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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1대 대통령 취임하고, '윤석열 장관'과 일해야 한다

[그땐 이랬다] 문재인 정권 조각 완료, 6개월 걸려... 간소한 취임식 후 바로 업무 개시

등록 2025.06.03 16:54수정 2025.06.03 16:5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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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일(4일) 새 임기를 시작할 21대 대통령은 어떤 첫 날을 맞이할까. 지금의 상황과 비슷하게 8년 전 박근혜 대통령 탄핵 후 취임한 문재인 대통령의 사례를 통해 미리 들여다 봤다.[기자말]
 문재인 제19대 대한민국 대통령이 2017년 5월 10일 서울 여의도 국회의사당 로텐더홀에서 취임 선서를 하고 있다.
문재인 제19대 대한민국 대통령이 2017년 5월 10일 서울 여의도 국회의사당 로텐더홀에서 취임 선서를 하고 있다. 남소연

당선 직후 바로 업무 개시... 취임식 대신 단촐한 '취임선서식'

누구도 상상하기 어려웠던 12.3 비상계엄이 촉발한 조기대선, 오늘(3일) 본투표를 거쳐 늦은 밤 새 대통령이 결정된다.

휘몰아치는 한파 속에서 꽁꽁 언 손을 녹이며 광화문과 한남동 도로에서 "윤석열 탄핵"을 외치고, 엎치고 뒤집기를 반복하는 우여곡절 속에 마음을 졸이며 밤새 스마트폰을 확인하던 6개월간의 간절함이 오늘 결실을 맺는다.

내일(4일) 아침 새 대통령은 '대한민국 21대 대통령'으로서의 임기를 시작한다.

통상 새 대통령은 전임 대통령 임기가 끝나는 날 자정부터 임기를 시작하지만, 전임 대통령이 탄핵된 뒤 들어서는 대통령의 임기는 선거 다음날 중앙선관위원장이 대통령 당선인 결정안을 의결해야 그 즉시 임기가 개시된다. 이번에는 4일 오전 7~9시경일 것으로 보인다. 그리고 이주호 권한대행으로부터 국군 통수권을 이양받는다.

8년 전인 2017년 5월 9일 선거를 치른 당시 문재인 대통령은 이튿날인 10일 국회에서 취임식, 아니 '취임선서식'을 치렀다. 전직 대통령이 궐위된 가운데 조속히 국정을 안정시켜야 하는 입장에서 성대한 취임식은 부담이었기 때문이다.

낮 12시 국회 앞 광장이 아닌 본관 로텐더홀에서 열린 취임선서식은 기존 취임식에서 하던 의장대 예포 발사, 보신각 타종 등 의례를 생략하고 국회의장, 총리, 국무위원, 국회의원, 군 지휘관 등 300여 명이 지켜보는 가운데 간단히 끝냈다. 해외 축하 사절은 어림도 없었다.


이재명 "용산 갔다 청와대로"...김문수 "용산으로 가겠다"
문 대통령 취임식 날, 국무총리·국정원장 지명·비서실장·경호실장 임명

 서울 용산구 대통령실 청사.
서울 용산구 대통령실 청사. 권우성

문재인 대통령은 당연히 청와대에서 업무를 시작했고, 취임 4일째인 13일 서울 홍은동 사저를 떠나 청와대 관저에 입주했다. 그러나 문 대통령은 이날 대선 기간 자신을 전담 취재한 기자들과 청와대 뒷산을 올라, 이사는 오롯이 김정숙 여사의 몫이었다.


이재명 후보는 유세 기간 여러 번 밝힌 대로 당선되면 집무실은 일단 용산 대통령실을 쓰되 최대한 빠른 시일내 손을 봐서 청와대로 돌아갈 것으로 보인다. 숙소는 지역구 인천 계양구에 있는 사저에서 나와 한남동 관저나 안가 등에 들어가는 것을 검토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그러나, 김문수 후보는 윤석열 전 대통령이 사용하던 용산 대통령실과 한남동 관저를 그대로 쓰겠다는 입장이다.

새 대통령의 시작도 문 대통령의 경우와 별반 다르지 않을 것으로 예상된다. 취임식을 약식으로 치르고 바로 공식 업무에 돌입할 것으로 보인다. 새 대통령의 첫 업무는 당연히 주요 참모 및 내각에 대한 '인사(人事)'일 것이다.

