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표지 시집 표지
생각이 크는 나무
이재명 대통령의 가난했던 어린 소년공 시절의 삶을 시로 표현한 강민숙 시인의 최근 시집 <소년공 재명이가 부르는 노래>가 눈길을 끈다.
어린 시절 공장에서 일한 소년공이 중-고등학교를 검정고시로, 대학 4년을 장학금을 받아 졸업했다. 사법시험에 합격해 인권변호사의 길을 걸었다. 정치에 뛰어 들어 성남시장, 경기도지사, 야당대표, 재선 국회의원, 이후 두 번의 대선 출마 고배 그리고 세 번째 21대 더불어민주당 대선 후보로 출마해 지난 4일 당선된 이재명 대통령.
이전 여론조사에서 줄곧 1위를 달렸고, 선거 하루를 앞둔 지난 2일 오후 서울 여의도, 많은 지지자들 앞에서 유세를 끝으로 대장정을 마무리했다. 그가 전국 유세를 하는 동안 가장 인상 깊게 들렸던 발언이 '국민들을 선거의 도구로 이용했던 정치인이 아닌, 국민 각자의 삶을 위해 자신이 도구가 되겠다'는 말이었다. 이 말을 상기하며, 이재명을 좀 더 알기 위해 관련된 책들을 읽기도 했다.
이미 당선이 점쳐지는 유력한 후보였기에 올해만 그의 삶과 철학 등을 조명한 책들이 서점에 상당수 등장했다. 이재명 본인의 자서전<결국 국민이 합니다>(2025. 4. 오마이북)부터 국무총리로 내정된 김민석 민주당 수석 최고위원의 <이재명에 관하여>(2025. 4. 메디치미디어), 김상우 교수-백승대 매직하우스 대표의 <내란종결자 이재명>(2025. 3. 매직하우스) 등이 대표적이다.
특히 지난 5월 소년공의 삶과 철학을 시로 표현한 이재명 대통령 헌정 시집이 출판돼 눈길을 끌었다. 강민숙 시인의 시집 <소년공 재명이가 부르는 노래>(2025. 5. 생각이 크는 나무)이다. 어린 소년공이 끝도 없이 헤쳐온 고통과 시련을, 70여 편의 시로 승화시켰다고나 할까.
강 시인이 소년공 이재명을 시로 쓴 남긴 이유는 뭐였을까. 그도 너무나 큰 아픔을 간직한 채, 삶을 영위해 왔기 때문이다. 지난 90년대 쓴 시집〈노을 속에 당신을 묻고>에서 알 수 있듯이, 92년 교통사고로 남편을 잃은 직후, 둘째 아들이 태어났다. 이로 인해 동사무소에서 남편의 사망신고와 아들의 출생신고를 동시에 해야 했던 비운의 시인이며 여인이기도 했다.
강 시인은 "뼈저리게 아파본 사람이 아파본 사람의 마음을 안다"는 의미에서 젊은 시절 가난에 찌든 어린 소년공 재명이를 소환해 시로 묶었다고. 시집 서두 자서에서 '아픔이 아픔에게 보내는 편지'란 시는 '소년공 이재명'에 대해 깊은 성찰을 하게 한다.
'아픔이 아픔에게 보내는 편지'
그동안 참 많이 아파 헤매돌았다
30년을 넘게 앓아 오면서
내 아픔을 닮은 한 사람을 만났다
그러나 다가가 위로해 줄
방법은 보이지 않았다
...
소년공 이재명,
아무나 걸을 수 없는 길을 걸으며
색깔에 휘말리기도 하고
모함도 받기도 했지만
그는 뒤돌아보지 않고
오직 앞만 보며 걸어왔다
누구도 걸을 수 없는 그 길을
성큼성큼
세상의 낮은 자들의 아픔을 보듬어 안고.
시집은 1~5부로 나눠 전개했다. '공책 한 권 사 주세요'란 시는 너무 가난해 공책 살 돈이 없었다. 그래서 숙제를 하지 못했다. 그 현실을 모른 선생은 숙제 안 한 재명이를 혼냈다. 하지만 실제 집에 돈이 없는 현실을 직감했기에, 부모에게 공책을 사주라는 말 못한, 사연을 고스란히 담았다.
'공책 한 권 사 주세요'
선생님은
맨날 숙제를 내신다
...
