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돌산 남쪽 화태도에서 바라본 여수의 섬들.
양진형
돌산의 남쪽으로도 옹기종기 섬들이 많다. 이른바 금오열도(金鰲列島)로 금오도, 화태도, 대두라도, 나발도, 대횡간도, 금오도, 안도, 연도 등 30여 개의 유·무인도 군락이다. 이 중 대횡간도와 대두라도, 월호도 등은 아직 미답지이던 차에, 마침 여수시에서 운영하는 '섬 배울 학교' 프로그램에 선정되어 대두라도 탐방길에 오른다.
가두리양식장이 주업… 하지만 높은 사료비에 시름 깊어
면적 1.01㎢, 해안선 길이 7.6km로 비교적 작은 섬인 대두라도(大豆羅島)는 섬 모양이 콩같이 생겼다 하여 이를 붙여졌다. 두라리교회 김수열 목사(53)에 의하면 현재 섬 인구는 70여 가구 130여 명에 이른다. 대부분이 고령으로, 60대 이하는 10% 정도 될 것이라고 김 목사는 전한다. 외지에서 수혈이 지속으로 이뤄져 섬 인구는 줄어들지 않고 있다.

▲ 대두라도에 여객선이 도착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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섬에는 대두마을(임기미), 봉통마을(벌통기미), 선창마을 등 세 개의 자연부락이 있다. 주민들은 완만한 구릉지에 농경지를 개간하여 감자, 보리, 고구마, 쌀, 콩 등 농업과 어업을 겸하며 살아왔다. 바다에서는 가두리 양식업과 함께 멸치잡이 자망어업, 계절별로 도다리와 오징어를 잡는 어업이 성업 중이다.

▲ 가두리 양식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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두라리 박행규 이장에 의하면 현재 가두리 양식업에 종사하는 주민은 12가구 정도 되는데 주 어종은 참돔과 우럭이라고 한다. 그렇다면, 가두리 양식업은 돈이 되는 사업일까? 박 이장의 말을 들어보자.
"작은 치어를 사서 가두리에 넣어 정성껏 3년간 키워내야 상품 가치가 있는데 현재 사료비는 비싸고 판매가격은 낮아 모두 죽을 지경입니다. 또한 여름철 이상기온으로 인한 적조 현상과 예기치 못한 태풍 등도 큰 변수여서 마음 편할 날이 없어요."
세 개의 자연마을을 연결하는 둘레길, 남녀노소 걷기 좋아
섬 탐방은 선창마을에서 대두마을 방향으로 진행하는 게 수월하다. 해상국립공원 표지판을 지나 경사진 길을 조금 오르면 초등학교가 나온다. 1950년대 화태초등학교 두라분교가 설립된 후 1980년에 두라초등학교로 승격되었다고 한다. 그 후 1991년 다시 분교장이 되었는데 작은 섬에 아직도 학교가 유지된다는 사실에 신기하면서도 마음 뿌듯하다.

▲ 학생 수 3명인 두라분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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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두마을 포구는 섬 기슭을 눈썹달처럼 파고든 해안에 형성되어 있다. 그 위로 구릉을 따라 오밀조밀하게 집들이 똬리를 틀고 있다. 지붕의 처마 끝까지 둘러쳐진 높은 담장은 이 지역이 바람이 거세다는 것을 짐작하게 한다.

▲ 대두마을 돌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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알고 보니, 대두라도 선창마을과 대두마을은 태풍이 불면 매우 취약하다. 특히 샛바람을 동반한 태풍에는 속수무책으로 큰 피해를 보았다. 태풍이 불 때면 앞섬 나발도로 배들이 피항하곤 했는데 나발도는 지형이 남고북저형이어서 바람의 피해가 그나마 작기 때문이다.

▲ 대두라도에서 바라본 월호도(왼쪽)와 화태도(오른쪽). 가운데 바다 사이로 연도교 건설 기초공사가 한창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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5월 말 대두라도와 그 앞바다는 시간이 멈춘 듯 한가롭기만 하다. 포구 가두리 양식장 너머로 보이는 소두라도와 대횡간도, 그리고 저 멀리 돌산 향일암을 품은 산줄기가 한 폭의 수묵화처럼 다가온다. 또한 섬의 북쪽으로는 월호도와 화태도 사이로 고요한 호수 같은 바다가 마음에 평화를 건네준다.
"날씨 좋은 날이면 앞바다에 풍덩 빠지고 싶어요"
대두마을에서 봉통마을로 가는 길은 포장길과 비포장을 반복한다. 드문드문 울창한 숲길이 나오고, 그 아래로는 하얀 때죽나무꽃들이 떨어져 분분히 흩어져 있다. 야생화에 조예가 깊은 전문해설사로부터 옻나무와 예덕나무, 실거리나무, 뽀리뱅이, 철쭉나무 등에 관한 설명을 들으니 섬의 꽃과 나무들이 더욱 살갑게 다가온다.