8년 전 문 대통령은 취임 당일인 5월 10일 가장 중요한 네 자리에 대한 첫 인사를 단행했다. 첫 국무총리 후보자로 이낙연 전남지사를 지명했고, 국가정보원장 후보자로는 서훈 이화여대 북한학과 교수를 지명했다. 첫 대통령 비서실장은 임종석 전 의원, 경호실장은 주영훈 전 경호실 안전본부장을 임명했다.

그리고 이튿날인 11일에는 조국 민정수석, 조현옥 인사수석, 윤영찬 국민소통수석, 이정도 총무비서관 등 대통령을 지근거리에서 보좌하는 수석 비서관들과 기자들을 상대하는 권혁기 춘추관장 등을 임명하는 등 인사 작업이 빠르게 진행했다.

인사에 발목 잡힌 문재인 정권... 조각 완료 195일 걸려

 문재인 대통령이 취임 나흘 후인 2017년 5월 14일 오전 청와대에서 북한의 탄도미사일 발사와 관련해 소집한 국가안전보장회의를 주재하고 있다. 왼쪽에 김관진 안보실장이 앉아있다.
문재인 대통령이 취임 나흘 후인 2017년 5월 14일 오전 청와대에서 북한의 탄도미사일 발사와 관련해 소집한 국가안전보장회의를 주재하고 있다. 왼쪽에 김관진 안보실장이 앉아있다. 연합뉴스

그러나 힘찬 첫 걸음과 달리 '새 정부 꾸리기'는 쉽지 않았다.

취임한 지 나흘밖에 안된 5월 14일 오전 8시, 문 대통령은 청와대 내 위기관리센터(지하벙커)에서 국가안전보장회의(NSC) 상임위 회의를 열었다. 북한이 이날 새벽 탄도미사일을 발사한 것이다.

이 자리에서는 이순진 합참의장이 화상으로 상황 보고를 한 다음 이병호 국가정보원장, 한민구 국방부장관, 윤병세 외교부장관, 홍용표 통일부장관 등이 차례로 부처별 대응 방안을 보고했다.

언뜻 국가 안보를 책임지는 고위 인사들의 지극히 정상적인 회의로 보이지만 전혀 정상적인 회의가 아니었다. 회의를 주재한 문 대통령을 제외하고 참석자들은 모두 전 정권, 즉 박근혜 정권의 외교·안보 책임자들이었던 것이다. 이날 오전 6시 22분 문 대통령에게 직접 전화로 상황을 보고한 것도 김관진 당시 청와대 국가안보실장이었다.

촛불혁명을 통해 탄생한 새로운 대통령이 새로운 각료들과 함께 이른바 '나라다운 나라'를 꾸려가는 모습을 보고 싶었던 국민들은 고개를 갸우뚱할 수밖에 없었다.

이 뿐 아니었다. 문 대통령은 6월 27일 취임 49일 만에 겨우 첫 국무회의를 주재했다. 그런데 참석한 17명의 국무위원 가운데 박근혜 정권때 임명된 장관이 11명이나 됐다. 자신이 임명한 장관은 6명에 불과했다. 나머지는 국회 청문회가 진행 중이거나 아예 후보가 지명조차 되지 않았던 것이다.

문 대통령은 이후 몇 달 더 전 정권의 인사들과 국정을 상의해야 했다. 인수위를 거치지 않고 출범해 준비가 덜 된 데다, 새 장관 후보자들을 지명하더라도 국회 청문회가 발목을 잡았다. 취임 첫날 총리, 비서실장 등 주요 인사들을 호기롭게 지명하며 시작했던 문재인 1기 인사는 결국 역대 정부 중 가장 늦은 출범 195일 만에 마무리됐다.

여소야대였던 당시에 비해 지금은 여당의 의석이 압도하고 있으며, 계엄과 탄핵의 와중에 총리를 비롯한 상당수의 각료가 자리를 비우고 있다는 점이 당시와 다르지만 전임 정부 각료들과의 동거를 비켜갈 방법은 없다.

작년 12월 3일 내란사태로부터 시작해서 6월 3일 대선까지 꼭 6개월여간 전혀 예상치 못한 돌발사태의 연속이었다. 새 대통령이 과연 문재인 정권이 걸었던 길을 타산지석 삼아 내란종식과 개혁의 궤도에 순조롭게 올라탈 수 있을지 주목된다.
#21대 #대통령 #문재인 #이재명 #2025대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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