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태안화력 고 김충현 비정규직 노동자 사망사고 대책위원회가 5일 오후 1시 참여연대 2층 아름드리홀에서 조사 발표 기자회견을 열었다. 21대 대선에 민주노동당 후보로 출마하기도 한 권영국 김용균특조위 간사가 기자회견에 참석해 발언하고 있다.
전선정
더해 대책위는 "한달 치 작업 관련 문서(TBM)를 살펴본 결과, 사망사고 당일 작업은 한전KPS 관리자가 의뢰한 게 맞고, 사실상 관리·감독자가 없는 상황에서 (고인이) 단독으로 업무를 수행했다"며 "고 김충현씨가 사망하기 한 달 전부터 했던 작업의 90%는 원래 담당 업무가 아니라 한전KPS가 담당한 업무였다"고 발표했다.
최 실장은 "동료들의 증언에 따르면 직급체계상 공작실 작업자(고인)는 한국파워O&M 1과에 소속돼있지만, 1과장의 작업지휘는 사실상 받지 않았다"며 "하청업체 소속인 현장 소장도 공작작업에 대해서 잘 알지 못했다"고 설명했다. 이어 "작업방법 등에 대해서는 모두 재해자(고인)의 판단에 따라 진행됐고, 소장은 형식적으로 서류상에서 승인하고 있었다"고 덧붙였다.
그러면서 "예외적인 긴급작업, 돌발작업 시에만 가능한 직접적인 구두 통보를 통한 작업지시가 일상화되고 있었다"라며 "고 김충현씨가 작성한 TBM도 원래 작업 전 하청업체 관리자, KPS 관리자, 서부발전 현장감독의 서명이 필요한데, 사망사고 당일에 작성한 TBM에 따르면 TBM 회의도, 서류 작성도, 유해위험 파악도 혼자 이뤄졌다"고 설명했다.
더해 "특히 이번 사고가 발생한 작업은 10호기에서 발생한 의뢰인데, 사고시점 10호기는 오버홀 공사가 진행 중이었기 때문에 계약상 한국파워O&M측이 담당할 업무가 아니었다"며 "기계공작실에서는 계약에 포함되지 않은 작업을 원청인 한전KPS가 고 김충현씨에게 공식·비공식적으로 의뢰하는 상황이 일상적으로 벌어진 것으로 보인다"고 지적했다.
대책위는 "작업 전에 이뤄지는 '선반을 이용한 공작물 가공작업' 위험성 평가에서 '회전부위에 접속하거나 말림에 의한 재해'의 위험 점수가 '작은 위험'으로 분류되는 3점으로 표시된 것도 문제"라고 지적했다.
"선한 영향력 행사하던 고인, 김용균 죽음 때처럼 비통"

▲ 태안화력 고 김충현 비정규직 노동자 사망사고 대책위원회가 5일 오후 1시 참여연대 2층 아름드리홀에서 조사발표 기자회견을 열었다. 고인의 동료 노동자인 김영훈(공공운수노조 KPS비정규직지회장)·이태성(발전비정규직연대 집행위원장)씨가 기자회견에 참석해 "내가 김용균이다"라고 적힌 피켓을 들고 있다.
전선정
유족과 동료 노동자들도 발언을 이어갔다. 검은 정장을 입고 충혈된 눈으로 인사를 한 고인의 형은 "제가 지금 충격이 커서 말씀을 제대로 드리지 못해서 인사로 그냥 마무리하겠다"며 힘겹게 입을 연 후 다시 자리에 앉았다.
김영훈 공공운수노조 KPS비정규직지회장은 "2016년부터 (고인과) 같이 일했는데, 발전소 안에서뿐만 아니라 밖에서도 선한 영향력을 행사하고, 동료 분들과 역경을 함께하던 동료였다"며 "사고 당시 현장을 봤을 때 마치 6년 전 겨울을 보는 듯 비통했고 충격이었다. 2018년 김용균 노동자의 죽음 이후 실질적으로 시스템적 구조는 바뀌지 않는 상황이고 불합리한 상황이 겹쳐서 이런 사고가 발생했다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이어 "고인의 명예를 훼손하는 일이 더 이상 없기를 바란다. 철저한 진상규명과 책임자 처벌이 필요하다"며 "(고인은) 10년간 굉장히 많은 스트레스를 받으면서 일해왔을 것이다. 이런 다단계 하청구조, 쪼개기 계약을 빨리 해결할 수 있도록 구조적으로 개선하는 것이 고인의 명복을 빌 수 있는 방법 중 하나가 되지 않을까"라고 덧붙였다.
이태성 발전비정규직연대 집행위원장은 "2018년에 국회에서 '정규직 안 해도 좋으니까 제발 죽지만 않게 해달라'고 했었다. '내가 김용균이다' 외치면서 일터에서 죽지 않게 해달라고 외쳤다"라며 "그래서 열심히 싸웠는데 6년이 흐른 시간 뒤에 노동자의 죽음을 맞이했다"고 호소했다. 그러면서 "우선 분노는 저희가 다 가져가겠다. 유족은 충분히 슬퍼하시고 그 죽음이 헛되지 않도록 저희가 함께 싸우겠다"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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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청의 하청 숨진 노동자, 원청·1차하청 중처법 수사해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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