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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재명 당선'에도 못 웃는 TK 민주당, 마의 30%대 넘지 못한 까닭

보수 표 막판 결집... DJ 대통령 때부터 10%p 올리는데 27년 걸려 "반대 포용하는 정치 해야"

등록 2025.06.04 16:49수정 2025.06.04 22:5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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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3일 오후 8시 방송 3사의 예측 결과가 발표되자 더불어민주당 대구시당에 모인 당원과 지지자들이 두 손을 들어올리며 환호하고 있다.
3일 오후 8시 방송 3사의 예측 결과가 발표되자 더불어민주당 대구시당에 모인 당원과 지지자들이 두 손을 들어올리며 환호하고 있다. 조정훈

'12.3 비상계엄'과 탄핵 정국을 거쳐 치러진 제21대 대선에서 경북 안동 출신인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후보가 당선됐다. 대구경북(TK) 출신 최초의 민주당 대통령이라는 이정표를 세웠다는 평가다.

하지만 탄핵 정국에서도 지역 유권자들은 여전히 마음을 열지 않았고, 지역 민주당은 이재명 당선을 받아 안고도 마냥 웃지 못한 채 TK지역에 다가가기 위한 숙제를 받아 들었다.

대선 개표 결과 이재명 후보는 대구에서 23.22%, 경북에서 25.52%의 득표율을 기록해 지난 20대 대선에서의 득표율(대구 21.60%, 경북 23.80%)보다는 더 얻었지만, 마의 30%대 벽은 넘지 못했다.

대구에서는 전직 대통령 박근혜씨가 살고 있는 달성군에서 가장 높은 25.60%를 득표했고 경상북도에서 대구시로 편입된 군위군에선 14.84%란 가장 낮은 득표율을 얻었다.

경북에서는 이 대통령의 고향인 안동에서 31.28%를 얻어 가장 높은 득표율을 보였고 산불로 큰 피해를 입은 영덕군은 18.10%로 가장 낮은 득표율을 기록했다.

이처럼 이 대통령은 TK에서 30%대의 득표율을 넘지 못했지만, 역대 민주당 계열 대선 후보들 중에선 가장 높은 득표율을 기록하면서 TK에서도 조금씩 변화가 감지된다고 볼 수 있다.

30% 넘을 거라는 전망도 있었지만


IMF 당시 치러진 제15대 대선에서 당선된 김대중 전 대통령은 대구에서 12.53%, 경북에서 13.66%를 득표했고 제16대 대선에서는 노무현 전 대통령이 대구에서 18.67%, 경북에서 21.65%를 득표했다.

또 박근혜 전 대통령의 탄핵으로 치러진 제19대 대선에서도 문재인 전 대통령은 대구에서 21.76%, 경북에서 21.73%를 얻는데 그쳤다. TK에서 10%대 초반의 득표율을 얻은 민주당 후보가 20%대 중반의 득표율을 얻기까지 무려 27년이 걸린 것이다.


 지난달 7일 소결씨가 'TK 콘크리트는 TK 딸들에 의해 부서질 것이다'라고 쓴 대자보를 든 후 대구에서는 집회현장과 SNS를 통해 'TK 딸' 챌린지가 이어졌다.
지난달 7일 소결씨가 'TK 콘크리트는 TK 딸들에 의해 부서질 것이다'라고 쓴 대자보를 든 후 대구에서는 집회현장과 SNS를 통해 'TK 딸' 챌린지가 이어졌다. 조정훈

사실 이번 대선에서는 이재명 후보의 득표율이 30%대에 이를 것이라는 전망이 높았다. TK 출신이고 '12.3 내란'과 윤석열 전 대통령 탄핵으로 치러지는 보궐선거라 국민들의 분노가 높았기 때문이다.

실제로 지난달 29일과 30일 치러진 사전투표에서 대구경북은 전국에서 최하위 투표율을 보였다. '보수의 심장'이라고 불리는 TK에서의 사전투표율이 낮았던 건 믿고 지지했던 국민의힘에 대한 배신감이 반영됐다는 평가가 나오기도 했다.

당시 지역 정치권에서는 윤석열 정부에 대한 실망과 내란 정국에도 사과하지 않는 국민의힘에 대한 비판 여론이 높아지고 있다고 봤다. 이런 지역 정서가 반영돼 사전투표에서 전국 최하위를 기록했다는 것이다.

사전투표에 참여하지 않은 지역 유권자들

반면 투표 부정선거를 의식해 사전투표에 참여하지 않은 지역 유권자들도 많았다. 이들이 지난 3일 본투표에 적극 참여하면서 대구는 전국 평균(79.4%)보다 높은 80.2%의 투표율을 보였고 경북은 전국 평균보다 조금 낮은 78.9%의 투표율을 보였다.

이처럼 TK지역에서 이재명 대통령에 대한 지지율이 예상보다 낮게 나온 것과 관련 더불어민주당 대구시당과 경북도당은 머리를 숙였다.

허소 대구시당위원장은 "여러 여론조사에서 TK지역에서의 지지율이 30%대를 넘나들어 상당한 기대를 했었다"면서도 "25%대의 지지율을 예상했는데 예상보다는 조금 적게 나온 것 같다"고 말했다.

허 위원장은 "대구에서 쉽게 변할 수는 없겠다라고 생각했지만 그래도 조금씩 지지율이 올라가고 있다는 것은 큰 성과"라며 "앞으로 시민들에게 민주당이 더 잘 하는 모습을 보일 수 있도록 노력하겠다"고 덧붙였다.

이번 대선에서 대구시당 총괄선대위원장을 맡았던 홍의락 전 국회의원은 "선거 막판에 국민의힘 후보에게 지지가 몰릴 것은 예상했다"며 "이재명이 대통령이 되면 독재를 할 것이라는 국민의힘 선거운동이 지역민들에게 먹힌 것 같다"고 말했다.

이영수 경북도당위원장은 "TK에서 민주당이 정치 본연의 모습으로 지역민들의 삶이 나아질 수 있도록 적극 노력해야 한다는 점을 이번 선거에서 본 것 같다"며 "지역민들도 민주당에 마음을 열어 달라"고 당부했다.

정치평론가인 김철현 경일대 특임교수는 "지난 총선 때 국민의힘이 '개헌 저지선을 막아 달라'고 읍소를 했는데 이번에는 이재명 후보의 아들 막말이 터져 나오고 이재명 대통령이 되면 독재로 갈 수 있다고 한 공포마케팅이 지역민들에게 먹힌 것 같다"고 진단했다.

김 교수는 "여야가 협치할 수 있도록 정치가 복원돼야 지역에서도 민주당이 지지를 얻을 수 있을 것"이라며 "지금 국민의힘은 107석밖에 안 되는 소수 야당이지만 이번 대선에서 김문수 후보나 국민의힘을 지지한 41.15%가 있다. 반대를 포용하는 정치를 해야 한다고 얘기해 주고 싶다"고 말했다.

그럼에도 대구시민들은 희망의 끈을 놓지 않고 있다. 지난 3일 대선 개표방송을 지켜보던 한 시민은 "1997년 김대중 대통령 때 대구 득표율이 13%였는데 10%p 올리는데 27년이 걸렸다"며 "우리는 느리지만 항상 진보하고 있다. 힘들지만 대구시민들도 포기하지 말아 달라"고 말했다.

[관련기사]
"김대중 때 대구 13%... 10%p 올리는 데 27년, 느리지만 진보해" https://omn.kr/2dzdz
#2025대선 #TK지지율 #민주당대구시당 #민주당경북도당 #대선득표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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