업시간에 TV 토론을 함께 봤는데 참담한 생각이 들더라"고 했다. 이양만이 아니었다. 우리 사회 안의 커지는 혐오, 남녀·세대 갈라치기를 걱정하는 다수의 시민들은 지난 대선 TV토론 이야기를 자주 꺼냈다. 특정 진영을 향한 폭력적 적개심과 혐오 표현이 그대로 공표되는 현상을 우려하는 목소리도 나왔다.
이양의 친구인 김아무개양은 이준석 개혁신당 후보가 토론 생중계 중 성폭력 발언을 그대로 인용한 사실과 관련해 "정치적 수단으로 그런 발언을 인용하는 사람이 평등 문제를 해결할 수 없다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양이현경 한국여성단체연합 공동대표는 <오마이뉴스>와 한 통화에서 "혐오 발언이 사적 영역으로 제한되는 것이 아니라, 공개적 방식으로 나타나고 있다"면서 "민주주의와 시민성 회복에 대한 심각한 고민이 필요하다"고 짚었다. 신경아 교수는 '방향 전환'을 이야기했다. 신 교수는 지난 3년간 특정 진영을 반국가세력으로 낙인 찍고, 또 갈라치기 했던 기조를 "바꾸는 작업부터 해야 한다"면서 "우리는 싸움이 아니라 대화가 필요하다"는 시그널이 필요하다고 주문했다.
"평범한 국민들"이 보내는 SOS
이재명 대통령은 지난 2일 서울 여의도 마지막 유세에서 대한민국 헌법 1조를 인용하며 "모든 권력은 국민으로부터 나오는 진짜 평범한 국민의 나라"를 만들겠다고 말했다. <오마이뉴스>가 만난 평범한 국민들이 보낸 다양한 SOS 속에는 회복을 넘어 우리 사회의 갈등과 분열을 전환할 새로운 신호를 기다리는 목소리가 담겨 있었다.
불탄 공장 옥상, 이미 여름이 시작된 그 곳에서 고공농성을 이어가고 있는 박정혜씨는 "말로만 하는 정치가 아니라, 행동으로 보여주는 정치"를 다시 바랐다. 이제 우리 사회는, 정치는 어디로 가게될까. 첫 투표를 앞둔 이양이 반짝이는 눈으로 희망한 답은 이랬다.
"대한민국이 살고 싶은 나라가 됐으면 좋겠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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광장 지킨 18세부터 고공농성 노동자까지, 이재명 정부에 보내는 'SO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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