내 뒤통수를 퍽 치면서
공책 왜 안 펴
선생님이 내게 호통치신다
공책이 없어서요
나는 공책을 사 달라고
집에 차마 이야기를 할 수 없었다
어차피 사주지 않을 것을
이미 나는 알고 있었으니까.
'내 책상은 재봉틀이었다'는 단칸방 셋방집에 책상 하나 없어, 책과 노트를 펴볼 수 있는 유일한 곳은 앉은뱅이 재봉틀이었다. 하지만 "무슨 공부냐"며 나무라한 아버지의 섭섭한 말에 눈물을 훔쳤다고.
'내 책상은 재봉틀이었다'
...
내가 밤새 켜 놓은
30촉 백열전구 밑에서
우리 식구들은
몸을 뒤척여야만 했었다
공장에서 돌아오니
5촉짜리 전구로 바뀌어 있었다
늘 공부는 무슨 공부냐고 핀잔하는
아버의 소행이라
나는 그저 눈물만 삼켰다.
'내 삶의 아픈 훈장'은 쇳덩어리를 다루는 공장 프레스에 심하게 다쳤다. 구부정해진 왼쪽 팔이 부끄러워 무더위에도 긴팔을 입고 다녔다는 일화가 담긴 시이다.
'내 삶의 아픈 훈장'
...
프레스에 눌러
팔을 다친 것이 키가 크면서
굳어버리고 만 것이다
나이를 속여
위장 취업한 상태여서
공장에 한마디 말도 못했다
..
나의 왼팔은
누구에게도 내어 놓을 수 없는
소년공 시절의 아픔이
새겨진
내 삶의 아픈 훈장이었다.
이재명의 '정치 철학'을 간략하게 설명한 시도 있다. '내가 아는 정치는'이란 시에 이를 소개하고 있다.
'내가 아는 정치는'
...
내가 아는 정치는
국민의 소리를 듣고 들어가며
물길을 터 주는 일이다
콸콸 흘러
바다로 이르게 해주는 일이다
이념과 색깔을 넘어
이민호 문학평론가(시인)는 "시집은 소년공 이재명에 대해 서슴없이 답하고 증언한다"며 "소년공이 가난과 억압에서 풀려나 일어서 자유롭게 자기 앞의 생을 구가할 그날을 생각하게 한다"고 평했다.
추천사를 쓴 김민웅 전 경희대 교수는 "소년공이 노동 현장에서 체득한 치열한 노동은 소년의 정신을 부패로부터 지켜주었다"며 "노동으로 굽어진 팔은 도리어 그를 꼿꼿하게 일어서게 했고, 굽어진 세상을 바로 펴야 한다는 결기가 되었다"고 전했다.
방송인 정준희 한양대 겸임교수 역시 추천사를 통해 "우리가 외면하고 덮으려 했던 자화상이자, 우리 자신에게 바치는 고통과 희망의 헌사"라고 평했다.
레지나 수녀도 추천사에서 "사연이 구구절절하여 가슴이 너무 아파 읽다가 덮고 다시 읽기를 반복했다"며 "어린 소년공이 끝도 없이 반복되는 시련을 어떻게 헤쳐 나왔을까"라고 전했다.
강민숙 시인은 62년 전북 부안 백산에서 출생했다. 동국대 문예창작과에서 석사를, 명지대 문예창작학과에서 박사학위를 받았다. 92년 <문학과 의식>을 통해 시인으로 등단했다. 그해 남편의 사망신고와 아들의 출생신고를 동시에 했던 기구한 운명을 다룬 시집 <노을 속에 당신을 묻고>는 94년 당시 30만 부가 팔린 베스트셀러이기도 했다. 시집으로 <그대 바다에 섬으로 떠서> <꽃은 바람을 탓하지 않는다> <둥지는 없다> <채석강을 읽다> 등이 있다.
현재 한국작가회 이사, 한국민예총 대변인, 부안군 동학농민혁명 운영위원회 부위원장이다. 지난 2022년 대선에 이어 올 6월 대선에도 이재명 민주당 대통령 후보를 지지한 문화예술인으로 활동했다.
소년공 재명이가 부르는 노래 - 이재명 대통령 헌정 시집
강민숙 (지은이),
생각이크는나무, 202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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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화와 미디어에 관심이 많다. 현재 한국인터넷기자협회 상임고문으로 활동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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