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이재명 대통령이 4일 인천 계양구 사저에서 김명수 합참의장과 전화 통화를 마친 뒤 이동하고 있다.
연합뉴스
따라서 이재명 대통령 앞에 놓인 과제는 단순한 정권 교체를 넘어, 깊게 갈라진 국민을 다시 하나로 모으는 국민 통합의 리더십을 실현하는 일이다. 자신을 지지하지 않은 유권자들을 배제하거나 무시하지 않고, 사회 전반의 갈등을 조정하며 정치적 다양성과 반대 의견을 존중하는 포용적 리더십이 그 어느 때보다 절실하다.
물론 권력은 언제나 통치 세력을 유혹하기 마련이고, 지금의 이재명 대통령은 행정부와 입법부를 동시에 장악하며 비교적 강한 권력을 무리 없이 행사할 수 있는 환경에 놓여 있는 것도 사실이다. 국내외 언론을 비롯한 여러 분석에서는 이러한 정치 지형 속에서 이재명 대통령이 막강한 권한을 휘두를 것이라는 전망이 잇따르고 있다.
그러나 이번 선거의 민심은 분명한 메시지를 던졌다. 바로 '권력의 절제'다. 시민들은 권력을 오남용한 전임 대통령에게 단호한 심판을 내렸고, 민심이 얼마나 두려운 것인지 다시금 각인시켰다. 따라서 이재명 대통령은 전임자와 달리 성공한 대통령으로 남고자 한다면, 주어진 권력을 자신의 정당이나 진영의 이익을 위한 도구가 아니라, 정치개혁과 민주주의의 복원을 위한 밑거름으로 사용하는 슬기와 절제를 갖춰야 한다. 절제와 책임의 리더십이야 말로 국민의 기대에 부응하고, 역사에 길이 남을 성공한 대통령으로 자리매김하는 길이다.
새 정부가 출범한 지금, 가장 시급한 국정 과제 중 하나가 바로 '정치개혁'이다. 박근혜 전 대통령(2017년)과 윤석열 전 대통령(2025년)이 연이어 탄핵된 불행한 정치사는 단지 두 대통령 개인의 일탈로만 볼 수 없다. 그것은 제왕적 대통령제 아래에서 권력이 과도하게 집중되고 견제 장치가 제대로 작동하지 않은 결과이며, 정당 내부의 민주주의 부족, 정치의 사법화와 사법의 정치화, 그리고 승자독식의 선거제도 등 복합적이고 구조적인 문제들이 누적된 결과이기도 하다.
이처럼 구조적 결함이 반복적인 국정 불안정과 정치 보복, 시민들의 정치 불신이라는 악순환을 초래해 왔음에도, 정치권은 여전히 그 고리를 끊어내지 못하고 있다. 따라서 새로운 정부의 정치개혁은 단지 계엄 사태의 주동자들에 대한 수사와 처벌에 그쳐서는 안 된다. 보다 근본적으로, 왜 한국 정치가 극단적 갈등과 반복적인 위기를 벗어나지 못하고 있는지에 대해 성찰해야 하며, 정치적 양극화가 초래하는 사회적 갈등 비용과 민주주의에 대한 위협을 어떻게 제도적으로 해소할 것인지에 대한 진지한 대답을 내놓아야 한다.
세 가지 정치개혁 과제
물론, 많은 전문가가 제안하였듯이, 한국 정치개혁의 방향은 이미 분명하다. 다만 그것이 선언적 구호에 그치지 않기 위해서는 구체적 실행 방안과 제도 설계가 수반되어야 한다. 정치개혁은 크게 권력구조 개편, 선거제도 개혁, 그리고 정당 민주주의 강화에서부터 시작할 수 있다.
첫째, 선거제도 개혁을 통한 대표성·비례성 강화가 시급하다. 현재의 소선거구제와 병립형 비례대표제는 거대 양당의 득표를 과대표하고 소수 정당과 다양한 정치적 입장을 구조적으로 배제하고 있다. 이를 개선하기 위해 연동형 비례대표제의 전면 도입, 비례 의석 확대, 선거구 획정 기준의 정비 등이 병행되어야 한다. 유권자의 다양한 정치적 의사가 국회 구성에 보다 정확히 반영될 수 있도록 제도의 틀을 바꾸는 일이 핵심이다.
둘째, 정당 내부 민주주의의 실질적 강화가 필요하다. 지금까지 정당 운영은 소수 지도부나 특정 인물 중심의 폐쇄적 구조에 머물러 왔고, 공천 과정의 불투명성이나 책임성 결여가 국민의 신뢰를 훼손해 왔다. 당내 공천의 투명성과 경쟁성 보장, 당원 참여 확대, 정치자금의 투명한 운용, 상향식 의사결정 구조의 확립 등을 통해 정당이 진정한 대의제 민주주의의 핵심 기구로 기능할 수 있도록 해야 한다.
셋째, 제왕적 대통령제의 폐해를 해소하기 위한 권력구조 개편과 지방분권 확대가 필수적이다. 현행 승자독식 체제에서는 대통령 1인의 판단이 정치 전반을 좌우할 정도로 권한이 과도하게 집중되어 있어, 구조적 취약성이 반복되어 왔다. 이제는 분권형 대통령제 등 대통령 권한의 제도적 분산 방안에 대한 본격적인 논의가 필요하며, 견제와 균형의 원리가 실제로 작동할 수 있도록 권력구조를 근본적으로 재설계해야 한다. 아울러 지방정부에 보다 많은 자율성과 재정권을 부여하여, 중앙 집권형 구조에서 벗어난 실질적 지방분권을 구현하는 것도 동시에 이루어져야 한다.
의회주의 복원과 민주주의의 재설계자로 남기를
이재명 대통령에게는 지금, 한국 민주주의를 다시 설계할 수 있는 역사적 기회와 사명이 주어져 있다. 그가 성공한 대통령으로 남고자 한다면, 막강한 권력을 행사하는데 주저함이 없는 강한 대통령이 되는 것이 아니라 의회를 존중하고 의회주의를 복원하여 정치개혁의 과업을 완수하는 대통령이 되어야 할 것이다. 헌정 질서가 위협받았던 이 암울한 시기를 딛고, 한국 민주주의가 더 강건해질 수 있는 계기를 만들어야 한다. 물론, 그러한 과업 수행은 통합과 절제, 개혁의 리더십으로부터 시작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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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 민주주의 다시 설계할 수 있는 기회... 이재명 대통령에게 주어진 사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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