▲ 대두마을에서 봉통마을로 넘어가는 섬 탐방객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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특히 실거리나무는 줄기에 얼기설기 돌출한 가시 때문에 '실이 걸린다' 해서 붙여진 이름이다. 실뿐만 아니라 무엇이든 잘 걸려서 총각이 이 나무 사이로 들어가면 좀처럼 빠져나올 수 없다 하여, 완도 보길도에서는 총각귀신나무로도 불린다.

▲ 봉통마을 입구 방풍나물밭. 바다 건너 금오도가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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느릿느릿 둘레길을 걷다 보니, 어느새 발치 아래로 봉통마을이다. 흐릿한 날씨 속에 드문드문 내리는 는개 때문인지 산 위에 자리 잡은 섬마을은 더욱 몽환적이다. 멀리서 보면 마을의 형태가 벌통같이 생겼다고 해서 '벌통구미'라 불리다가 봉통이라 이름 붙여졌다고 한다. 마을의 정상에 1938년 설립됐다는 두라리교회가 인상적이다.

▲ 봉통마을 전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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탐방객을 맞은 교회 사모는 "주변 경치가 아름답다"는 탐방객들의 말에, "날씨 좋은 날엔 금오도 앞바다의 물빛이 너무 아름다워 그냥 풍덩 빠져들고 싶다"면서 환한 웃음을 짓는다. 교회에서 점심을 준비했는데 목사님이 낚시해서 잡은 가자미 회무침과 전어구이, 방풍나물과 취나물 등 상차림이 푸짐하고 정성스럽다.
머지않아 '섬섬백리길'과 연결되는 대두라도와 금오도
봉통마을 아래로 경사진 길을 따라 내려가면 벌통구미 선착장이다. 그곳에도 작은 배들이 선착장 안쪽에 평화롭게 정박해 있다. 하지만 머지않아, 이 섬마을과 건너편 금오도에도 육지의 번다함이 몰려올 예정이다.

▲ 여수시 화정면 개도와 월호도를 연결하는 연도교 주탑건설 공사가 한창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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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재 대두라도 앞 개도와 월호도, 화태도 사이에는 섬과 섬들을 잇는 연도교 공사가 한창이다. 화태도~월호도~개도~제도~백야도를 잇는 국도 77호선 건설공사 중 일부이다. 여수시에 따르면 이 해상도로는 총 12.9㎞(2차선)인데 4개의 연도교를 통해 2028년까지 연결될 예정이다.

▲ 2015년 개통된 화태대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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돌산 화태도~고흥 영남면 구간에는 지금까지 모두 7개의 연도교가 건설되어 적금도, 낭도, 조발도, 백야도, 화태도 등의 섬들이 육지화되었다. 이런 가운데 4개 다리가 추가로 놓이면 모두 11개(일레븐브리지)의 교량으로 연결된 총 40km 이르는 해상 로드가 완성된다. 이른바 '백리섬섬길'로 불리는데 남해의 에메랄드빛 경관을 마음껏 즐기는 세계적인 명품 해안 드라이브코스가 될 전망이다.

▲ 두라리교회에 청빙 되어 9년째 시무하고 있는 김수열 목사. 건축 설계사무소에서 일한 경력으로, 그는 고령 어르신들의 간단한 집수리 봉사를 하기도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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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레븐브리지에서 빠져나온 한 갈래는 금오열도를 더 깊숙이 파고든다. 월호도에서 분기한 섬섬백리길은 대두라도를 지나 금오도까지 연결된다. 총 10.4㎞인 이 해상도로는 2026년 하반기쯤 착공에 들어가, 2032년 완공을 목표로 추진 중이다. 다리가 완공되면 대두라도를 포함한 금오열도 섬들의 시간 흐름은 지금보다 훨씬 빨라질 것이다.
1. 위 치
o 전남 여수시 남면 두라리
2. 가는 방법
o 돌산항(군내항) : 여객선 한려3호(1일 5회 운항)
: 횡간도, 화태도(월전), 나발도, 대두라도, 월호도 (5개 섬) 순회
☎ 여객선 매표소 (061-665-0011)

▲ 여객선 노선 및 시간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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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 대두라도 둘레길
o 선창마을 ~ 초등학교 ~ 대두마을 ~ 봉통마을 ~ 선창마을 (4km, 약 2시간)
4. 식사 및 숙박
o 두라리펜션 (010-8625-998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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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문방송학을 전공하고 잡지 기자와 르포라이터로 일했습니다. 지금은 국내 최초의 섬 전문 신문인 '한국섬뉴스'를 운영하며, 섬 주민의 삶의 질 향상에 노력하고 있습니다. '백두대간'과 '100대 명산' 완주에 이어, 200개 섬 목표로 트레킹 중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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호수 같은 바다, 시간이 멈춰 선 섬마을... 여수 대두라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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